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는 어떻게 개가 됐을까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됐을까
  • 이상진
  • 승인 2019.02.26 07:00
  • 조회수 88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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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는 약 4만년 전부터 인류와 함께 생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빙하시대의 인류가 사냥한 먹이의 찌꺼기를 늑대 일부가 함께 먹었다고 해요. 이 늑대들은 때때로 다른 늑대 무리들로부터 인간들을 지켜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왜 맹수인 늑대들이 인간과 함께 사는 선택을 했을까요?

 

빙하시대 끝나자 늑대 생존 어려워져

 

분자유전학 연구에 따르면 6마리의 암늑대가 모든 개의 조상일 가능성이 큽니다. 또다른 연구에서는 50마리의 암늑대가 개의 조상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개의 조상인 암늑대는 빙하기가 끝날 무렵 인간의 가축으로 길들여집니다. 기원전 1만5,400년 전쯤으로 추산된, 가축의 특징을 지니는 늑대의 뼈가 화석으로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인간과 늑대는 수만년 전부터 공생 관계였습니다. 출처: pixabay

빙하시대 인류는 대형동물들을 사냥해 먹이로 삼았습니다. 거대한 동물들을 사냥한 인간들은 식량을 통째로 먹지 못하고 일부 남기곤 했는데요. 이렇게 남은 고기를 늑대들이 와서 먹었습니다. 인간의 쓸모(?)를 발견한 늑대들은 다른 늑대나 맹수들로부터 인간을 보호합니다. 이때부터 인류와 늑대의 공존이 시작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함께 생활하며 점차 가까워진 인간과 늑대는 일종의 협업 관계였습니다. 인간 또한 늑대의 필요를 느꼈기 때문에 늑대의 새끼를 키우기도 했죠.

 

오랜 세월 이어져온 이 관계에 변화가 온 것은 빙하시대가 끝나는 시기인 1만년~1만5천년 전부터였습니다. 이때부터 인류는 중동과 동아시아에 정착해 본격적으로 가축을 사육하기 시작하는데요. 이 가축에 늑대도 있었습니다.

 

늑대는 수만년 전부터 인류와 동업자관계였습니다. 출처:pixabay
늑대는 체온 조절 기능이 약해 더위에 취약합니다. 출처: pixabay

일부 늑대들은 빙하시대가 황혼을 맞을 무렵 생존을 위해 인간에게 길들여지는 선택을 했습니다. 늑대는 체온 조절 기능이 약한데다 온몸이 털로 뒤덮여 있어 조금만 뛰어도 체온이 올라갑니다. 이런 조건으로는 가젤이나 치타를 사냥하기도 벅찼습니다. 더군다나 빙하기가 끝나 늑대가 잡아먹을 만한 대형동물들이 멸종하는데요. 대부분의 늑대가 굶주리게 됩니다.

 

이런 시기에 인간이 사냥한 먹이의 찌꺼기를 먹기로 한 늑대들은 생존에 유리했습니다. 거친 야생에서 어렵게 사냥감을 쫓는 것보다 '인간에게 사육되는 개'가 되는 것이 늑대에게 더 좋았던 것이죠.

 

가축화 과정서 늑대 유전체 변이 발생

 

분자유전학적 연구로 개가 조상인 늑대로부터 분리된 시기는 대략적으로 밝혀졌지만, 늑대가 어떻게 개가 되었는지에 대해선 지금도 논란이 있습니다. 미국 미시간대 인간유전학 연구팀은 지난 2018년 학술지 <BMC Biology>에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데요.

 

연구팀은 개와 늑대의 유전체를 비교 분석해 가축화 과정을 규명하려고 했습니다. 연구팀은 개가 가축화된 초기의 형질을 간직하고 있는 개를 연구하기 위해 품종 개량 과정에서 유전 형질이 단순화된 개가 아닌 떠돌이 들개의 게놈을 수집했습니다. 연구팀은 베트남과 포르투갈, 인도 등지의 떠돌이 개 43마리와 야생늑대 10마리의 게놈을 비교 분석한 결과 늑대에서 개로 가축화되는 과정에서 246가지의 유전체 변이가 일어난 것을 밝혀냈습니다.

 

연구팀은 늑대가 가축화되는 과정이 다른 동물들의 가축화 과정을 설명하는 가설인 '신경능선세포' 가설과 일치한다고 설명하는데요. '신경능선세포' 가설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능선세포가 배아의 발달 과정에서 유전적 변화를 일으켜 야생동물이 가축화되는 형질 변화를 유발한다는 가설입니다.

 

지금도 늑대는 거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끊임없는 투쟁을 이어가야 하는 반면, 개는 인간의 곁에서 상대적으로 몸 편히 살아갑니다. 유럽만 보더라도 늑대는 2만 마리에 불과하지만 개는 4천만 마리가 넘습니다. 인간에게 길들여진 늑대 일부는 이렇게 견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지난 300여년 동안 다양한 품종 개량의 과정을 거친 뒤 현재 전세계적으로 400여 품종의 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품종 대부분은 늑대와 달리 야생에서 살아남지 못합니다.

 


##참고자료##


요제프 H. 라이히홀프, <자연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서울:이랑, 2012.

Amanda L. Pendleton et al. Comparison of village dog and wolf genomes highlights the role of the neural crest in dog domestication, BMC Biolog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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