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사람들은 공연 관람이나 여행처럼 경험과 추억을 사는 '경험 소비'에서 행복감을 크게 느낀다고 합니다. 하지만 형편이 상대적으로 덜 넉넉한 사람들의 경우 경험보다는 전자기기나 옷 등 물건을 사는 '소유 소비'에서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UNIST 경영학부의 이채호 교수팀에 따르면 소비를 통한 행복의 정답은 개인의 부(富)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는데요. 이채호 교수는 "지난 15년 간 많은 경영학자와 심리학자들이 사람은 소유보다 경험을 소비해야 행복해진다고 조언해왔지만, 이는 사회계층 간 소득 격차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상위 계층 즉,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자아의 발견과 향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 확립에 도움이 되는 '경험 소비'에서 더 큰 행복을 얻습니다. 반면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낮아 물질적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람들은 자원의 효율적 관리와 현명한 소비에 관심을 갖습니다. 이들은 실용적이고 오래 지속돼 경제적인 '소유 소비'에서 더 큰 행복을 얻습니다.
이는 지난 15년 간의 소비 행복 선행연구에 대한 종합적 분석과 1,000명 이상의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및 실험조사로 얻은 결론입니다. 연구진이 총 23개의 선행연구를 분석한 결과, 사립대 학생이 국공립대 학생보다 경험 소비로 더 큰 행복감을 얻는다고 합니다. 미국의 사립대는 국공립대보다 학비가 비싸고 상위 계층 출신 비율이 높습니다. '상위계층일수록 경험에서 더 큰 행복을 얻는다'는 연구진의 가설이 지지됐다는 설명입니다.
연구팀은 응답자 개인의 사회 계층을 '주관적 인식', '객관적 지표', '소득 변화에 대한 상상' 등으로 사회 계층 효과를 검증했습니다. 그 결과 스스로를 상위 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경험 소비에서 행복감을 크게 느꼈고 스스로를 하위 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소유 소비에서 행복을 찾았습니다. 이 결과는 응답자의 사회 계층을 소득과 교육 수준 등 객관적 지표로 나눠 진행한 후속 실험에서도 비슷했습니다.
특히 소득 변화를 상상하게 한 마지막 실험에서도 결과가 유사했습니다. 월 소득이 증가할 것으로 상상한 응답자들은 '경험 소비의 행복이 더 클 것'이라고 답했고, 반대로 월 소득 감소를 상상한 응답자들은 두 소비 간 행복감이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채호 교수는 "경험이 자아 발견과 향상 등 중요한 행복 요소들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소유' 역시 실용적, 지속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를 제공한다"며 "남들의 조언을 무분별하게 따르기보다 개인 상황에 맞는 소비를 추구하는게 행복의 총량을 늘릴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Psychological Science>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