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깼는데 남자친구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어요"
이 일은 중국 남동쪽 항구도시의 샤먼에 첸(Chen)이란 여성에게 발생한 실제 이야기입니다. 남자친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거죠. 그녀는 불안감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는데요. 병원에서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말하는 것은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해당 의사는 여성이었습니다. 반면, 진료실로 들어온 다른 남자 환자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첸이 진단받은 병명은 '역경사형 난청(reverse-slope hearing loss, RSHL)'이었습니다. 이는 저주파 소리를 듣지 못하는 환자들의 청각 상태를 일컫는데요. 남자 목소리 뿐만 아니라 차가 윙윙거리는 소리, 천둥소리, 전화 음성 같은 저주파 소리를 듣기 힘들다고 합니다.
틴펜 청력센터(Thigpen Hearing Center)에 따르면, 역경사형 난청이 있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러한 증상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른다고 하는데요. 미국과 캐나다에 약 3천 명의 사람이 이러한 증상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청력을 상실하는 경우는 12,000건 당 1건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즉, 첸의 사례가 매우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역경사형 난청과 반대되는 경사형 난청(ski-slope hearing loss)도 있는데요. 이는 역경사형 난청과 달리 고주파의 소리를 식별해내지 못하는 증상이라고 합니다. 이 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남자 목소리보다 오히려 음의 높이가 높은 여성, 어린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유전학과 관련돼 있으며 메니에르병이나 바이러스 감염과 같은 특정 질병으로 유발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메니에르병은 귀에 발생하는 질병으로 현기증과 이명, 난청을 동반한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역경사 난청이 발생할 수 있는 또다른 원인으로 내이에 있는 유체 압력의 변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귀의 가장 안쪽 부분에 있는 내이에는 내림프(endolymph)라는 귀 미로 속에 액체가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