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 진화한 부족' 넘어선 잠수 능력자?!
'물속 진화한 부족' 넘어선 잠수 능력자?!
  • 함예솔
  • 승인 2018.09.11 15:30
  • 조회수 14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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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물 속에서 숨을 쉬지 않고 얼마나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까요? 몇 가지 사례를 먼저 보여드리겠습니다.

 

 

# 뉴질랜드의 유명 다이버 윌리엄 트루브리지(William Trubridge)는 2016년 7월, 프리다이빙 종목 가운데 하나인 CNF(Constant no-fins)에서 102m 프리다이빙에 도전했습니다. 그는 목에 두른 추 외에는 아무런 장비의 도움도 받지 않고 102m를 잠수해 4분14초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마술사 데이비드 블레인이 호흡 참는 변칙 도전에서 17분의 기록을 세우는 모습.  출처: youtube/David Blaine
마술사 데이비드 블레인이 호흡 참는 도전에서 17분의 기록을 세우는 모습. 출처: 유튜브/David Blaine


# 2008년, 유명 마술사 데이비드 블레인(David Blaine)은 경기 전 순수 산소를 잔뜩 들이마신 후 호흡을 참는 변칙 도전에서 17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유명해졌습니다. 이 기록을 깬 사람은 스페인의 프리다이빙 선수 알레이스 세구라(Aleix Segura)인데요. 무려 24분03초 동안 호흡 없이 버티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바자우 라우트 족 사냥모습. 출처: 출처:youtube/Panda<br>
바자우 라우트 족 사냥 모습. 출처: 출처: 유튜브/Panda

 

# 동남아시아 바자우 라우트(Bajau Lout)족 사람들은 약 70m까지 잠수하고 최대 13분까지 숨을 참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물고기 사냥을 위해 깊은 곳까지 잠수하며, 잠수하는 동안 숨을 참는다고 합니다. (물 속 생활하다가 '진화한 사람들') 이런 잠수가 단발성이 아니라 일상이 되어버린 그들은 물 속 생활에 신체가 적응해 변화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위 사례들은 모두 엄청난 지구력을 발휘해 인간의 숨참기 한계를 뛰어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요. 국가대표 육상 선수 출신의 물리학 박사이자 과학 전문 칼럼니스트인 알렉스 허친슨은 물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9~10분을 넘어갈 무렵에 느껴지는 고통은 마치 지글거리는 바비큐 그릴 위에 맨살로 누워있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잠수에 따른 상태 변화

 

인듀어

인듀어

알렉스 허친슨 저/서유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엄홍길, 말콤 글래드웰, 애덤 그랜트 강력 추천
인간의 지구력을 과학적으로 탐구한 최초의 책
“당신은 그만두고 싶은 충동과 맞설 힘이 있는가?”

인간의 한계를 깨는 지구력의 힘을 심리학과 과학의 시선으로 탐구한 교양서. 케임브리지대학교 물리학 박사이자 『뉴욕 타임스』, 『러너스 월드』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인간의 가능성을 넓히는 지구력의 비밀에 다가가기 위해 10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백 명의 학자와 운동선수를 인터뷰했다. 그 연구 결과를 오...

 

케임브리지대 물리학 박사 알렉스 허친슨의 책 <인듀어>에 따르면 다이빙에 따른 신체 변화는 총 4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인식 단계로, 선수의 의식 속에서 호흡을 원하는 욕구가 치솟습니다. 이 단계가 지나면 횡경막이 급격히 수축하는 느낌이 찾아오는데요. 산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이산화탄소 축적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선수들이 통증을 참는다면 이 단계를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후 비장에 적혈구가 분출되며 생리학적인 다이빙 능력이 향상되는 반가운 단계가 찾아옵니다. 마지막으로 산소 결핍에 시달리는 뇌가 진정한 위협을 느끼면 선수의 몸은 의식을 놓습니다.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는 단계에 들어가는 건데요. 이 단계에서는 물이 차는 것을 막기 위해 숨길에 해당하는 후두가 저절로 닫힙니다. 수분 내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면 그는 산소를 갈망하는 마지막 숨을 크게 들이쉰 뒤 물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위 사례처럼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숨참기 능력 보유자들의 비결은 뭘까요?


동물 몸에서 나타나는 '잠수 반사'

 

잠수를 하면 동물의 몸은 물 속의 극한 상황을 버틸 수 있도록 변화하게 되는데요. 아나필락시 반응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생리학자 샤를 리셰는 1894년 오리의 호흡기관을 묶은 뒤 죽음에 이르는 시간을 재 보고했습니다.

 

실험 결과 공기 중 오리는 평균 7분 후 사망한데 반해, 물 속 있던 오리들은 23분을 버텨냈습니다. 리셰는 이 데이터를 토대로 동물이 물 속에 들어가면 심박수 저하를 포함한 일련의 자동 반사가 일어나 산소 소모량이 줄어든다는 결론을 이끌어 냈는데요. 이는 '포유동물 잠수 반사(Mammalian Dive Reflex)'란 용어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트루브리지가 세계신기록을 세운 도전에서 기록한 심박수는 1분에 20회대였으며, 45분 동안 물위로 떠오르지 않은 채 버틸 수 있는 웨델 바다표범의 경우, 잠수를 시작한 순간 심박수는 지상에 있을 때보다 10분의 1수준으로 격감한다고 합니다. 

