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소모는 줄이면서 정보처리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칩 제작 기술이 국내서 등장했습니다. 초미세 반도체 입자인 '그래핀 양자점' 제작 기술입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서울대, 영국 맨체스터대와 공동으로 그래핀 양자점을 기존보다 효과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그래핀은 탄소원자가 육각형으로 결합한 구조의 신소재입니다.
그래핀 양자점은 나노미터 크기의 반도체 나노입자입니다. 전류를 흘려주거나 빛을 쪼여주면 발광하는 특성이 있어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로 주목받고 있죠. 또 적은 양의 전기를 쓰면서 빠르게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양자정보통신 기술에도 적용될 수 있는 각광받는 소재입니다.
지금까지 그래핀 양자점은 흑연 덩어리를 얇게 벗겨내 만드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 각종 불순물이 전자 흐름을 방해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래핀 양자점이 본연의 전기적·광학적 특성을 나타내기 어려워지는 것이지요.
연구진이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도입한 건 '백색그래핀'입니다. 신 교수팀은 백금 나노입자가 배열된 실리카(SiO₂) 기판 위에 육방정계 질화붕소를 올린 뒤, 메탄(CH₄) 기체 속에서 열처리 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래핀 양자점이 규칙적으로 배열되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저전력·고효율 반도체 칩 구현 가능한 원천 기술 개발한 것이죠.
연구진은 이 기술로 균일한 배열을 가진 그래핀 양자점을 제작했을 뿐만 아니라, 크기(7∼13㎚)까지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또 불순물을 최소화해 전자를 안정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신현석 UNIST 자연과학부 교수는 "UNIST가 개발한 기술은 향후 빠른 정보처리와 저전력으로 작동하는 전자기기에 적용돼 기술적 진보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