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급성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SARS)이 유행하면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사망자 수가 몇 명 이었을까요? 국제보건기구에 따르면 당시 연간 사스 사망자수는 302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에볼라 바이러스는 그 무섭다는 사스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낳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지난해부터 치사율이 60%가 넘는 에볼라바이러스에 619명이 걸려, 410명이 숨졌다고 합니다.
에볼라라는 이름은 처음 환자가 발생한 지역에 흐르고 있는 강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1976년에 처음 등장한 에볼라 바이러스는 자이르(현재의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처음 나타난 이 질병은 가장 강력한 바이러스 질병 중 하나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바이러스가 내부 장기를 침범하는 경우 출혈이 생기는 증상이 특징인데, 이런 특징을 빗대 에볼라 출혈열(hemorrhagic fever)이라고도 합니다.
미국 정부 산하 알러지와 감염병연구소는 이처럼 아프리카 대륙을 공포에 빠뜨린 에볼라 바이러스를 잡기 위해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의 유전자 분석을 실시했습니다. 이 환자는 약 한 달 동안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는 동안 매일 자신의 혈액을 병원에 기증했습니다. 덕분에 연구진은 일간 단위로 에볼라 바이러스 유전자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연구한 결과 원래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하면 백혈구가 크게 증가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에볼라 바이러스가 인체에 유입되면 백혈구는 오히려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서 염증이 생기고 상처가 생겨도 자연 치유되지 않는 현상이 발견됐습니다.
또 백혈구는 혈액을 응고시키는 역할도 하는데, 이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장기 손상을 일으켜 결국 합병증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에볼라 바이러스가 인체에 유입됐을 때 인체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관찰했다고 치료법까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 단지 한 명의 사례인 만큼 다른 인체에서는 다른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치료 방법을 찾으려면 일단 인체에서 벌어지는 현상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점에서 연구진의 이번 관찰은 중요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 연구진은 에볼라 바이러스에 걸린 환자의 피에서 바이러스만 분리할 수도 있었습니다. 치료 방법에 필요한 숙주를 얻게 된 것이죠.
미국 알러지와 감염병연구소는 "이번 연구를 통해 에볼라 바이러스 숙주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할 수 있었다"며 "꾸준히 연구를 진행한다면 언젠가 에볼라 바이러스를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과학중개의학>에 게재됐습니다.
##참고자료##
JC Kash et al. Longitudinal peripheral blood transcriptional analysis of a patient with severe Ebola virus disease.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