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앤하이드? 성격 완변하는 메뚜기의 비밀
지킬앤하이드? 성격 완변하는 메뚜기의 비밀
  • 함예솔
  • 승인 2019.03.04 06:20
  • 조회수 6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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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보슈? 메뚜기 처음 보슈? 출처: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뭘 보슈? 메뚜기 처음 보슈? 출처: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사막 메뚜기라고 다 같은 건 아니었습니다. 암컷 사막 메뚜기가 어떤 환경에 있었느냐에 따라서 자손 메뚜기의 신체적 특징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삽 처럼 생긴 산란관을 흙 속에 꽂아 알을 낳아요~  출처: 책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삽 처럼 생긴 산란관을 흙 속에 꽂아 알을 낳아요~ 출처: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암컷 메뚜기의 꼬리 부분에는 두 개의 뾰족한 돌기가 있는데요. 이곳이 바로 메뚜기가 알을 낳는 산란관입니다. 마이노 울드 고타로 박사가 2011년 <Insect Physiolog> 저널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알을 낳기 전 2~6일 간의 짧은 민감기(sensitive period) 동안, 암컷 사막 메뚜기가 어떤 환경에 있었느냐에 따라 자손의 몸집 크기와 색깔이 결정된다고 합니다. 

 

고독상 vs 군생상 '지킬앤하이드?'

 

고독상 사막메뚜기의 성충. 얌전하게 생겼나요? 출처: 책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고독상 사막 메뚜기의 성충. 출처: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민감기 동안 붐비지 않고 비교적 고립된 환경에 있었던 암컷 메뚜기의 경우 상대적으로 작은 알을 낳게 되는데, 부화한 유충은 초록빛을 띠는 고독상 형태의 메뚜기라고 합니다. 

 

군생상 유충의 무리. 무슨 군대 같아.. 출처: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군생상 유충의 무리. 출처: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반면 민감기 동안 붐비는 환경에 있던 암컷 메뚜기는 좀 더 커다란 알을 낳고, 짙은 색의 군생상 형태의 메뚜기가 태어납니다.

 

책 표지가 이 모양입니다. 클릭하면 서점 사이트로 이동합니다.
책 표지가 이 모양입니다. 서점으로 이동합니다.

일본의 메뚜기 박사 마이노 울드 고타로 박사가 쓴 책 <메뚜기 잡으러 아프리카로>에 따르면, 드문드문 서식하는 저밀도 환경에서 발육한 개체는 '고독상'이라고 불리며 일반적으로 초록색을 띤 온순한 메뚜기가 되고 서로 피한다고 합니다. 반면 주변에 동료 개체가 많은 고밀도 환경에서 발육한 부류는 무리를 이루며 활발히 움직이고 유충 또한 노랑이나 검정 등 눈에 띄는 색을 갖는다고 합니다. 성충이 된 군생상은 몸에 비해 날개가 길어져 비행에 적합한 형태가 됩니다.

 


고독상과 군생상은 오랫동안 각각 다른 종의 메뚜기인 것으로 인식됐습니다. 그러다가 1921년 러시아의 곤충학자 우바로프경이 평소 고독상이던 메뚜기가 무리 속에 들어가면 군생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밝혔고, 이를 '상변이'로 명명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규모로 메뚜기 떼가 출현할 때는 모든 개체가 군생상이 돼 해충으로 변한다고 합니다. 마치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주인공처럼 성격이 완전히 바뀌는 셈이죠.


'메뚜기지킬'의 비밀은 더듬이

 

비밀은 안테나~ 출처: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더듬이에 비밀 있다. 출처: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마이노 울드 고타로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암컷 메뚜기의 더듬이로 감지되는 촉각으로 인한 자극 때문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마니오 울드 고타로 박사는 고독상 암컷 메뚜기 성충을 다른 메뚜기들이 우글우글 붐비고 있는 곳에 놓고 시각, 후각, 촉각 자극에 모두 노출시켰다고 합니다.

 

떼 지어 있는 사막메뚜기 유충. 출처: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떼 지어 있는 사막메뚜기 유충. 출처: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그 결과 촉각 자극이 매우 중요한 요인임을 알게 됐습니다. 특히 메니큐어로 코팅한 듯한 메뚜기 신체부위 중 '더듬이'가 붐비는 환경에서의 물리적 자극을 감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고독상 암컷 메뚜기의 더듬이를 제거하거나, 더듬이를 왁스로 덮는 또 다른 실험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징그럽게 많다.. 출처: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우아악! 출처: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메뚜기떼는 '신의 형벌'로 불릴만큼 출현 자체가 큰 재앙입니다. 한 번 나타나면 수백억 마리가 떼를 지어 천지를 뒤덮습니다. 이는 도쿄 면적 정도의 대지가 완전히 뒤덮일 정도인데요. 사막 메뚜기는 자기 몸무게의 2배나 되는 양의 작물을 먹어치우는 엄청난 식욕을 지녀 농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힙니다. 메뚜기 성충은 바람을 타면 하루에 100km 이상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그 피해는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다고 합니다. 

 

책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에 따르면 지구 육지 면적 20%가 이 메뚜기로 인해 피해를 입었으며 연간 피해 총액은 서아프리카에서만 400억 엔(약 4,000억 원) 이상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는 동아프리카의 빈곤을 부추기는 한 요인으로 꼽히는데요.

 

따라서 '신의 형벌'이라 불리는 군생상 메뚜기 떼가 출현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메뚜기가 고독상에서 군생상으로 상변이하는 매커니즘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고자료##

 

마에노 올드 고타로,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해나무, 2018

Maeno, Koutaro, Seiji Tanaka, and Ken-ichi Harano. "Tactile stimuli perceived by the antennae cause the isolated females to produce gregarious offspring in the desert locust, Schistocerca gregaria." Journal of insect physiology 57.1 (2011): 7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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