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억제제를 복용하지 않고도 탈모 환자가 다른 사람의 모발을 이식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국내 의료진이 동물 실험을 통해 이런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머리가 빠지면 처음에는 우선 약물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다음 단계로 고려되는 것이 모발 이식 방법입니다.
지금까지 모발을 이식할 때는 환자 자신의 피부 조각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유는 면역 반응 때문입니다. 다름 사람 피부에 있는 모발을 이식하면 탈모 환자 피부는 거부 반응을 일으킵니다. 만약 타인의 피부를 이식하면 반드시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서울대병원이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도 타인의 모발을 이식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연구진은 수지상세포에 주목했습니다. 수지상세포는 우리 몸속에 종양과 같은 비정상적인 세포가 생겼을 때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역할을 합니다. 수지상세포는 몸에 이식한 피부도 일종의 병균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서울대병원 연구진은 모발을 제공한 사람의 모낭을 조사했습니다. 여기 자외선을 투사해 모낭의 수지상세포가 모두 빠져나가도록 유도했습니다. 이후 인간과 동일한 면역체계를 가진 쥐 24마리에 이 모낭을 이용해 모발을 이식했습니다.
그 결과 이식된 모낭은 새로운 검은 머리카락을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또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도 않고 6개월 이상 모발이 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타인의 모발을 이식할 경우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연구를 주도한 권오상 서울대 교수는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모발을 이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새로운 의학적 근거를 얻었다"며 "임상에 적용하기까지 난관이 있겠지만 기존에 불가능했던 새로운 이식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장기이식학회지>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