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를 다룬 영화의 배경에는 종종 병균이 대규모로 확산하면서 인류가 멸망의 위기를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파리가 이런 병균을 옮기고 다닌다면 어떻게 될까요. 최근 학자들의 연구는 이런 우려가 기우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브라질 리우데자이네루연방대학과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 미국 버지니아대 공공보전유전체센터 등이 공동 연구한 바에 따르면 파리는 생각보다 더 위험한 생명체이자, 오히려 또 잘만 활용하면 생각보다 유용한 생명체였습니다.
연구진은 백여마리의 파리를 채집해 파리가 퍼트리는 세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파리 단 한 마리가 백여개 이상의 세균을 전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중에서는 인류에게 유해한 세균도 다수 발견됐습니다.
이처럼 파리가 세균을 옮기는 이유는 독특한 섬모구조 때문입니다. 파리 다리는 물론 몸 전체에 가느다란 털이 잔뜩 붙어있는데요. 이 털에 세균이 묻으면 이를 그대로 싣고 날아가 다시 파리가 앉는 곳에 퍼트린다고 합니다. 마치 꿀벌이 꽃가루를 암술에 옮김으로써 수분을 완성하는 것과 유사하죠.
연구진은 이와 같은 파리 구조를 역이용하려고 이번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파리의 털에 붙은 세균을 모두 제거한 뒤 세균이 잔뜩 포진한 곳으로 파리를 보내 파리 섬모에 붙어온 세균을 포집하는 아이디어입니다. 이렇게 하면 인간이 채집하기 힘든 세균도 거의 원형 그대로 채집할 수 있습니다. 또 파리가 가져온 세균을 분석하면 향후 확산할 우려가 있는 질병도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과학자들의 생각이 현실화된다면 세균학은 보다 진일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세균을 채집하는 것은 물론 세균이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확산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전염병을 퍼트리기만 하던 파리가 오히려 전염병 방지에 혁혁한 공을 세우게 되는 셈입니다.
##참고자료##
tephan Schuster et al. The microbiomes of blowflies and houseflies as bacterial transmission reservoirs. Scientific Repo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