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 고기 먹으면 최대 사망"
"북극곰 고기 먹으면 최대 사망"
  • 이상진
  • 승인 2018.11.18 15:00
  • 조회수 595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6세기~17세기 유럽에서는 북극곰을 잡아 그 고기를 먹으면, 죽은 북극곰의 영혼이 저주를 내려 고기를 먹은 사람이 죽음에 이른다는 이야기가 도시 전설처럼 떠돌았다고 해요.

 

실제로 당시 유럽에서는 항해를 떠났다가 북극곰 고기를 먹은 사람들이 큰 병을 앓아 죽거나 곤죽이 돼 고향으로 돌아온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정말 북극곰의 영혼이 저주라도 내린 걸까요?

 

16~17세기 북극해 탐험자들의 가장 큰 위협은 북극곰이었다. 출처:Pixabay
16~17세기 북극해 탐험자들의 가장 큰 위협은 북극곰이었다. 출처: Pixabay

1596년 네덜란드의 항해사 빌렘 바렌츠는 일행을 이끌고 아시아로 가기 위해 북극해를 지나는 바닷길로 항로를 잡고 닻을 올립니다. 하지만 노바야제믈랴 북단에 이르렀을 때 한파가 몰려와 더 이상 항해를 할 수 없게 됩니다. 얼음이 꽁꽁 얼어 깨고 나아가기 어렵게 되었거든요.

 

결국 바렌츠 일행은 노바야제믈랴에 상륙해 통나무집을 짓고 한파가 지나가기를 기다리죠. 그런데 추위를 피해 통나무집 안에서 오돌오돌 떨고 있던 바렌츠 일행을 북극곰들이 덮칩니다.

 

당시 바렌츠의 동료 하릿 데 베르는 일기를 남기는데요. 그는 일기에서 통나무 집 밖에 쌓아두었던 소고기와 베이컨, 햄, 생선 등을 북극곰들이 사람처럼 주도면밀하게 습격했다고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북극곰과 맞서싸우는 탐험가들의 모습. 출처:fotolia
북극곰과 맞서싸우는 탐험가들의 모습. 출처: fotolia

불시에 습격을 받은 선원들은 곰들이 통나무집을 위협하자 정신을 차리고 머스킷총으로 북극곰들을 쏘아 쫓아내는데요. 이미 북극곰들이 식량을 모두 먹어버린 후였다고 해요. 선원들은 복수를 위해 북극곰의 핏자국을 추적해 뒤쫓았고 결국 북극곰 사냥에 성공합니다. 그리곤 식량 대신 북극곰의 고기를 먹었습니다.

 

공포는 그 이후에 시작됐다

 

포식을 한 뒤의 상황에 대해 하릿 데 베르는 공포에 질려 이렇게 기록해놓았습니다.

 

"곰은 살아서보다 죽어서 우리에게 더 큰 재앙을 선사했다. (중략)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피부란 피부는 모조리 다 벗겨져 나갔다"

 

1900년대의 영국 탐험가 레지널트 코틀리츠도 북극곰을 먹은 뒤 비슷한 증상을 겪었다고 해요. 또 다른 탐험가인 옌스 린하르는 실험 삼아 북극곰 고기를 자신의 휘하 19명에게 먹였다고 하는데요. 그들 모두 심하게 앓아누웠고, 일부는 정신이상 증세까지 보였다고 합니다.

 

원인은 북극곰의 간에 들어있는 비타민A

 

비타민A가 과포화되면 피부재생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 출처:fotolia
비타민A가 과포화 되면 피부재생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 출처: fotolia

20세 중엽에서야 지난 세기 탐험가들이 겪었던 현상이 북극곰의 저주가 아니라, 과학적인 원인 때문이었다는 점이 밝혀집니다. 북극곰 간에 비타민A가 과포화 상태였기 때문에 탐험가들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요. 육즙이 가장 많은 간 부위를 먹었던 것이 오히려 화근이었던 것이죠.

 

비타민A는 동물의 성장을 자극하고 미성숙한 세포가 뼈나 근육으로 전환되도록 돕는다고 해요. 특히 피부에 큰 영향을 끼치는데요. 몸 안의 피부세포를 몸 바깥쪽으로 밀어냅니다. 밖으로 밀려난 피부 세포들은 죽어서 안쪽의 살아있는 세포를 보호하게 되죠.

 

그런데 비타민A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오히려 피부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멀쩡하게 살아있는 세포층을 '자살'로 이끌어 끊임없이 밖으로 밀어내버리죠. 그러면 피부 껍질이 계속 벗겨지게 됩니다.

  

또 이런 과정이 두개골 내부에서 일어나면 체액이 쌓이면서 두통과 정신이상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성인 한 명이 북극곰의 간을 30g 정도만 먹어도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 합니다.

 

비타민A가 많은 간을 가진 북극곰은 왜 멀쩡할까?

 

반달무늬물범과 턱수염물범 등의 물범들은 차디찬 북극해에서 살아남고 생식하기 위해 비타민A가 많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특히 새끼물범은 북극해에서 어미 물범의 젖으로부터 비타민A를 충분히 흡수해 피부층과 지방층을 끊임없이 재생합니다. 그래야 혹독한 북극해에서 생존할 수 있으니까요.

 

물범을 먹는 북극곰. 물범은 북극곰의 주식이다. 출처:fotolia
물범을 먹는 북극곰. 물범은 북극곰의 주식이다. 출처: fotolia

북극곰도 추위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지방을 쌓는 데 비타민A가 필수이기 때문에 비타민A를 다량으로 처리할 수 있게끔 간이 진화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진화의 원인은 북극곰이 물범을 주식으로 삼는다는 건데요. 북극곰의 간은 과포화 상태인 물범의 비타민A를 소화시킬 수 있도록 진화해야만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북극곰은 굶어죽어야 했을 테니까요.

 

사실 북극곰과 오랜 시간 함께 생활한 에스키모인들이나 시베리아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북극곰의 간을 결코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삶의 지혜를 원주민들이 숭배하는 일종의 애니미즘적 미신으로 여긴 유럽의 탐험가들이 북극곰의 간을 먹고 이상증세를 겪었다고 하는데요. 유럽대륙의 '북극곰 고기 도시전설'은 북극곰이 내린 저주가 아니라, 인간의 오만함이 자초한 저주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참고자료##

 

샘 킨, 『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 이충호, 서울:북하우스 퍼블리셔스, 2014.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도토리 2018-11-19 10:07:38
좋은 글을 마지막부분에서 초딩수준의 윤리로 망쳐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