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가니니, 악마에 영혼 팔았다? "유전병인 듯"
파가니니, 악마에 영혼 팔았다? "유전병인 듯"
  • 이상진
  • 승인 2018.11.22 03:20
  • 조회수 1986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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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리며 현대에 이르기까지 자신에 얽힌 전설적인 일화들을 만든 니콜로 파가니니(Niccolo Paganini). 그가 사탄에게 영혼을 팔아 불세출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됐다느니, 파가니니가 태어날 때 천사가 그의 앞에 강림해 "앞으로 너보다 더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는 없을 것이야!"라고 말했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이 전해집니다.

 

파가니니가 재능을 얻기 위해 악마와 거래를 했다는 루머가 떠돌았다고 해요. 출처:fotolia
파가니니가 재능을 얻기 위해 악마와 거래했다는 루머가 떠돌았다고 해요. 출처: fotolia

악마에게 영혼을 줘버렸는지, 천사에게 인정을 받았는지는 증명할 길이 없겠으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연주는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고, 지금까지 인정받고 있습니다. 파가니니의 연주에 감탄한 교황 레오 13세는 그에게 작위를 내렸고, 그의 훌륭한 연주를 기리기 위해 수많은 나라들이 파가니니의 얼굴을 새긴 주화를 발행했죠. 파가니니는 대중의 사랑에 더해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사실 유전 질환 때문에?!

 

파가니니 연주의 비밀은 그가 가진 '특별한 손'에 있었다고 해요. 출처:fotolia
파가니니 연주의 비밀은 '특별한 손'에 있었다고 해요. 출처: fotolia

사실 파가니니의 연주의 비밀은 그의 특별한 손에 있었는데요. 그는 손가락의 유연성이 상당했다고 합니다. 엄지손가락을 손등 위로 구부려 새끼손가락과 맞닿게 했을 정도니까요.

 

그런 손가락의 유연함은 다른 바이올리니스트가 할 수 없는 연주를 가능하게 하는데요. 그는 현학기의 두 현을 동시에 눌러 화음을 만드는 이중음을 연주할 수 있었고, 삼중음 연주도 가능했다고 해요.

 

특히 활을 쓰지 않고 손가락으로 현을 뜯어 소리를 내는 파가니니 특유의 '피치카토' 기술은 당대의 화제였습니다.

 

파가니니는 연주뿐만 아니라 작곡도 했습니다. 출처:fotolia
파가니니는 연주뿐만 아니라 작곡도 했습니다. 출처:fotolia

보통의 바이올리니스트는 활과 손가락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바이올린을 연주해야 했지만, 파가니니는 유연한 손가락 덕분에 활로 현을 누르는 동시에 손가락으로 현을 뜯을 수 있었거든요. 마치 두 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화음을 맞추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파가니니의 실력이 유전질환 덕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의학자들은 파가니니가 엘러스-단로스 증후군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거든요. 엘러스-단로스 증후군을 앓게 되면 인체를 결합하는 데 주효한 역할을 하는 콜라겐을 체내에서 조금 밖에 생산하지 못한다고 해요. 콜라켄은 인대와 힘줄을 생성하는 주성분인데요. 이게 부족해지게 되면 유연성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엘러스-단로스 증후군을 앓으면 각종 병치레를 한다고 해요! 출처: fotolia

물론 그 대가로 신체는 허약해집니다. 콜라겐의 부족은 약한 피부와 만성피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 안과와 허파의 질환 등을 야기한다고 해요.

 

실제 역사 기록 속의 파가니니의 모습은 전형적인 엘러스-단로스 증후군을 앓는 환자의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파가니니는 손가락이 유연했을 뿐만 아니라, 공연 도중 마치 서커스 단원처럼 몸을 크게 뒤틀며 연주를 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건강 상태는 좋지 않았습니다. 그의 전성기는 길지 않았습니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1810년 이후 그의 육체가 점차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파가니니는 수은제 남용으로 사망했을 확률이 큽니다. 출처:fotolia
파가니니는 수은제 남용으로 사망했을 확률이 큽니다. 출처: fotolia

1820년에는 더 이상 공연을 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악화되었다고 해요. 당시 의사들은 파가니니가 매독과 결핵 등 여러 질환을 복합적으로 앓고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수은'을 주성분으로 하는 설사약을 처방했다고 합니다.

 

그 후 파가니니는 고환이 작은 호박 크기로 부풀었고 수은 복용으로 잇몸이 손상돼 노끈으로 이를 묶은 뒤 식사를 하는 등 이루 다 말하지 못할 만큼 수많은 병치레를 하다가 1840년 5월 27일 수은제 남용으로 작고합니다.

 

1901년에야 엘러스-단로스 증후군의 존재가 알려졌기 때문에 파가니니는 정확한 병명도 모른 채 수은제를 먹어야 했을 겁니다.
 

벤나티는 유전질환에 대한 정보가 없던 19세기에 파가니니의 증세를 정확하게 진단했습니다. 출처:fotolia
벤나티는 유전 질환에 대한 정보가 없던 19세기에 파가니니의 증세를 정확히 진단. 출처: fotolia

당대에도 파가니니의 증상을 정확히 진단한 의사가 있었습니다. 그를 진찰한 의사 벤나티는 파가니니를 매독이나 결핵이라고 하는 다른 진단들이 틀렸다고 주장했습니다. 벤나티는 파가니니의 폐와 결장, 목 등의 막이 염증에 취약하고 온몸의 피부가 약하기 때문에 건강이 무너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이것은 엘러스-단로스 증후군의 전형적인 증상인데요.

 

벤나티는 파가니니의 질병이 선천적인 것이라고 추론합니다. 엘러스-단로스 증후군이란 개념조차 없던 당시에, 벤나티는 파가니니의 유전 질환 증세를 정확히 꿰뚫어본 것이죠. 안타깝게도, 파가니니는 제자를 거의 두지 않았습니다. 또 그나마 있던 제자에게도 자신의 연주법을 전수하지 않아 파가니니 특유의 기술들은 소실됐다고 합니다.

 

아래 동영상은 데이비드 가렛이 연주한 파가니니의 Caprice24인데요. 지난 2013년 개봉한 파가니니의 일생을 다룬 영화 <Paganini: The Devil's Violinist>의 한 장면입니다. 가렛은 영화의 주연을 맡고 직접 연주까지 했다고 합니다. 한 번 들어보시죠.

 

 

##참고문헌##

샘 킨, 『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 이충호, 서울:북하우스 퍼블리셔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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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2018-11-23 12:04:06
파가니니에대해 프로젝트하는 사람으로서 잘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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