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육강식? '힘 세다고 다가 아냐'
약육강식? '힘 세다고 다가 아냐'
  • 이상진
  • 승인 2019.03.01 11:05
  • 조회수 42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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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야생은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잡아먹는 약육강식의 세계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사실 자연에서 살아남는 것은 힘이 센 동물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 유리한 조건을 우연히 타고난 동물이라고 합니다.

 

찰스 다윈 '적자생존' 힘이 기준 아냐

 

찰스 다윈은 진화론을 설명하면서 '적자생존'이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보통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고 해석되곤 하는데요. 사실 다윈의 적자생존은 그 기준이 힘이 아니라, '행동방식에 따라 어떤 형질을 가진 종이 생존할지 결정되는 것'입니다.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 출처:wikimedia commons
진화론을 고안한 찰스 다윈. 출처: wikimedia commons

예를 들어 무게가 최대 20kg까지 나가는 커다란 혹고니는 1kg밖에 되지 않는 검은 물닭에 비해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혹고니가 얼마나 번식하고 살아남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검은 물닭입니다. 

 

늦가을과 겨울에 혹고니와 검은 물닭은 호수나 저수지에서 수생식물을 뜯어먹으며 서로 먹이를 놓고 경쟁합니다. 비록 혹고니는 검은 물닭보다 힘이 세지만, 몸집이 크기 때문에 물닭보다 잠수 능력이 떨어집니다. 반면, 물닭은 호수 깊은 곳까지 잠수해 수생식물을 먹어치웁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두 집단이 조화로운 공생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힘이 세지만 잠수 능력이 떨어지는 혹고니는 호수 표면의 수생식물을 뜯어 먹고, 작지만 잠수능력이 좋은 물닭은 바닥의 수생식물을 먹는 식으로요.

 

혹고니(좌) 검은 물닭(우). 혹고니의 생존은 물닭에게 달렸어요. 출처: wikimedia commons

하지만 물닭은 표면의 수생식물부터 먹습니다. 잠수하지 않고도 먹이를 먹을 수 있는데, 굳이 물의 밑바닥까지 잠수해 들어가는 건 큰 에너지를 소비하거든요.

 

먹이감을 뺏긴 혹고니는 큰 몸집과 큰 부리로 작은 검은 물닭을 쪼아보지만, 몸집이 작은 물닭은 혹고니의 커다란 부리를 요리조리 피한다고 합니다. 마치 톰과 제리를 보는 것 같은데요. 그해 혹고니가 얼마나 번식할 수 있을지는 물닭이 얼마만큼 표면의 수생식물을 먹었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자연이 물리적 힘이 지배하는 세계가 아니라는 사실은 또 있습니다. 우리는 자주 잊곤 하지만, 인간 또한 곰과 호랑이 등 지구상 여러 맹수들보다 힘이 약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맹수들의 먹이를 효과적으로 빼앗았고, 맹수들의 목숨을 결정하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죠.

 


##참고자료##


요제프 H. 라이히홀프, <자연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박병화, 서울:이랑,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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