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공격하는 면역질환 '루푸스 원인 발견'
자신 공격하는 면역질환 '루푸스 원인 발견'
  • 함예솔
  • 승인 2018.12.19 14:00
  • 조회수 3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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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s1 유전자의 변이가 루푸스 발병에 영향. 출처: pixabay
Ets1 유전자의 변이가 루푸스 발병에 영향. 출처: pixabay

난치성 자가 면역질환인 루푸스의 치료제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면역 미생물 공생 연구단과 포스텍 연구진, 그리고 아주대학교 병원 유마티스내과 공동연구팀은 Ets1 유전자의 변이가 루푸스 발병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정 T세포가 질환을 유도하는 핵심인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는데요. 희귀 질환의 치료제 개발에 큰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루푸스 환자의 얼굴에 나타나는 나비모양 발진. 출처: 질병관리본부
루푸스 환자의 얼굴에 나타나는 나비 모양 발진. 출처: 질병관리본부

루푸스는 약 1천 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난치성 면역질환 중 하나입니다. 몸의 일부를 외부 인자로 인식해 자가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병입니다. 다양한 조직에 염증이 생기거나 기능을 상실하도록 유도합니다. 이에 신장, 관절 등에 염증이 생기고 제때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루푸스 발병과 관련 있는 60개 이상의 유전자 변이들이 발견됐지만, 실제로 어떤 유전자 변이가 질환까지 이어지는 건지 밝혀진 바가 없었습니다. T세포, B세포, 수지상 세포 등 다양한 면역 세포들 중 어떤 면역 세포의 이상이 루푸스 발병을 유도하는지 불분명했습니다.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법만 있을 뿐 궁극적인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Ets1 돌연변이에 의한 루푸스 발병 모식도.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Ets1 돌연변이에 의한 루푸스 발병 모식도.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IBS, 포스텍 연구진은 아시아계 루푸스 환자에게 가장 많이 발견되는 Ets1 유전자 변이에 주목했습니다. 임신혁 교수 연구팀은 면역 세포가 결손된 생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 변이로 인해 Ets1을 생성하지 못하는 생쥐에서 루푸스 환자와 비슷하게 비장의 크기가 비대해지고 임파선염, 피부염 등이 생기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생쥐를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에선 보고된 바 없었던 폴리큘러 도움 T세포 2(foilicular helper T cell 2, 이하 Tfh2 세포)가 매우 높게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Tfh2 세포는 항체 생성에 도움을 주는 T세포입니다. 연구진은 Tfh2 세포가 생쥐에도 존재함을 처음으로 밝혔음은 물론 Tfh2 세포의 증가가 루푸스 증상 유도로 이어짐을 처음으로 보고한 것입니다. 

 

Ets1 유전자 변이로 인해 나타나는 루푸스 증상.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Ets1 유전자 변이로 인해 나타나는 루푸스 증상.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더 나아가 연구진은 Tfh2 세포의 증가가 항체 생성을 촉진하는 인터루킨 4(IL-4)단백질의 증가와 밀접하게 연관됨을 밝혔습니다. Ets1 돌연변이가 Tfh2 세포의 급격한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이로 인해 건강한 장기를 외부 침입자로 인식해 공격하는 자가 항체가 유도되는 과정을 확인한 것입니다. 연구진은 항체 생성 과정에 관여하는 인터루킨 4를 타겟 삼아 활성을 떨어뜨리는 항체를 투여한 결과, 루푸스 증상이 완화됨을 확인했습니다. 

 

Ets1 돌연변이 생쥐에서 Tfh2 세포의 증가 그래프.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Ets1 돌연변이 생쥐에서 Tfh2 세포의 증가 그래프.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Ets1 유전자가 없는 생쥐로 동물실험을 마친 연구진은 실제 루프스 환자에서도 Ets1 유전자 변이가 면역계 이상 반응을 일으킬지 궁금증을 갖고 아주대학교 서창희 교수 연구팀에 공동 연구를 제안했습니다. 만약 Ets1 유전자 변이가 루푸스 발병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환자 치료제 개발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치료제 (IL-4 불활성화 항체) 투여 시 루푸스 증상 완화 효능.출처: 기초과학연구원
치료제 (IL-4 불활성화 항체) 투여 시 루푸스 증상 완화 효능.출처: 기초과학연구원

서 교수 연구팀은 국내 루푸스 환자의 혈액 속 T세포에서 Ets1 단백질 발현이 떨어졌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Ets1 유전자 변이는 루프스 환자의 질병 중증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Tfh2 세포가 동물실험에서와 마찬가지로 환자의 임상 증상 악화에 관여하는 면역세포에서도 크게 영향력을 미침을 확인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Tfh2 세포의 중요성을 제시했다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임신혁 교수는 "향후 Tfh2 세포의 생성과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면 제한적 효능을 가졌던 기존 약물의 한계를 넘는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향후 Tfh2 세포가 루푸스 뿐 아니라 항체로 인해 매개되는 다른 자가면역 질환에도 역할을 하는지 추가적인 연구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연구 성과는 면역학 분야 저명 학술지인 <이뮤니티(Immunity)>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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