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빙산 아래 온천수가 흐른다
북극 빙산 아래 온천수가 흐른다
  • 남두호
  • 승인 2018.09.28 21:30
  • 조회수 6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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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빙산의 모습. 출처:pixabay
북극 빙산의 모습. 출처:pixabay

 

북극 깊숙이 따뜻한 물이 스며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북극의 빙산 아래 숨겨진 거대한 '열 보관소'(Archive of Heat)라 부른다. 여기서 열 보관소란 북극으로 흘러들어온 난류다.



바닷물은 늘 일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거대한 컨베이어처럼 일정한 방향으로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다. 순환을 일으키는 원동력은 고위도와 저위도간 해수의 온도차와 염분의 차이다. 열대 지역에서 바람과 해류를 이용해 열을 북반구로 보낸다. 일반적으로 난류는 북쪽의 찬 기운에 의해 차가워지면서 다시 심해로 가라앉는다. 이 과정에서 순환이 발생한다. 해류는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서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모터' 역할을 하게 된다.
 

북극에서 관측된 심층의 열기. 출처:예일대
북극에서 관측된 심층의 열기. 출처: 예일대

북극 심층에 온천수가 흐른다?



북극은 북대서양 해류의 영향을 받는다. 북대서양 해류는 적도 부근 멕시코 만에서 따뜻한 바닷물을 서유럽 부근의 북대서양으로 밀어 올리고 대서양 북쪽 해역에서 차갑게 식어 바다 깊은 곳으로 들어간 뒤 다시 대서양 남쪽으로 흘러 내려오는 해류다.



문제는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북쪽으로 이동하는 북대서양 해류의 수온도 점점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예일대 지질물리학 교수인 Mary-Louise Timmermans팀의 조사에 따르면, 북극 심층의 수온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느리지만 꾸준하고 명백한 열량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북대서양 해류가 전달하는 열이 북극해 해빙의 원인 중 하나"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북극의 얼음을 먹어 치우고 이후에는 해양 컨베이어 벨트의 작동을 중단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뜨거워진 난류로 빙산이 급격히 녹으면서 바닷물의 밀도가 낮아지고, 이는 전체 순환 현상에 심각한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낮아진 밀도의 바닷물이 그린란드 주변 해역으로 유입되면 아프리카 남단에서 올라온 바닷물이 아래로 가라앉지 않고 장시간 표층에서 분리된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순환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밀도 차에 의한 해수의 흐름이 더뎌지게 되고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가 줄어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북반구를 시작으로 지구 전체의 기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중위도의 인구 밀집 지역인 동아시아와 북미, 유럽 지역 등에 한파, 폭설, 폭염 등의 극단적인 재난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0년만의 폭염', '사상 최고 한파' 등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현상 또한 이와 같은 구조적인 기후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게 과학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당장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한반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먼저 겨울 날씨은 더 추워지게 된다. 빙산이 녹으면서 북극의 한기를 잡아두는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약해진 제트기류는 남쪽으로 내려와 북극의 한기를 중위도지역까지 끌어내린다. 한겨울 한반도에 혹한이 발생하는 이유다.



아울러 한반도 전역은 미세먼지에 갇히게 된다. 시베리아 한랭 고기압이 발달하지 못해 북서계절풍이 약해지고 한반도 상공은 대기 정체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국내에서 발생한 먼지가 확산되지 못하고 중국에서 넘어온 먼지와 함께 머물며 미세먼지 농도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북극은 지구에서 기후 피드백이 가장 강력하게 발생하고 있는 지역이다. 최근 북극 얼음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져온 그린란드 북부 해안의 빙산이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



이 같은 북극 이상 징후로 인해 발생할 나비효과는 일반적 예측의 범위를 뛰어넘는다. 우리는 이미 올 여름 지독한 폭염과 열대야에 숨 막히는 고통을 받아 오지 않았던가. 이는 자연이 우리에게 엄숙하게 던져준 마지막 메시지이자 경고일 수 있다. 자연이 준 천혜의 터전을 망가트리면서 생명을 단축시킬 것인지, 작은 실천을 통해 온난화를 막는 노력과 함께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혜를 발휘할 것인지.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외부 필진 콘텐츠는 이웃집과학자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원 남두호(nam2h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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