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능력? '순수문학' 읽으면 높아졌다
공감 능력? '순수문학' 읽으면 높아졌다
  • 이상진
  • 승인 2018.11.19 13:00
  • 조회수 7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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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공감 능력을 키우려면 대중소설이나 논픽션보다, 이른바 '순수문학'의 한 갈래인 문학성 높은 소설을 읽는 게 좋다는 뿌리깊은 통념이 존재합니다. 순수문학이 무엇이냐, 그럼 대중소설은 '불순'하다는 것이냐, 순수문학만 문학성이 높은 게 아니라고 당장 딴지라도 걸고 싶은 판국인데요.

 

그런데 해당 내용을 진지하게 연구한 논문이 있다고 합니다. 순수문학과 대중소설 중 어떤 작품을 읽는 게 공감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까요?

 

대중소설이라도 읽어야 할 터인데... 출처:fotolia
공감 중~ 출처: fotolia

데이비드 코머 키드와 에마누엘 카스타노는 소설 가운데 로맨스나 판타지 같은 대중소설보다 문학성이 높은 순수소설을 읽으면 공감능력 향상에 더 도움이 된다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진행합니다.

 

연구팀은 독서할 책을 기준 삼아 그룹을 나누어 연구를 진행합니다. △순수문학 부류의 단편소설을 읽은 그룹 △순수문학 부류의 장편소설을 읽은 그룹 △논픽션을 읽은 그룹 △대중소설을 읽은 그룹 △아무것도 읽지 않은 그룹으로 정리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들의 공감능력을 측정했습니다.

 

체호프(Chekhov)와 푸시킨(Pushkin), 도스토예프스키(Dostoyevsky) 등 러시아 고전문학의 거목들. 출처: fotolia 

이른바 순수문학에는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과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앨리스 먼로의 단편들,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s) 후보 리스트, '오 헨리 상' 수상작 리스트 등이 망라됐고요. 대중소설에는 아마존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른 소설 등이 포함됐습니다.

 

책을 본 뒤 그들에게 눈 사진을 보여줬다

 

각기 다른 조건에서 주어진 책을 읽은 피실험자들에게는 눈 부문만 제시돼 클로즈업된 서른여섯 명의 사진이 주어졌어요. 피실험자들은 사진 속 인물들의 눈만을 보고 그들의 감정 상태를 추론해야 했습니다. 기쁨이나 슬픔, 놀람, 짜증남 등의 단어가 객관식으로 주어진 사지선다형의 문항이 제시됐습니다. 

 

피실험자들은 제시된 사진 속 인물의 눈 부분만으로 그 사람의 감정상태를 추론했습니다. 출처:fotolia
피실험자들은 눈 부분만 제시된 사진을 보며 인물의 감정상태를 추론했습니다. 출처: fotolia

피실험자들은 한 명의 감정상태를 맞힐 때마다 1점씩 얻었습니다. 서른여섯 명의 감정상태를 모두 정확히 맞추면 총 36점이 되는 셈이죠. 눈만으로 타인의 마음을 어림짐작하는 'RMET'라 불리는 시험이었습니다.

 

통념이 사실로 밝혀져

 

5가지 조건에서의 RMET 시험 결과 △순수문학을 읽은 피실험자들은 25.9점 △논픽션을 읽은 그룹은 23.45점 △ 대중소설을 읽은 그룹은 23.2점 등의 평균점수를 기록했습니다. 논픽션과 대중소설을 읽은 그룹은 아무것도 읽지 않은 그룹의 점수와도 큰 차이가 없었는데요.

 

연구팀은 순수소설이 △문법적으로 정확하고 참신한 문장들을 구사하는 점 △스토리보다 인물 개개인의 심리 묘사에 중점을 두는 점 등이 독자들에게 참신함을 줘 공감 능력을 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대중소설 등은 등장인물의 성격이 평면적이고 스토리가 다소 진부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마음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물론 이 시험에서 순수문학으로 정리한 고전이 독자에게 깊은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대중소설 속 등장인물이 평면적이고 진부하다고 치부하는 건 별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제한적 실험 조건 하에서 이뤄진 시험이라는 점을 양지할 필요가 있겠죠?

 

해당 연구는 국제적인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습니다.

 

 

##참고자료##

 

강석기, 『과학을 취하다 과학에 취하다』, 서울:MID,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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