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오퍼튜니티(Opportunity)!
굿바이, 오퍼튜니티(Opportunity)!
  • 함예솔
  • 승인 2019.02.17 08:15
  • 조회수 8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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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오퍼튜니티. 출처: NASA
굿바이, 오퍼튜니티. 출처: NASA

우리 시대의 위대한 탐험 이야기가 공식적으로 끝났습니다. 15년 전 90일 간의 화성탐사 임무를 받고 화성으로 떠났던 오퍼튜니티는 계획보다 55배 더 긴 수명을 이어가며 화성 표면을 14년 293일 동안 탐사했습니다. 무려 45.16km의 거리 움직였습니다.

 

지난 2월 13일, NASA는 오퍼튜니티 탐사선의 영면을 공식 발표했는데요. 화성의 맹렬한 먼지 폭풍이 발생한 약 8개월 동안 최대 절전모드에 들어갔던 오퍼튜니티 탐사선이 NASA의 마지막 부름에도 끝내 깨어나지 못한 겁니다. 이로써 인류는 오퍼튜니티호에 영원한 작별을 고하게 됐습니다.

 


NASA의 과학탐사국(Science Mission Directorate) 소속 Thomas Zurbuchen은 캘리포니아의 제트추진연구소의 한 행사에서 "오퍼튜니티 미션이 종결됐다"며 "화성탐사로봇 미션을 종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물을 찾아서

 

2003년 7월 7일 오퍼투니티호가 실린 로케트가 발사됐다. 출처: NASA
2003년 7월 7일 오퍼튜니티호가 실린 로켓이 발사됐다. 출처: NASA

2003년 여름, 스피릿호와 오퍼튜니티호는 화성탐사로봇 미션을 위해 각각 화성으로 발사됐습니다. 2004년 1월, 몇 주 간격을 두고 화성에 착륙했는데요. 먼저 착륙한 건 스피릿호였습니다. 스피릿호는 화성의 적도 남쪽에 위치한 구세프(Gusev) 분화구에 착륙했는데요. 오퍼튜니티호는 스피릿호가 착륙한 반대쪽의 메리디아니 평원에 착륙했습니다.

 

이후 두 탐사선은 화성표면 탐사에 들어갔습니다. 임무 기간은 90일이었는데요. 그동안 두 탐사선은 과거 화성에 있었을지 모르는 물의 흔적을 찾아다녔습니다. 화성에 물이 있었다는 증거는 NASA의 바이킹 1호와 바이킹 2호 궤도선이 발견했는데요. 두 궤도선이 화성의 표면에서 수로(river channel)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오퍼튜니티는 이 흔적이 정말로 액체 상태의 물 흔적이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화성 표면에 보내졌습니다. 

 

제트추진연구소의 오퍼튜니티 프로젝트 관리인 John Callas은 "우리는 언제나 화성 표면에서 지속적으로 흘렀던 액체 상태의 물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해왔다"며 "오퍼투니티호가 광물에서 그 흔적을 발견하면서 이 사실은 확실하게 굳어졌다"고 전했습니다.

 

오퍼튜니티호의 셀카. 출처: NASA Content Administrator
오퍼튜니티호의 셀카. 출처: NASA Content Administrator

오퍼튜니티호는 화성 표면을 탐사하며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데이터를 통해 화성에 단순히 조그마한 물웅덩이나 연못이 있던것이 아니라 적어도 수 킬로미터가량의 물이 흘렀다는 점을 알아냅니다. 오퍼튜니티호는 화성 표면에서 채취한 점토 광물을 분석해 약 40억~35억년 전 화성에 pH 중성 상태의 물이 흘렀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지구에서 생명체가 탄생했을 때쯤 화성 역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참고로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화석인 스트로마톨라이트는 35억년 전 남세균으로 인해 만들어졌습니다. 남세균은 엽록소를 갖고 광합성을 하는 세균군입니다.

