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특정 부위 둔화시키면 '유연한 사고↑'
뇌 특정 부위 둔화시키면 '유연한 사고↑'
  • 이상진
  • 승인 2019.01.30 16:20
  • 조회수 6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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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두엽 기능의 상실로 인생이 바뀐 사람

 

피니어스 게이지(1823-1860)는 인간의 뇌와 관련된 연구사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인데요. 미국의 한 철도회사에서 감독관으로 일했던 그는 1848년 9월 13일, 버몬트 주의 철도공사 현장에서 실수로 다이너마이트가 터져 철근이 두뇌를 관통하는 사고를 겪습니다.

 

피니어스 게이지의 뇌와 그의 뇌를 관통한 뇌막대기는 현재 하버드대학교의 의학박물관에 전시되고 있습니다. 출처:wikimedia commons
피니어스 게이지의 뇌와 그의 뇌를 관통한 뇌막대기는 현재 하버드대학교의 의학박물관에 전시되고 있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철근은 게이지의 왼쪽 뺨부터 오른쪽 머리 윗부분을 뚫고 지나갔습니다. 그 결과 게이지는 왼쪽 대뇌의 전두엽이 손상되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됩니다. 응급 치료를 받았지만 머리에 지름 9cm가 넘는 구멍이 생겼죠.

 

당시 모두 게이지가 곧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하지만 사고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게이지는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문제는 그의 온순했던 성격이 괴팍하게 변했다는 건데요. 결국 사회에서 부적응자가 된 게이지는 보호소에서 가난뱅이로 죽게 됐다고 알려졌습니다.

 

충동조절·미래계획 하는 왼쪽 전전두엽, 상상력은 저하시켜

 

게이지의 사례로 보듯이 전두엽, 특히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충동을 조절하는 기능을 도맡는데요. 미래를 계획하는 등의 역할도 합니다. 이는 다른 동물들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인간 특유의 뇌 발달입니다. 특히 전전두엽은 18~21세가 돼야 성숙하게 되는데요. 이런 까닭에, 청소년기가 질풍노도의 시기가 된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왼쪽 전전두엽의 기능을 떨어뜨리자 더 유연한 사고가 가능했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연구에 따르면 인간을 성숙하게 만드는 뇌의 전전두엽 가운데서도, 왼쪽 전전두엽의 기능은 창의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심리학과 연구팀은 지난 2013년 학술지 <Cognitive Neuroscience>에 왼쪽 전전두엽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이 유연한 사고를 돕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데요.

 

이때 유연한 사고란 상식을 벗어난 창의력을 의미합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의 유연한 사고의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서 실험 참가자들 세 그룹으로 나눠 머리에 '경두개 직류 자극(tDCS)' 장치를 부착합니다. 

 

tDCS는 양극과 음극으로 나뉘는데요. 양극이 붙어있는 뇌의 부위는 활동이 촉진되고, 음극이 붙어있는 뇌의 부위는 활동이 저하됩니다. 연구팀은 실험에서 음극만을 사용했습니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의 뇌에 tDCS를 붙이고 기능을 떨어뜨렸습니다. 출처: fotolia

첫 번째 그룹은 오른쪽 전전두엽에 tDCS를 부착했고, 두 번째 그룹은 왼쪽 전전두엽에, 마지막 그룹은 대조를 위해 가짜 tDCS를 부착했습니다.

 

연구팀은 tDCS를 부착한 실험 참가자들에게 모니터에 핀셋과 칼 등 60가지의 물건들을 보여주고는 9초 안에 본래의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를 대답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예를 들어, 책을 보고 냄비 받침대나 불쏘시개로 쓴다고 말하면 유연한 사고를 했다고 인정하는 식이죠. 

 

책을 읽는 용도 외에 불쏘시개 등으로 사용한다고 대답하면 유연한 사고를 한 것으로 인정! 출처: pixabay

연구 결과 오른쪽 전전두엽에 tDCS를 붙인 그룹과 가짜 tDCS를 붙인 그룹은 유연한 생각을 떠올리는 데 평균 5초가 걸렸습니다. 반면 왼쪽 전전두엽에 tDCS를 붙인 그룹은 평균 4초만에 주어진 사물의 본래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를 떠올렸습니다.

 

또 60가지 사물 가운데 다른 용도를 떠올리지 못한 사물의 개수에서도 차이가 났는데요. △오른쪽 전전두엽에 tDCS를 붙인 그룹은 평균 15개 △가짜 tDCS를 붙인 그룹은 평균 13개 등의 사물에 대해 다른 용도를 대답하지 못한 반면, 왼쪽 전전두엽에 tDCS를 붙인 그룹은 평균 8개를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참고자료##

 

강석기,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 서울:MID, 2014.

Evangelia G. Chrysikou, Roy H. Hamilton, H. Branch Coslett, Abhishek Datta, Marom Bikson, Sharon L. Thompson-Schill. Noninvasive transcranial direct current stimulation over the left prefrontal cortex facilitates cognitive flexibility in tool use. Cognitive Neuroscience,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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