 

정글의 법칙에서 20m 프리다이빙에 도전한 김병만. 출처:youtube/SBSNOW
'정글의 법칙'에서 20m 프리다이빙에 도전한 김병만. 출처: 유튜브/SBSNOW

 

SBS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에서 김병만이 20m 프리다이빙 도전에 관한 영상인데요. 그가 잠수를 하게 되면, 그의 몸에서도 심장 박동수가 느려지며 잠수 반사가 일어날 것으로 추측됩니다.

 

심박수가 느려지는 것 외에 잠수 반사의 또 다른 대표 현상으로는 말초혈관수축을 꼽을 수 있습니다. 팔다리 혈관이 거의 닫힐 만큼 수축되면서 남은 혈액을 몽땅 중추신경계로 보내는 건데요. 뇌와 심장에 가능한 한 오래 산소가 공급되도록 조절하는 겁니다.

 

이 모든 작용은 코를 차가운 물속에 담그기만 하면 반사적으로 일어나는데, 잠수 반사의 주요 감지기가 코 주변에 분포하고 있다고 추측되는 이유입니다.

 

또다른 비밀 '비장'

 

비장(Spleen). 출처: Wikimedia Commons
비장(Spleen). 출처: Wikimedia Commons

특히 비장에 놀라운 잠수 능력의 핵심이 담겼습니다. 얼굴을 물에 담그면 일명 '비장 발산(Spleen Vent)'라 불리는 간접적인 반응이 일어나는데요. 서울대학교병원의 신체기관정보를 참고하면 비장은 혈액 속의 혈구 세포를 만들거나 제거하는 데 관여합니다. 즉, 혈액의 여과장치죠.

 

그런데 비장은 위급 상황에 대비해 산소가 충만한 적혈구들을 저장하는 역할도 겸하고 있습니다. 바다표범은 평소에 약 20리터 이상의 혈액을 비장에 저장해놨다가 잠수 시 85%까지 수축하며 혈액 순환을 촉진한다고 하는데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비장이 산소탱크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합니다.

 

숨참기는 힘들어. 출처: fotolia
숨 참기는 힘들어. 출처: fotolia

책 <인듀어>에 따르면 과거에 진행된 실험 중에 크로아티아 프리다이빙 국가대표팀 선수와 일반인의 호흡 참기 능력을 비교한 실험이 있었다고 합니다. 실험 참가자 중에는 비장을 절제한 사람들이 섞여 있었는데요.

 

모든 참가자들은 우선, 잠수 반사를 유도하기 위해 차가운 물에 얼굴을 담그고 최대한 오래 버티기를 2분 간격으로 총 5회 진행했습니다. 실험 결과 비장이 달린 참가자들은 선수 일반인 할 것 없이 두 번째 시도부터 버티는 시간이 비약적으로 길어졌습니다. 이들의 잠수 능력이 향상된 것은 비장에 저장해뒀던 적혈구를 발산한 덕분이었다는 분석입니다.

 

참고로, 한번 시작된 비장 발산의 지속 시간은 약 1시간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반면, 비장을 제거한 참가자들은 시도 횟수가 많아져도 잠수 능력에 전혀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 속 인어 같아. 출처: theaquaticape.org
바자우족 어린이. 물 속 인어처럼 살아요~ 출처: theaquaticape.org

앞서 설명드렸던 바자우 라우트족 사람들의 타고난 잠수능력 역시 비장 덕분인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바자우 족은 약 1,000년 전부터 잠수를 해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은 일상생활의 60%를 물속에서 보낸다고 합니다. <Physiological and Genetic Adaptations to Diving in Sea Nomads>에 따르면 바자우족 43명과 이웃 농경부족인 살루안 족 33명의 비장 크기를 측정한 결과, 바자우족의 비장크기가 평균 1.5배 더 컸다고 합니다.

 

이는 생리적으로 엄청난 차이인데요. 연구팀에 따르면 바자우 족의 생활 환경이 이들의 유전자 변이를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바자우 족의 비장에서 산소 운반 능력을 키워주는데 관여하는 유전자 PED10A에서 변이가 일어났고, 이 외에도 뇌, 심장 폐 등 주요 신체에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관계되는 BDKRB2 유전자에도 변이가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잠수 능력, 뇌가 관여?

 

책 <인듀어>에 따르면 본래 잠수 반사는 심작 박동이나 호흡, 소화와 마찬가지로 자율신경계로 조절되는 무의식적인 반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바다표범에게 심박수 감지장치를 붙이고 관찰해보면, 잠수를 시작하기 직전부터 이미 심장박동이 현저히 느려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비록,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긴 하지만 인간의 몸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건데요. 잠수에 익숙해진 사람은 머리를 물에 담그라는 지시를 받는 순간 즉시 심박수가 급감하고 느려진 박동은 잠수 지시를 취소한 후에도 한동안 계속됩니다.

 

엔듀어 작가 알렉스 허친슨. 출처: youtube/Heleo
물리학 박사 알렉스 허친슨. 출처: 유튜브/Heleo

이에 대해 <인듀어> 저자는 '뇌'에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는데요. 뇌는 잠수를 하라는 지시나 희미하게 보이는 결승선처럼 의식적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평소 같으면 무의식적으로 가동될 안전 매커니즘을 발동하거나 해제한다고 합니다. 뇌가 이렇게 정교한 안전 매커니즘을 짜놓은 이유는 산소 부족 사태가 초래할 결과가 너무 엄청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책 '인듀어'에서.. 출처: 다산북스
인내, 지구력에 대한 다양한 사례. 출처: 다산북스

인간의 인내심은 정신과 신체 모두에서 나타나는 특징인데요.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인듀어>에 소개된 수 많은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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