문화재 관리에 '방사선 기술' 쓰인다
문화재 관리에 '방사선 기술' 쓰인다
  • 김진솔
  • 승인 2018.08.30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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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수천년 전 만들어진 문화재는 보전하거나 훼손된 부분은 분석해 복원해야 합니다. 인류의 유산이기 때문이죠. 이 과정에서 여러 과학 기술이 총동원됩니다. 주목할 점은 원자력 기술도 여기에 쓰인다는 사실입니다.

 

원자력 기술은 1950년대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문화재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됐습니다. 미국, 캐나다와 일부 중남미 국가들, 프랑스, 독일, 폴란드, 헝가리 등 유럽의 원자력 기술 보유국들은 원자력을 이용한 문화재 연구소를 운영 중입니다. 여러 대학에서도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정부와 학회도 이 분야 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문화재를 분석하는 원자력 기술 출처: Wikimedia Commons
문화재를 분석하는 원자력 기술?! 출처: Wikimedia Commons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와 방사선을 이용한 문화재 분석과 보존 기술 개발을 위한 상호협력협약(MOA)을 8월 28일 오후 연구원 국제원자력교육훈련센터(INTEC)에서 체결했습니다. 

 

이번 협약으로 양 기관은 방사선 분석 기법을 활용한 문화재 진단 및 보존 처리 기술 활용을 확대하고 공동 연구 및 학술 발표와 양 기관의 연구 장비 및 시설을 공동 활용하는 등 상호 협력을 확대할 방침입니다. 

 

임인철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선과학연구소장(좌), 한경순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장(우) 출처: 한국원자력연구원

그렇다면 어떤 방사선 기술이 문화재 보존에 사용되는 걸까요.

 

문화재를 보호하는 방사선 기술

 

1.  중성자 방사화 분석(NAA; Neutron Activation Analysis) 기술 

 

연구용 원자로에서 핵분열 반응으로 생성된 중성자를 분석 시료에 쬡니다. 시료를 방사성 동위원소로 변화시켜 방출되는 감마(γ)선을 측정합니다. 시료에 포함된 특정 원소의 양을 정량적으로 조사할 수 있습니다. 검출 감도가 높아 화학적인 분석법으로는 불가능한 미량 분석이 가능하고, 다양한 종류의 시료를 대상으로 여러 가지 원소를 비파괴적으로 동시에 분석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원자력 분야의 기초 연구 뿐 아니라 재료과학, 환경오염 및 보존, 인체보건 및 영양, 산업적 품질관리 및 보증, 범죄 과학과 고고학 등의 시험검사, 측정분석 도구로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출토 문화재의 산지 및 편년을 추정하는 데 활용됩니다.

 

2. 중성자 영상 기술(Neutron Radiography)

 

투과력과 분해능이 매우 뛰어난 중성자의 성질을 이용합니다. 연구용 원자로에서 생성된 중성자를 시료에 투과시켜 감쇄하는 중성자의 양을 평가하는데요. 이를 통해 시료 내부의 미세결함을 입체적으로 평가하는 기술입니다. 문화재 내부 관찰과 미세 결함의 비파괴 검사에 활용됩니다.

 

3. 뫼스바우어 분광기법(Mӧssbauer spectroscopy)

 

뫼스바우어 분광기. 출처: 한국원자력연구원

1958년 독일의 뫼스바우어가 발견한 감마선의 공명현상을 바탕으로 한 기법입니다. 현존하는 연구 수단 중 가장 미세한 에너지까지 측정 가능한 분석 기술입니다. 물질의 화합물상, 전자가, 초미세자기장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단청의 안료, 도자기 유약 등 우리나라 문화재 발색의 근원인 철의 화합물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철 화합물과 수분을 포함하는 대기질이 석조문화재에 주는 영향도 비파괴 검사로 현장에서 바로 측정합니다. 유기물, 무기물 그리고 하이브리드 물질분석에 모두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단청안료 복원과 청자 및 백자 등의 도자기 복원을 위한 토양과 유약 분석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4. 방사선 조사 기술(Irradiation technology)

 

