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커피보다 내가 내린 커피가 맛없는 이유
바리스타 커피보다 내가 내린 커피가 맛없는 이유
  • 함예솔
  • 승인 2018.09.15 21:30
  • 조회수 112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커피 향~긋. 출처: fotolia
커피 향~긋. 출처: fotolia

유명한 바리스타가 내려준 커피를 마시고 반해 똑같은 원두로 집에서 커피를 내려먹을 경우 바리스타가 만들어준 커피와 똑같은 맛이 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커피는 추출(brewing) 방식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커피를 추출하는 바리스타의 역량이 매우 중요한데요.

 

바리스타가 만든 커피와 일반인이 내린 커피 맛이 다른 이유에는 여러 변수가 작용합니다. 바리스타의 스킬이나 카페의 분위기 같은 환경·심리적 요인도 무시하기 힘들죠.

 

오레온 대학교 재료화학과 Christopher H. Hendon 교수는 <The Conversation> 기고를 통해 커피의 맛이 달라지는 이유로 화학·물리적 원리를 꼽았습니다.

 

주요 성분 함유량이 달라

 

커피와 물이 만났을 때. 출처: MistoBox
드립 드립~ 출처: MistoBox

 

Christopher H. Hendon 교수는 고체에 적용되는 다양한 물리적인 원리들을 커피에 적용해 커피 맛이 다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온도, 물의 화학적 성질, 입자의 크기와 분포, 물과 커피의 비율, 추출 시간 그리고 생두(green coffee)의 질이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요.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보통 필터 커피(filter coffee)를 마실 때 유기산, 에스테르(esters) 등의 성분이 커피 질량의 약 1.2~1.5% 함유된 걸 선호한다고 합니다. 반면, 에스프레소를 마실 땐 같은 성분이 커피 질량의 8~10% 함유된 커피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성분 중 에스테르란 양조 과정에서 향을 형성하는 주 성분입니다. 알코올 또는 페놀이 유기산이나 무기산과 반응해 탈수가 일어나며 생기는 화합물입니다. 

 

참고로 마이야르(Maillard) 반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아미노산과 포도당, 과당, 맥아당 같은 환원당이 서로 반응해 갈색의 중합체인 멜라노이딘(melanoidin)을 만드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는 조리과정에서 식재료를 갈색으로 변하게 하는 원인이 되며 '캐러멜화 반응'이라고도 합니다.

 

추출 방식에 따른 맛 차이

 

터키식 커피 추출 방식. 출처: ypoutube/D. Donaldson
터키식 커피 추출 방식. 출처: 유튜브/D. Donaldson


앞서 언급한 성분의 1.2~1.5%를 함유한 커피를 얻기 위한 추출 방식은 여러 가지입니다. 원두를 분쇄한 커피 위에 물을 부어(pour-over) 추출하는 방식, 원두를 곱게 갈아 제즈베(Cezve)라는 커피 포트에 넣고 물과 함께 끓이는 과정을 4~5번 반복해 커피를 추출하는 터키식(Turkish)도 있지요.

 

이밖에도 아랍(Arabic) 방식, 주사기 실린더와 유사한 방법으로 고안된 에어로프레스(Aeropress), 프랜치 프레스(French press), 사이폰(siphon) 방식, 일반적인 드립인 배치부르(batch brew) 방식까지 다양합니다.

 

또한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추출하는 커피 역시 위의 농도 범위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커피를 마실 때 좋아하는 커피 성분을 최적의 농도로 추출했음에도 이렇게 각각의 추출 방법에 따라 맛은 달라진다고 합니다.

 

사이폰 커피 추출방법. 출처: youtube/Steve L
사이폰 방식의 커피 추출 방법. 출처: 유튜브/Steve L

 

온도도 맛이 다른 이유

 

낮은 농도의 커피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터키식 커피 추출법처럼 커피를 물에 완전히 담가 추출하는 방법과 핸드 드립 방식처럼 분쇄한 원두 위에 물을 흘려보내며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 방식이 있습니다.

 

물리적인 관점에서 볼 때 두 방식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온도'입니다. 커피를 물에 완전히 넣은 후 추출하는 커피의 경우 커피 입자의 온도가 더 높습니다. 커피와 물의 경계에서 커피의 풍미는 고체 입자를 통해 물과 커피 경계면으로 이동하는데요. 이 속도는 온도가 높을수록 증가합니다.

