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숙취는 알코올의 첫 번째 대사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숙취의 원인에 대해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숙취의 원인이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이유는 숙취를 주제로 진행된 연구가 적은 까닭인데요. 생명과학과 의학 문헌을 수록한 데이터베이스 <퍼브메드>를 보면 알코올을 주제로 진행된 연구 65만8천여건 가운데 숙취에 관한 연구는 400건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몇몇 과학자들은 숙취를 덮고 있는 비밀의 장막을 조금씩 걷어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숙취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장 유력한 이론은 '염증반응가설'입니다. 가톨릭의대 등 한국 연구팀이 밝혀냈죠.
'염증반응가설'에 따르면 우리 몸은 알코올을 일종의 병균으로 인식해 면역 체계를 작동시키고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이때 몸의 상태가 병균이 우리 몸에 침입했을 때와 유사하게 변한다고 해요. 숙취 상태에서 우리 몸의 면역을 책임지는 물질인 '사이토카인' 수치가 병균에 감염됐을 때와 비슷하게 나타난 것이죠. 또 건강한 사람들에게 사이토카인을 주사해 보니 숙취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숙취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숙취와 알코올 중독이 반비례 관계가 있다는 연구가 있는데요. 숙취를 심하게 겪는 사람일수록 알코올 중독에 빠질 위험이 낮았습니다. 숙취로 몸이 고달파 며칠 동안은 술에 대한 경계가 생기는 건데요. 반면 숙취가 없는 사람들은 그 다음 날 또 마시기 때문에 알코올을 더 자주 마신다고 하네요. 과학기고 전문가인 아담 로저스의 책 <proof>에 따르면 5명 중 1명은 술을 마셔도 숙취가 없다고 합니다.
숙취를 줄이려면?
지난 2005년 <영국의학저널>에 실린 한 리뷰 논문은 숙취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숙취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라는 '밥 먹으면 배부르다' 같은 식의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는데요. 그럼에도 술을 피할 수 없다면 다소 숙취를 줄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술의 종류가 숙취의 강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술에는 물과 알코올 말고도 다양한 성분이 들어있는데요. 이들 성분들은 제각각 숙취를 강화하기도, 약화시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분들은 숙취를 강하게 하죠.
그렇기 때문에 숙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물과 알코올 이외에 다른 성분이 없는 술을 마셔야 합니다. 대표적인 술로는 보드카와 맥주가 있죠. 반면 위스키와 와인 등은 숙취를 강화하는 성분이 들어있다고 해요. 또 편두통이 동반되는 숙취에는 톨페남산과 부채선인장 껍질 추출물이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참고자료##
강석기, <사이언스칵테일>, 서울:MID, 2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