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생활은 물론이고, SNS의 세상에서도 이미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만 소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로운 친구 추천이 뜨면 '아, 또 스팸이네'라고 중얼거리며 '바로 차단'해버리는 식인데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새로운 인간관계가 귀찮아지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나이 들수록 시간 아끼려 인간 관계에 '부담'
심리학에서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새로운 관계 형성을 꺼리는 이유를 '사회정서적 선택이론'으로 설명합니다. 사회정서적 선택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스스로의 유한함을 느끼게 되는데요. 이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를 원하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인간 관계를 맺지 않는 성향을 갖게 됩니다.
쉽게 말해 자신과 정서적 유대감을 제대로 형성할지 확신을 갖지 못하는 상대에 대해, 시간을 낭비하길 원치 않는다는 말인데요. 이런 행동 양식은 유년 시절과 청년 시절을 지나오면서 적잖은 인간 관계에 느낀 피로감과 실패의 경험에 기인합니다. 인간 관계를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이죠.
심리적 요인 외에 생리적인 요인도 있어
동물생태학적 연구에 따르면 사회정서적 선택 이론 외에 제한된 인간 관계만를 추구하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독일 동물인식행동학 연구소와 스위스 취리히대학 심리학과 등 공동연구팀은 지난 2016년 학술지 <Current Biology>에 바바리짧은꼬리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행동 실험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데요.
연구팀은 먼저 원숭이 나이대에 따라 새로운 상황에 대한 관심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봤습니다. 연구팀은 다양한 장난감을 원숭이들에게 던져주고, 원숭이들이 얼마나 오래 새로운 장난감에 집중하는지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새끼 원숭이들은 장난감을 오래 갖고 놀았지만, 원숭이 나이로는 청년에 해당하는 8세만 돼도, 채 2분도 장난감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관심도가 나이에 따라 현저히 낮아진 것이죠.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노화에 따른 인지력 저하와 근육 감소 등이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원숭이들의 나이에 따른 문제 해결 능력도 측정했는데요. 땅콩이 들어있는 통의 뚜껑을 닫은 채로 원숭이들에게 던져주자, 예상대로 나이가 어린 원숭이일수록 성공적으로 뚜껑을 열고 땅콩을 먹었습니다. 24살 이상의 원숭이들은 바로 뚜껑을 열기를 포기했고, 19세 이상의 원숭이들 가운데서는 뚜껑을 여는 데 성공한 원숭이가 한 마리도 없었습니다.
원숭이들은 사회 활동에서도 나이에 따른 차이를 보였습니다. 서로 털을 골라주는 행동의 시간을 측정해보자, 나이가 들수록 다른 원숭이의 털을 골라주는 시간이 짧아진 겁니다. 사회 활동이 위축된 것이죠.
연구팀은 "인간 이외의 영장류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관심과 인지 능력, 사회 활동 참여 등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며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동안 보이는 변화가 진화 이전에 뿌리 깊게 박힌 특성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참고자료##
강석기, <과학의 위안>, 서울:MID, 2017.
Laura Almeling, Kurt Hammerschmidt, Holger Sennhenn-Reulen, Alexandra M. Freund, Julia Fischer, Motivational Shifts in Aging Monkeys and the Origins of Social Selectivity, Current Biology, 26, 2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