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 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받는 느낌, 이것이야말로 불안의 원천이다"
-알랭 드 보통 <불안> 中
인간은 살면서 늘 불안감을 안고 살아갑니다. 불안 장애는 이유 없이 불안을 느끼거나 불안의 정도가 지나친 정신 장애를 가리킵니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성인 5명 당 1명 꼴로 불안 장애를 겪습니다.
그런데 <Neuron>에 게재된 한 연구에 따르면 연구자들이 뇌에 있는 해마에서 '불안 세포'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 불안 세포는 불안한 행동을 조절합니다. 인위적으로 빛을 통해 통제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과학자들이 정말 불안의 원천을 발견하기라도 한 걸까요?
이번 연구에 참여했던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신경과학자 Mazen Kheirbe은 "우리는 불안감을 느끼는 감정적인 정보가 뇌 안에서 어떻게 암호화 되는지 알고 싶었다"고 전했습니다. 연구팀은 칼슘 이미징(calcium imaging) 기술을 사용해 실험용 쥐의 뇌에 축소된 현미경을 삽입했습니다. 해마 속 세포 활동을 기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참고로 칼슘 이미징이란 격리된 세포나 조직에서 칼슘(Ca2+)의 상태를 보여주기 위해 고안된 기술인데요. 칼슘은 세포 내 중요한 이차 신호전달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기술은 칼슘 농도를 이미징함으로써 자극에 대한 세포의 활성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칼슘 이미징을 이용하면 살아있는 동물의 세포 내 칼슘을 광학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데요. 수백 개의 뉴런과 신경 아교 세포의 신경회로에서 칼슘 신호 전달과 관련된 연구를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실험에서 쥐는 미로 속에 갇혀 길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미로는 특수하게 제작됐습니다. 연구팀은 미로의 일부 경로를 개방된 공간과 높은 플랫폼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는데요. 쥐는 이러한 환경에 노출될 경우 포식자에게 취약해지기 때문에 불안감이 유발된다고 합니다.
미로 속의 벽이 더 이상 쥐에게 안전하지 않게 됐을 때, 연구원들은 쥐의 뇌 속에서 'ventral CA1(vCA1)'이라 불리는 해마의 일부 세포가 발화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쥐가 불안하게 행동할수록, 뉴런 활동은 활발해졌습니다. 컬럼비아대학교의 선임연구원인 Rene Hen은 "우리는 이 세포를 불안 세포라 불렀다"며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무서운 곳에 있을 때만 이곳이 활성화됐다"고 설명했습니다. vCA1 세포가 바로 불안 세포라는 건데요.
이 세포의 활성화는 감정을 통제하는 호르몬을 조절하는 뇌 영역인 '시상하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왜냐하면 이 과정은 사람에게서도 동일한 과정으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연구진은 불안함을 발생시키는 뉴런이 실험용 쥐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연구에 참여했던 컬럼비아대학의 바젤로스 의과 대학 Jessica Jimenez은 "우리가 해마에서 이 세포를 발견함으로써 전에 없던 치료법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고 말했습니다.
과학자들이 이 불안세포를 어떻게 잠재울지 알고 있었는데요. 연구팀은 광유전학 기술(optogenetics)을 이용해 vCA1 즉, 불안 세포에 빛을 비췄습니다. 그러자 이 세포는 잠잠해졌고, 미로 안에 갇혀있던 쥐는 즉각적으로 불안한 모습에서 벗어났습니다. 심지어 이전과 다르게 자신감 있게 움직이는 관측됐는데요.
물론, 이 제어 스위치는 한 가지 방법으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연구진은 빛의 설정을 변경해 이 불안 세포의 활동을 향상시켜 미로 속 실험용 쥐를 더욱 덜덜 떨게 만들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구팀은 뇌 안에 불안과 관련된 영역이 단지 vCA1 하나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연구진은 이 세포가 불안과 관련된 정보에 대해 배울 수 있는 확장된 회로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연구팀은 향후 쥐에게 적용했던 동일한 제어 스위치가 인간의 불안감도 잠재울 수 있을지 연구할 예정입니다. 우리의 뇌와 쥐의 뇌는 유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에게도 충분히 적용 가능할 거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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