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는 과거 경험했던 위기, 공포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당시의 감정을 다시 느끼면서 심리적 불안을 겪는 증상입니다.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희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이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심리치료 요법의 효과를 세계 최초로 동물실험으로 입증하고 관련된 새로운 뇌 회로를 발견했다는 소식입니다.
현재 활용되고 있는 트라우마 치료법 중 하나가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EMDR)'입니다. 이 요법은 환자가 공포기억을 회상하는 동안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이게 시각적 자극을 주는 방법이죠. 임상의학에서 종종 활용되는 방법이긴 하지만 아직 그 원리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고통스러웠던 상황의 기억으로 공포반응을 보이는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생쥐에게 특정 소리와 함께 전기 자극을 주면 그 소리에 대한 공포기억이 형성됩니다. 이후에는 똑같은 소리만 들려도 몸이 굳어버리죠. 하지만 소리를 들려주되 전기 자극을 주지 않는 훈련을 반복하면 공포기억이 서서히 감소합니다. 연구진은 생쥐가 소리에 공포반응을 보일 때 좌우로 반복해서 깜빡이는 빛으로 자극을 주면, 얼어붙는 반응이 빠르게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또 시간이 지난 뒤나 다른 장소에서 비슷한 상황에 부닥칠 때 공포반응이 재발하는 비율도 전통적 공포기억 제거 방법보다 훨씬 낮았다고 합니다. 트라우마 치료에 사용되는 EMDR 방식의 효과가 생쥐에게서 나타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EMDR을 생쥐에게 적용한 실험을 통해 치료 효과 원리를 밝혀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광유전학 기법으로 뇌에서 안구 운동·주의 집중 등을 담당하는 상구(SC)와 상구에서 오는 신경신호를 받는 중앙 내측 시상핵(MD), 공포기억이 저장되는 편도체로 이어진 신경회로가 공포기억을 관장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입니다. 광유전학 기법으로 상구-중앙 내측 시상핵-편도체로 이어지는 신경회로를 강화하면 공포반응 감소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지만, 반대로 이 회로를 억제하면 공포반응 감소 효과가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희섭 기초과학연구원 인지 및 사회성연구단장은 "앞으로 공포기억 억제 회로를 조절하는 약물이나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에 집중해 트라우마를 쉽게 치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Nature>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