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자들은 운석이 남겨놓은 흔적을 분석하며 당시 지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려 애씁니다. 그런데 꼭 현장에 갈 필요가 있을까요? 현장이 아닌, 실험실에서 운석 충돌을 재현하려는 과학자도 있습니다. <Earth and Planetary Science Letters>저널에 게재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스토니브룩대학교 연구진들은 소형 고압 장치인 다이아몬드 앤빌을 이용해 운석이 충돌할 당시 그 곳의 물질들이 어떻게 변형됐는지 알아내려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다이아몬드 앤빌 장치는 단단하면서도 빛 투과성이 우수한 다이아몬드를 압력 전달의 모루(anvil)로 사용하는 소형고압장치입니다. 두 개의 다이아몬드 사이에 소량의 실리콘 나노시트 시료를 가두고 압력을 가해주는데요. 두 다이아몬드의 큘렛(culet)사이에 수십 마이크론 크기의 시료를 두고 힘을 가해 대기압의 수십~수백만 배까지의 압력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왜 운석이 충돌할 당시 상황을 알아내려고 이렇게 애를 쓰고 있는 걸까요? 과거 지구에 충돌한 운석에 대해 알게 될수록, 지구와 태양계의 다른 천체가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했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은 특정한 충돌 지점을 분석하면서 '운석 충돌로 인해 온도나 압력이 얼마만큼 높아질 수 있을까?' 같은 세부적인 사안을 알아갑니다.

과거, 과학자들은 충돌 크레이터에서 흔히 발견되는 세 가지 종류의 광물 변화에 따라 충돌을 구분했는데요. 장석 그룹(feldspar group)에 속하는 광물 중 조장석(albite), 아노사이트(anorthite), 사장석(plagioclase)으로 구분했습니다. 이 광물들은 충돌 시 결정 구조 일부를 잃어버리게 되는데요. 이번 연구에서 X-선 회절법을 이용해 운석 충돌과 같이, 광물이 갑작스럽게 압축될 때 광물의 원자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추적했습니다. 참고로 X-선 회절법은 결정으로 이뤄진 물질에 X-선을 조사해 산란된 X-선을 분석하고 결정의 구조를 알아내는 실험 방법입니다.

이번 연구의 주요 저자이자 스토니브룩대학교의 지구물리학자인 Melissa Sims은 "실험실에서 우리는 샘플을 빠르게 압축시키기 위해 가스 또는 액츄에이터로 제어되는 다이아몬드 앤빌 장치를 사용했고, 그러는 동안 X-선 회절 패턴을 수집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를 통해 우리는 완전한 압축 및 감압주기 동안 원자 구조가 어떻게 바뀌는지 관찰할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연구진은 약 80기가파스칼로 광물에 압력을 가했는데요. 이는 해수면 기준으로 지구 대기압에 약 80,000배에 상응하는 압력이었습니다. 그러고나서 광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피기 위해 압축률을 변화시켰습니다. 연구진은 광물이 결정 구조를 잃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압축률'이란 사실을 발견했는데요. 천천히 압축될 때에 비해 빠르게 압축될 경우 광물이 저압에서도 결정 구조를 완전히 잃어버렸습니다.

이는 충돌 크레이터에서 발견되는 광물에서 얼마 만큼 결정 구조를 잃어버렸는가 측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돌 당시 가장 높았던 압력과 온도를 추정해내는 데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연구진들은 충돌 당시의 조건 하에서 광물이 얼마나 변했는지에 대해 더 많은 조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연구의 저자는 연구진들이 운석이 충돌한 크레이터에 대해 더욱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운석 충돌 당시의 특정 온도와 압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이 기술을 잘 활용한다면 운석 충돌이 광물에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해선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과거, 지구에 어떤 일이 있었나 밝히려는 지질학자들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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