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구는 더 이상 뜨거워지지 않을까?
왜 지구는 더 이상 뜨거워지지 않을까?
  • 함예솔
  • 승인 2018.10.01 23:10
  • 조회수 1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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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평형복사. 출처: Flickr
지구평형복사. 출처: Flickr

지구는 태양 복사 에너지를 흡수한 양만큼 지구 복사 에너지를 우주로 방출해 복사 평형 상태를 이룹니다. 덕분에 지구의 연평균 기온은 약 15℃로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오븐의 내부 온도가 상승하면 오븐 주위의 더 많은 열이 방출되는 걸 알 수 있죠? 지구의 표면 온도가 상승하면 지구는 더 많은 열을 우주로 방출합니다.

  

지구는 이렇게 온도를 유지해요. 출처: youtube/ NASAEarthObservatory
지구는 이렇게 온도를 유지해요. 출처: 유튜브/NASAEarthObservatory

 

이와 관련해 1950년대 이후, 과학자들은 지구 표면 온도와 우주로 방출되는 열이 선형적 관계(linear relationship)를 이룬다는 것을 관찰해왔습니다. 여기서 선형적인 관계를 이룬다는 말은 지구의 표면 온도가 증가할수록 우주로 방출되는 열도 더 많아진다는 점을 말합니다. 서로 비례 관계라는 거죠.

 

지구의 열이 순환하는 과정. 출처: youtube/ NASAEarthObservatory
지구의 열이 순환하는 과정. 출처: 유튜브/NASAEarthObservatory

 

과학자들은 그동안 지구의 표면 온도와 우주로 방출되는 열이 왜 선형적 관계를 이루는지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지구는 매우 복잡한 시스템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복사 평형을 이루는데 영향을 미칠 만한 요인 또한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학계에는 지구 표면 온도와 우주로 방출되는 열이 선형적 관계를 이루는 원리를 파악하게 될 때 기후 모델을 개선할 수 있을 거라는 공통 인식이 깔려 있었습니다.

 

MIT가 해답 찾았다


<National Academy of Science>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MIT의 지구대기 및 행성과학부의 Daniel Koll 박사 연구팀은 기후변화 모델링을 통해 지구 표면 온도와 우주로 방출되는 열이 왜 선형적 관계를 이루는지 해답을 밝혀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방사코드(radiation code)'를 구축했습니다. 우주로 열이나 적외선을 어떻게 발산하는지에 대한 '지구 모델'입니다. 이 시뮬레이션에 표면 온도를 입력하면 이 코드는 지표, 대기, 우주로 이뤄진 수직 기둥의 전체 열이 우주로 얼마만큼 방출되는지 그 양을 계산하게 됩니다. 이후 연구팀은 온도조절기로 온도를 조절하며, 표면온도가 변화가 우주로 방출되는 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합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가지고 표면 온도와 우주로 방출되는 열의 그래프를 만들었는데, 이 그래프는 직선으로 그어집니다. 지구 표면 온도와 우주로 방출되는 열이 선형적 관계를 이뤘던 겁니다. 이러한 결과는 이전에 수행됐던 많은 연구와 일치하는 결과였습니다.

 

이에 더해, 연구팀은 지구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을 방사코드에 적용시키기 위해 대류, 습기, 수증기와 같은 다양한 대기 효과를 모델링하고 프로그래밍 했습니다. 앞선 방법과 동일하게 온도조절기로 온도를 바꿔가며 새로 넣은 대기 효과들이 지구의 적외선 방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조사했습니다.

 

'수증기 피드백'은 지구 뜨겁게 해

 

수증기 피드백. 출처: youtube/cbrehmer
수증기 피드백. 출처: 유튜브/cbrehmer

그 결과, 연구팀은 대기 중 수증기가 축적됨에 따라 특정 파장의 열을 수증기가 흡수해 열을 가둠으로써 온실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이 효과는 열이 우주로 방출되는 작용을 막았죠. 수증기로 인해 발생하는 이러한 효과는 '수증기 피드백(water vapor feedback)'이라고 합니다. 이는 대기 중에 수증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을수록, 대기에 더 많은 열을 가둬 온실 효과를 강화시키는 작용을 가리킵니다.

 

연구팀은 모델링을 통해 이 '수증기 피드백'이 우주로 방출되는 열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하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즉, 지구에서 우주로 방출되는 열은 지표와 대기에서 모두 발생할 수 있지만, 수증기 피드백으로 인해 대기에서 우주로 발산되는 열이 상쇄됩니다. 쉽게 말하자면, 대기는 우주로 열이 방출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창문과 같은데요. 수증기가 온실효과를 일으킵니다. 이 때문에 열을 우주로 내보내는 지구의 창문이 작아져 충분한 양의 열이 우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구에 갇히게 된다는 겁니다. 연구팀은 어떤 파장이 수증기에 의해 흡수되는지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 약 350,000개의 스펙트럼 간격으로 나눠 분석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26.6℃, 지구가 금성처럼 되는 온도

 

지구가 금성처럼? 출처: NASA / JPL
지구가 금성처럼? 출처: NASA / JPL

연구팀은 지구의 평균적인 표면온도가 약 26.6℃가 넘을 때, 표면 온도와 우주로 방출되는 열 사이의 선형적 관계가 무너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은 만약 태양이 진화함에 따라 크기가 커지고 지구 표면 온도 또한 높아진다면, 우주로 방출되는 열과의 선형적 관계가 무너지면서 지구가 금성처럼 변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형성 초기의 금성은 지구와 비슷했을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현재 금성의 모습은 지구와 완전히 다르죠.

 

연구팀 관계자는 "과거 금성의 대기에는 수증기가 많았고, 온실효과가 강력하게 작동했을 것"이라며 "우주로 열을 방출시킬 수 있는 창문이 점차 닫히게 되면서,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행성은 더욱 뜨거워 졌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다행히 지구의 경우, 평균 온도가 66.7℃에 도달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극단적인 온실효과가 발생하진 않을 거라고 연구진은 덧붙였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기후모델 예측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지구의 고대 기후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이해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Daniel D. B. Koll and Timothy W. Cronin, Earth’s outgoing longwave radiation linear due to H2O greenhouse effect,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18, https://doi.org/10.1073/pnas.1809868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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