 

즉, 커피의 입자 온도가 더 높을 경우 입자 내에 갇혀있던 맛있는 화합물이 더 많이 추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온도가 높을수록 불필요한 화합물 또한 용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커피에 물을 흘려보내 추출하는 방식에서는 커피 입자의 크기에 따라서도 추출 속도가 달라집니다. 커피 추출 시간은 물과 커피의 비율에 따라서도 달라지는데요. 원두를 작게 분쇄할 경우 물이 가는 입자를 통과하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에 추출시간도 늘어납니다. 따라서 필터 커피를 추출할 때 최적화된 방법을 찾는 것은 더 까다롭고 다차원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 위의 커피 추출방식과 장치들을 최적화 해 좋아하는 바리스타를 정확히 모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집에서 만든 커피의 맛은 바리스타가 만든 커피와 다를 수 있습니다. 물의 화학적 특성, 그라인더로 간 커피 입자의 크기, 커피의 신선도가 커피 품질에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물 자체가 맛이 다를 수 있다

 

집에서 제조한 커피가 산도 있는 종류의 커피라면 물의 산도 역시 맛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커피 추출에 쓰이는 물에는 칼슘이온과 중탄산염(bicarbonate) 이온이 낮은 농도로 포함돼 있습니다. 만약, 칼슘이온과 마그네슘이온 함량이 낮아 단물이라고도 불리는 연수(soft water)로 커피를 추출하게 되면 산도가 높은 커피가 될 겁니다.

 

반면 중탄산염이 많이 들어있는 경수(hard water)로 커피를 추출하면 물에 들어있는 중탄산염이 신맛을 중화시켜 신맛이 줄어들겠죠. 이 차이를 느끼고 싶다면 생수 브랜드 중 하나인 에비앙(Evian)을 가지고 실험해보세요. 이 생수는 중탄산 농도가 360mg/L로 생수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합니다. 이렇게 중탄산 농도가 높은 것과 낮은 것을 이용해 같은 원두를 사용해 커피를 추출해본다면 이 미세한 맛의 차이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우리집의 정수기에 중탄산염 농도가 얼마인지 알지 못합니다. 따라서 커피를 추출할 때 내린 물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커피맛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라인더에 따라서, 커피 입자 크기도 커피맛을 결정합니다. 출처: fotolia
그라인더에 따라, 커피 입자 크기도 커피맛을 결정합니다. 출처: fotolia

그라인더로 분쇄한 커피 입자의 크기도 커피맛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데요. 가정용으로 흔히 사용하는 사용하는 블레이드(blade) 그라인더는 믹서기와 같은 원리가 적용됐습니다. 칼날이 원두에 충격을 가해 분쇄하는 방식이라 원두의 입자가 균일하지 않다는 게 단점입니다.

 

반면, 버(Burr) 그라인더는 금속으로 된 두 개의 날을 가지고 있는데 특징인데요. 이는 커피를 더 작게 분쇄해 준다고 합니다. 이는 맷돌을 응용한 방식이라고 하는데요. 블레이드 그라인더에 비해 균일한 분쇄력을 가졌지만 속도가 느리다고 합니다.

 

버 그라인더를 사용할 때 그라인더 설정을 최적화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습니다. 한 학파는 커피 한 잔을 최대한 미세하게 분쇄해 표면적을 극대화시켜야 고농축으로 가장 맛있는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다른 학파는 커피를 최대한 굵게 갈아 미세하게 갈린 입자에서 나오는 부정적인 맛을 최소화 시켜주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합니다.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는 커피집에서는 방금 로스팅한 신선한 원두를 사용한다는 걸 강조하는 곳들이 많은데요. 커피 자체의 신선함은 이렇게 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로스팅된 커피에는 상당량의 이산화탄소와 휘발성의 기체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가스 상태의 유기분자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원두에서 날아가게 되는데요. 이러한 휘발성 기체가 적게 함유돼 있다는 건 결국 커피의 풍미가 적어진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럼 로스팅한 커피를 어떻게 신선하게 오래 보관할 수 있을까요?

 

아레니우스 식( Arrhenius equation)에 따르면 화학 반응 속도는 온도가 높을수록 커지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로스팅한 커피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커피를 차갑게 보관해야겠습니다. 커피를 밀폐된 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한다면 원두에 있는 휘발성 기체가 날아가는 것을 막아 풍미를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즉, 원두의 신선도가 상당히 연장된다고 할 수 있겠네요. 

 

과학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최상의 커피 맛을 내기 위해서는 이렇게 많은 변수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바리스타가 만든 커피와 같은 원두를 사용해 집에서 커피를 제조했는데도 같은 맛을 내지 못한다고 실망하지 마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충청남도 보령시 큰오랏3길
  • 법인명 : 이웃집과학자 주식회사
  • 제호 : 이웃집과학자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병진
  • 등록번호 : 보령 바 00002
  • 등록일 : 2016-02-12
  • 발행일 : 2016-02-12
  • 발행인 : 김정환
  • 편집인 : 정병진
  • 이웃집과학자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6-2024 이웃집과학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ontact@scientist.town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