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울릉도 토양에 서식하는 토종 희귀 미생물으로부터 항말라리아 물질을 발굴했습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항암물질연구단이 발견한 울릉도 토종 희귀 미생물은 방선균이라는 미생물입니다. 방선균은 토양·식물체·동물체·하천·해수에서 서식하는 미생물입니다.
사실 과학자들은 미생물이 생산하는 물질들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고 있습니다. 때로는 항암제나 항생제 등 의약품으로 개발하기도 하고, 화학 구조의 다양성을 응용하기도 합니다.
방선균의 역할은?
미생물에서 유래한 물질을 탐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에 몰랐던 새로운 화학 구조를 지니는 화합물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약물과 차별화한 효과를 기대하는 신약을 개발할 때 이러한 화학 구조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방선균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양한 구조의 저분자 화합물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십년 간 과학자들은 신약을 개발할 때 방선균을 중요한 생물 자원으로 활용했습니다. 실제로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오무라 사토시 박사와 월리엄 캠벨 박사도 방선균 대사물을 응용해서 항기생충약(이베르멕틴·아버멕틴)을 개발했습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그동안 미생물에서 유래한 물질을 발굴하는 연구에서 이용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울릉도 토양에서 약 200여종의 방선균을 분리했습니다. 연구진은 희귀 방선균은 실험실 내에서 배양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는데요. 세균의 성장을 돕는 특수 물질(선별 배지)에서 매우 느리게 생장하는 균을 토양(울릉도 흙)으로부터 선택적으로 분리했습니다.
분리한 균을 긴 시간에 걸쳐 배양한 다음 배양 추출액의 성분을 조사해 생산된 화합물을 분석했습니다. 이어 방선균 배양액으로부터 4종의 신규 화합물들을 발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발굴한 화합물을 확인해봤더니, 특정 화합물은 세포 독성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특정 기생충에 강한 독성을 가졌습니다. 사람에 기생하며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원생 기생충 중 하나인 열대열원충이 바로 이런 기생충이었습니다. 또한 어떤 화합물은 구조를 화학적으로 바꾸면 열대 말라리아 약제에 내성을 가지는 기생충에 강했다고 합니다.
항암물질연구단 안종석 단장은 "국제 경쟁력을 보유한 천연물 혁신 신약 개발 과정에서 울릉도 토양을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