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사람 구할까 말까…'계산공식' 있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할까 말까…'계산공식' 있다
  • 이상진
  • 승인 2019.01.16 07:10
  • 조회수 62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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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은 본래 선하다고 보는 성선설의 대표주자인 중국 춘추전국시대 사상가 맹자(孟子). 그는 인간의 마음이 본래 선하다는 것을 일종의 사고실험으로 증명하는데요. 

 

맹자는 우물에 빠질 위기에 처한 아이가 있으면 누구나 구하려고 달려들 거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pixabay

맹자는 우물에 빠질 위기에 처한 아이가 있으면 누구나 달려가 아이를 구해주려고 노력할 거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인간의 마음이 선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맹자는 이처럼 이른바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 남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인간 본성이 성선설을 뒷받침한다고 논증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맹자가 보면 피가 거꾸로 솟을 만한 공식이 있습니다. 바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할지 말지를 계산하는 공식인데요. 이 공식은 개체군유전학(population genetics)의 발달에 큰 기여를 한 스코틀랜드의 유전학자인 존 홀데인의 비범한(?!) 답변에서부터 시작됐어요. 

 

존 홀데인, "형제는 2명, 사촌은 8명 빠져야 구할 것"


존 홀데인은 20세기 중반까지 활동한 유전학자입니다. 복잡한 생물학 메커니즘을 수학을 이용해 간단한 방정식으로 정립하는 업적을 남겼습니다. 그는 신다윈주의의 기수로 평가받는 생물학자이기도 합니다. 

 

누군가 홀데인에게 "물이 불어난 강물에 당신의 가족 가운데 한 명이 빠졌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느냐?"고 질문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존 홀데인은 유전적 친밀도에 따라 타인을 도와줘야 할지 결정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출처:pixabay
존 홀데인은 인간이 유전적 친밀도에 따라 타인을 도와줘야 할지 결정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출처: pixabay

보통의 사람이라면 당연히 물속으로 뛰어들어 구하거나, 도움을 청하기 위해 뛰어갈 것이라고 대답할 것 같은데요. 홀데인은 "강물에 빠진 사람이 내 형제라면 2명이 빠져야 기꺼이 물속으로 뛰어들 테고, 사촌이 빠졌다면 8명 정도는 빠졌어야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홀데인을 향한 맹자의 '피꺼솟'이 2,300여년의 세월을 뚫고 올라오는 게 느껴지는데요. 급기야 20세기 최고의 진화이론학자로 평가받는 영국의 윌리엄 해밀턴 교수는 홀데인의 말을 기초로 수학적 공식인 '해밀턴의 규칙'을 만들어냅니다.

 

rb>c

 

해밀턴의 규칙은 'rb>c'라는 방정식으로 표현되는데요.

△r은 유전적 연관도(genetic relatedness)

△b는 이득(benefit)

△c는 손실(cost) 등을 의미합니다.

 

일단 계산 먼저! 출처: pixabay

유전적 연관도는 물에 빠진 사람과 자신이 얼마나 유전적으로 거리가 있는지를 나타내는데요. 자신을 중심으로 한 단계씩 멀어질 때마다 '자기 자신'의 경우 유전적 연관도가 100%이므로 '1', 부모님의 경우는 유전 형질의 1/2씩 물려받았으므로 유전적 연관도가 '1/2', 자식도 내 유전형질을 50% 물려받았으므로 '1/2'입니다. 형제 자매도 마찬가지죠.

 

반면 조카의 경우에는 1/4이, 사촌은 1/8이 됩니다. 해밀턴의 규칙에 따르면 홀데인의 말처럼 '형제 2명(1/2*2) = 사촌 8명(1/8*8) = 자기자신(1)'이 되는데요.

 

위의 공식에 따르면 물에 빠진 사람을 통해 얻게 되는 이익(b)과 유전적 연관도(r)를 곱한 값이 손실(c)보다 커야 이타적 행동이 나타나게 됩니다. 따라서 조카나 사촌으로 갈수록 유전적 연관도 값이 작아져 더 많은 이익이 필요해집니다. 혹은 연관도 값이 적은 여러 사람이 모며야 손실보다 숫자가 커질 겁니다. 

 

윤리를 계산할 수 있는가

 

철학의 한 분과인 윤리학에 '자연주의적 오류'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자연주의적 오류'란 '모든 사람이 쾌락을 좋아하기 때문에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절대선'이라는 주장처럼, 어떤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이 윤리적으로 옳다고 판단하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사실 판단과 가치 판단을 혼동한 오류입니다.

 

이처럼 해밀턴의 규칙으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존재에서 당위를 이끌어내는 '자연주의적 오류'일 수 있습니다. 

 

순수한 이타심으로 타인을 돕는 사회가 건강할 사회가 아닐까요? 출처:pixabay
왜 이타적인 인간이 존재할까. 출처: pixabay

인간은 유전적인 연관성 없이도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맹자는 우물에 빠지려는 아이를 구하는 이유가 아이의 부모와 사귀기 위해서도 아니고, 마을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거나,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도 아니라고 강조했는데요.

 

여러분이 물에 빠진다면, '이웃집과학자'는 언제든 당신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들 준비가 돼 있습니다. 암요.

 

 


##참고자료##


정용, 정재승, 김대수, <1.4킬로그램의 우주, 뇌>, 서울:사이언스북스, 2014.

김태길, <윤리학>, 서울:철학과현실사, 2010.

이강수, <중국 고대철학의 이해>, 파주:지식산업사,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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