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물 농도 문제' 쓸모 있나? "있다"
'소금물 농도 문제' 쓸모 있나? "있다"
  • 김진솔
  • 승인 2018.08.30 23:25
  • 조회수 1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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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수학 배워서 어디에 쓰냐는 푸념은 어렵잖게 들을 수 있습니다. '쓸데 없어 보이는 수학 문제'로 몇 가지 꼽을 수 있는데요. 찢어진 달력, 기차 속도 구하기,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굳이 내려서 걷기 등등입니다.

 

그 중 가장 쓸모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소금물의 농도' 관련한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소금물을 묽히고, 소금을 더 넣고, 혹은 다른 소금물과 섞기도 하죠. 일반 기업 적성검사 문제로도 종종 나옵니다. 그냥 처음부터 제대로 된 소금물을 만들 것이지 왜 자꾸 이리 녹이고 저리 섞고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걸까요?

 

소금물 농도, 왜? 출처: Getty images
소금물 농도, 왜? 출처: Getty images

 

사실 쓸 데가 있다

 

소금물 농도 문제의 '원리'는 쓰임새가 많습니다. 화학이나 생물학 등 실험을 하게 된다면 특정 농도의 용액을 자주 만들게 됩니다. 마치 밥을 먹을 때 수저를 쓰듯, 반응을 시킬 때 뿐 아니라 균을 키울 때, 기기 안에 넣을 때, 혹은 다른 용액의 농도를 확인할 때도 특정 농도를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왜 사서고생을 하는지 궁금해집니다. 소금물 농도 문제대로라면 왜 굳이 쓰려는 농도보다 고농도의 용액을 만드는 걸까요? 예를 들어 수용액을 이용한다고 하면, 매번 물에 가루를 딱 맞게 녹이는 게 덜 번거롭지 않을까요?

 

소수점 네자리까지 정확하게 맞추시오. 출처: Wikimedia commons
소수점 네자리까지 정확하게 맞히시오. 출처: Wikimedia commons

안타깝게도 더 번거롭습니다. 고체 시약의 무게를 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실험에 따라 다르지만, 소수점 아래 서너 자리수까지 정확하게 가루의 무게를 재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딱 원하는 만큼의 가루 무게를 재는 일은 익숙해져도 시간이 꽤 걸릴 정도로 번거로운 일이거든요. 대학교 신입생들이 듣는 일반화학실험실 등에 가면 저울 뒤로 줄을 길게 서있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험을 할 때는 저장 용액(Stock Solution)이라는 걸 종종 만들어둡니다. 저울에서 무게를 재는 것보다 액체에서 액체를 희석하는 게 훨씬 편하고 빠르기 때문입니다. 만약 10배 더 진한 용액을 만들어놓는다면, 10번 실험할 때 무게를 재는 수고를 한 번만 하면 됩니다.

 

그럼 액체로 보관해뒀을 때, 부피를 딱 맞게 취하는 건 쉬운 일일까요? 네, 저울에 비해 훨씬 쉽습니다. 마이크로 파이펫이라고 부르는 도구 등 덕분에 정확한 부피의 액체를 취하는 건 순식간에 가능해졌죠. 따라서 고농도로 만들어 놓습니다.

 

혹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도구가 궁금해지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이웃집화학자가 들고 있는 건 뭘까요?

 

저장용액은 실험실에만 있는 개념이 아닙니다. 일상에서도 저장용액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더치커피나 매실액기스의 원액을 물에 희석한다거나, 페인트에 물을 섞는 등이 모두 저장용액을 이용한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수용액으로 팔기도

 

이 외에도 '몇% 수용액 상태'로 파는 화합물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강한 산인 염산은 물에 최대한 녹여 포화상태를 만들었을 때 38%이기 때문에, 보통 30~38%의 염산 수용액 상태로 살 수 있습니다.

 

35.0~36.6% 염산. 출처: ebay

과학, 특히 실험하는 과학을 전공하는 경우 이런 문제를 숨쉬듯 마주하게 된다는 점에서 소금물 문제를 굳이 넣은 이유가 있었네요. 물론 조금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을 설정할 수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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