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살면 가난하다는 고정관념이 존재합니다. 이는 500년 조선왕조의 이상적인 관료상인 청백리라는 이미지로 더 굳어진 것 같기도 한데요.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에는 "청백리 x구멍은 소구부리 같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이때 소구부리는 송곳구멍의 방언으로, 백성을 위하는 어진 청백리의는 가난한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우리의 편견을 뒷받침하는 심리학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합니다
착하면 가난해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경영대학원의 글래드스톤 교수와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샌드라 매츠 교수 등 공동 연구팀은 지난 2018년 말 학술지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성격이 개인의 재정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연구의 결과를 발표하는데요.
연구팀은 성격에 따른 경제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선행 연구들에서 표본으로 수집한 약 300만 명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또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여기에 5,000여 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오프라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연구팀은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원만성 △신경증 등 성격의 5가지 유형과 개인의 재정 상황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다양한 성격 특성 가운데 실험 참가자들의 재정 상황과 일률적으로 연관 관계를 나타낸 것은 '원만성' 뿐이었다고 해요. 연구진은 '착하다'는 성격의 정의를 이 '원만성'으로 치환했는데요. '원만성' 점수가 높은 피험자들은 '원만성' 점수가 보통이거나 평균 이하인 피험자들에 비해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선행 연구들 가운데는 약 25년 동안 피험자들을 유년 시절부터 추적 조사한 표본이 있었는데요. 연구팀은 이 표본을 분석해 어린 시절에 성격 유형에서 '원만성' 점수가 높은 사람이 성인이 된 후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높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원만성' 점수가 특히 높은 사람은 개인 파산할 확률이 50%나 더 높았습니다.
하지만 '원만성' 점수가 높은 사람들의 지능 지수가 떨어지거나, 돈을 잘 벌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는데요. 연구팀은 "원만성이 높은 사람들은 다만 돈 자체와 돈을 버는 일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글래드스톤 교수는 "여러 데이터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흔히 성격이 좋다는 사람들은 저축을 많이 하지 않는 반면 부채는 높았고 채무불이행비율도 높았다"며 "원만한 사람들의 경우 자신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재정 상황을 돌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서로 아주 다른 데이터들에서 비슷한 분석 결과를 도출해냈기 때문에 유의미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참고자료##
Sandra C. Matz and Joe J. Gladstone, Nice Guys Finish Last: When and Why Agreeableness Is Associated With Economic Hardship,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