 

스피릿호가 화성 탐사하는 모습. 출처: NASA Content Administrator
스피릿호가 화성 탐사하는 모습. 출처: NASA Content Administrator

스피릿호 역시 엄청난 성과를 냈습니다. 스피릿호는 구세프 분화구에서 고대에 있었던 열수시스템을 발견했는데요. 오퍼튜니티와 스피릿호의 발견을 합쳐 추정해보자면, 고대 화성에서는 생명체가 활용할 수 있던 에너지원과 액체 상태의 물이 모두 있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후 NASA의 큐리오시티호는 게일(Gale) 분화구에서 지하수 유출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충적 선상지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큐리오시티호가 게일 분화구에서 발견한 물 흔적. 출처: NASA/JPL-Caltech/Univ. of Arizona
큐리오시티호가 게일 분화구에서 발견한 물 흔적. 출처: NASA/JPL-Caltech/Univ. of Arizona

골프 카트 크기의 조그마한 오퍼튜니티는 쌍둥이 탐사 로봇인 스피릿호와 함께 화성에서 과거 액체 상태의 물이 흘렀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하면서 과학자 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마음도 설레게 했는데요. 황량한 붉은 행성에 불과했던 화성이 한때 지구처럼 물이 흘렀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성은 더 이상 낯선 행성이 아니었습니다. 

 

기록을 깨다

 

놀라운 것은, 오퍼튜니티호와 스피릿호는 모두 계획됐던 수명보다 훨씬 오랫동안 화성 표면을 돌아다녔다는 점인데요. 안타깝게도 스피릿호는 2010년 모래 구덩이에 빠집니다. 교착 상태에 빠진 스피릿호는 다가오는 화성의 겨울에 원동력인 태양에너지를 얻기 위한 방향 재조정을 할 수 없었고, 끝내 얼어 죽습니다.

 

스피릿호가 2006년 수집한 새로운 지형의 360도 파노라마 이미지. 출처: NASA/JPL-Caltech/Cornell/NMMNH
스피릿호가 2006년 수집한 새로운 지형의 360도 파노라마 이미지. 출처: NASA/JPL-Caltech/Cornell/NMMNH

오퍼튜니티는 스피릿호가 꺼진 후에도 8년 간 스피릿호가 당했던 함정을 잘 피해다니며 탐험을 계속했는데요. 메리디아니 평원 외에도 4군대의 다른 분화구 둘레의 암석을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이동한 주행거리만 45.16km입니다. 

 

오퍼튜니티호가 지난해 8월 Beagle 분화구 근처에서 노출되어있는 암석을 마지막으로 분석한 뒤 멈췄다.. 출처: NASA/JPL-Caltech/Cornell
오퍼튜니티호가 Beagle 분화구 근처에서 노출되어있는 암석을 분석했다. 출처: NASA/JPL-Caltech/Cornell

2018년 5월 말 NASA의 화성 정찰 위성은 오퍼튜니티가 있던 폭 22km의 엔데버(Endeavre) 분화구 근처에 모래 폭풍이 몰아치는 상황을 포착합니다. 엄청난 소용돌이는 빠르게 커졌고, 오퍼튜니티 탐사선을 삼켜버립니다. 모래 폭풍은 곧 화성 전체로 퍼져나가 행성을 모두 가려버렸습니다. 모래 폭풍으로 대기가 가려지면서 오퍼튜니티호 역시 배터리 충전을 위한 태양 에너지를 받을 수 없게 됐고, 오퍼튜니티는 동면 상태에 빠졌습니다. 오퍼튜니티는 탑재돼 있던 히터를 가동할 수 없었는데요. 화성의 온도가 떨어지면 오퍼튜니티 내부의 중요한 하드웨어 장치와 연결 부품들이 고장날 수 있습니다. 

 

우려하던 일은 현실이 됐습니다. 지난해 6월 10일 이후 더 이상 오퍼튜니티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모래폭풍이 지나간 후 오퍼튜니티의 모습. 출처: NASA/JPL-Caltech/Univ. of Arizona
모래 폭풍이 지나간 후 오퍼튜니티의 위치. 출처: NASA/JPL-Caltech/Univ. of Arizona

모래 폭풍은 7월 말 잦아들기 시작했고, 9월 중순 모래 폭풍이 약해지자 NASA는 오퍼튜니티를 깨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잠든 오퍼튜니티에게 명령을 내리고 이를 수신하지 살폈습니다. NASA 직원들과 탐사선팀에 따르면, 이 작업을 몇 달 동안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는데요. 왜냐하면 오퍼튜니티가 있는 지역은 11월부터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혹시나 오퍼튜니티의 태양광 패널을 덮고 있던 먼지를 털어내, 태양에너지를 재충전하게 하지 않을까 기대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의 기적은 없었습니다. 모래 폭풍이 오퍼튜니티호를 영원히 잠재웠습니다. 영원한 평안 속에 고이 편히 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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