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기대여명은 평균 82.7세입니다. 지난해 기준 남자는 79.7세를 살았고 여자는 85.7세를 살았죠. 기대여명은 0세 출생자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를 뜻합니다. 그런데 인체에서 이런 기대여명의 정보를 담고 있는 장소를 학자들이 발견했다고 합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는 기대여명 정보가 담긴 공간으로 핵인(核仁)을 지목했습니다. 세포소기관의 하나인 세포핵 내부에 있는 또 다른 소기관인 핵인은 리보솜 RNA의 입자가 모여 있는 공간입니다. RNA와 단백질로 이루어진 복합체인 세포질 속에서 단백질을 합성하는 역할을 하죠. 리보솜이 단백질을 만드는 덕분에 세포는 기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핵인이 바로 기대여명의 정보와 관련 있을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주장입니다.
사실 연구진이 이렇게 중요한 단서를 발견한 것은 우연에 가까웠습니다. 원래 연구진은 수명과 장수의 비결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흙속에서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선형동물의 일종인 예쁜꼬마선충을 대상으로 수명과 세포내기관의 관련성을 연구했습니다.
이렇게 수명에 대한 연구를 하던 도중 예쁜꼬마선충의 핵인을 비교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수명이 긴 예쁜꼬마선충들이 대체로 수명이 짧은 예쁜꼬마선충보다 핵인의 크기가 더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이런 현상을 발견한 이후 연구진은 혹시 핵인과 수명에 관련성이 있지 않을까 추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예쁜꼬마선충의 수명을 핵인의 크기와 비교해본 결과 양측에는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예쁜꼬마선충의 수명은 세포의 돌연변이와도 관련이 있었습니다.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핵인이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서 예쁜꼬마선충의 수명이 감소하게 되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예쁜꼬마선충에서 발견한 현상을 다른 동물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추가 연구를 실시했습니다. 일단 초파리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초파리 역시 수명이 긴 경우 수명이 짧은 초파리보다 핵인의 크기가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에는 흰쥐를 대상으로 실험했는데, 역시 마찬가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 인간의 경우에도 어느 정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입니다.
하지만 아직 뭐가 우선인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 연구진의 고백입니다. 즉, 핵인이 줄어서 수명이 줄어들었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수명이 줄어들어서 핵인도 줄어들었을 수 있다는 말이죠. 이번 연구에 참여한 막스플랑크연구소 관계자는 "단순하고 우연히 발견한 현상이기 때문에 아직 의학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금물"이라며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보다 정확한 인과 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습니다.
##참고자료##
Varnesh Tiku et al. Small nucleoli are a cellular hallmark of longevity. Nature Communicatio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