방사성 동위원소에서 발생하는 방사선의 투과력과 살균력을 이용, 비파괴 검사와 암 치료, 농·식물 육종, 의료기기 멸균 등에 이용하는 기술입니다. 문화재 분야에서는 방사선 조사를 통해 주로 목재 문화재의 생물학적 손상을 야기하는 흰개미, 권연벌레 등 충류와 곰팡이들을 제어하는 기술이 적용됩니다. 조사라는 게 쉽게 얘기하면 광선이나 방사선 따위를 쬔다는 건데요. 목재 뿐 아니라 서적, 의복 등 유기질 문화재의 보존에도 이용 가능하며 부식이 심한 목재를 단단히 하기 위한 강화 방법으로 방사선 고분자 중합 기술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5. 이온빔(Ion beam) 분석 기술

 

이온빔가속기. 출처: 한국원자력연구원
이온빔 가속기. 출처: 한국원자력연구원

문화재 복원 및 보존을 위한 이온빔 분석 기술은 비파괴적으로 문화재의 성분을 ppm 수준의 정밀·정량 분석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문화재를 구성하고 있는 성분을 정성·정량 분석해 문화재 복원 및 보존처리를 위한 지표를 제공해줍니다. 특히, 연구원이 개발 중인 이온빔 분석법 중 e-PIXE(External Particle Induced X-ray Emission) 기술은 기존 진공에서 측정했던 PIXE와 비교해, 시료 교체 시간이 줄여주며, 진공에서 측정 불가능했던 액체 및 분말 시료, 나아가 챔버 안에 들어가지 않는 대형 문화재까지도 분석이 가능한 신개념 첨단 분석 기법입니다.

 

참고로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은 이온빔 분석 기술을 이용해 문화재와 예술품 복원 및 보존 목적으로 가속기를 24시간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국립경주박물관도 60만여 점 이상의 미복원 유물 복원 처리를 위해 이온빔 분석 기술에 크게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원자력 기술이 문화재 분석에 기여한 사례

 

원자력기술로 새로운 걸 발견하기도 합니다. 20년 전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이나리야마 고분(稻荷山 古墳)에서 출토된 금착명철검(金錯銘鐵劍)의 상감에서 X선과 γ선 투과 시험을 진행한 결과, 115개의 문자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금착명철검의 115개글자는 X레이 기술로 알아냈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금착명철검의 115개 글자는 X레이 기술로 알아냈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프랑스의 경우 원자력청(CEA) 소속의 ARC-Nucleart가 1960년대부터 방사선 조사 기술을 이용한 문화재 보존 연구를 진행했으며, 1977년 이집트 람세스 2세 미라 보존에 방사선 조사를 통한 생물학적 손상 억제 기술을 활용한 바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1970년대부터 중성자, X-선, 감마선, 방사성 동위원소 이용 측정분석 및 시험검사 기술 등 원자력 기술이 문화재 보존과학 분야 연구에 이용됐습니다. 그간 국립문화재연구소와 일부 대학에서 중성자 방사화 분석, X-선 형광 분석 등을 이용해 고고학적 시료의 미량원소 정량분석을 했는데요. 이를 통해 산지 및 편년 추정 등에 부분적으로 원자력을 활용해 왔습니다. 최근 X-선 분광분석, 중성자 영상기술, 방사선 조사기술, 가속기 질량분석 등이 문화재 보존, 복원, 감정분야에 응용되고 있습니다.


국내 문화재 관련 원자력 기술 발전

 

원자력연구원은 1962년 국내 최초의 연구용 원자로 TRIGA Mark-Ⅱ 도입 이후 중성자방사화분석을 통한 미량원소 정량 분석법을 고대 토기의 산지 분류에 응용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1995년 HANARO 가동 이후 중성자 방사화 분석 기술, 중성자 영상 기술, 방사선 조사 기술 등의 관련 기술을 문화재 보존, 복원 및 감정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꾸준히 수행해 왔습니다.

 

연구용 원자로 HANARO 출처: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용 원자로 HANARO. 출처: 한국원자력연구원

특히 연구원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대전의 연구용 원자로 HANARO와 뫼스바우어 분광기, 정읍의 첨단방사선연구소 감마선조사시설 및 전자선실증연구시설, 경주의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 이온빔가속기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합니다. 이를 통해 방사선 기술로 문화재의 진단 기술에 원만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벌레나 곰팡이 등 가해 생물에 의한 손상을 막으며, 손상된 문화재를 복원하는 기술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적용해 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재주 원자력연구원장은 "문화재 보존 연구는 우리 연구원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사회현안 해결과 기초과학 연구의 실용화를 위한 노력 중 하나"라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연구용원자로 HANARO를 비롯해 정읍, 경주 분원의 연구장비를 복합 활용하고, 연계성을 강화해 문화재 보존 연구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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