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영화를 보면 단골 장면이 있는데요. 바로 주인공이 차를 이용해 길거리의 좀비 떼를 뚫고 지나가는 장면입니다. 가끔은 너무 많은 좀비들이 달려들어 좀비 떼에 둘러싸인 채 차에 갇히기도 합니다. 만약 실제 좀비가 나타났다고 가정할 때 우리가 자동차로 좀비를 들이받아 물리치게 된다면 몇 마리나 잡을 수 있을까요?
물리학 교수이자 과학 칼럼니스트인 렛 얼레인은 좀비를 뚫고 지나갈 때 이웃님을 구해줄 수 있는 것은 오직 '물리학'이라고 말합니다. 렛 얼레인은 물리 공식을 사용해 자동차로 좀비를 얼마나 물리칠 수 있을지 계산했다고 하는데요.
시나리오1. 한 좀비가 차에 부딪혔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차에 좀비 하나가 부딪혔을 때입니다. 자동차는 좀비를 밀어내면서 속도를 증가시킬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뉴턴의 제3법칙을 생각해볼까요?
"한 물체 A가 다른 물체 B에 힘을 가하면, 힘을 받은 물체 B도 물체 A에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힘(반작용)을 가한다"
네. 바로 '작용-반작용'의 법칙인데요.
좀비와 차 사이에서도 이 법칙이 적용됩니다. 따라서 충돌이 일어나는 동안 좀비 역시 차를 밀어냅니다. 자동차와 좀비 양쪽에 작용하는 충격량은 크기는 같지만 방향이 반대인 셈이죠.
이렇게 자동차와 좀비는 양쪽에 작용하는 시간과 힘이 동일하기 때문에 둘 다 충격량(운동량의 변화)은 같아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서 있던 좀비가 자동차에 부딪히자마자 착 달라붙는 경우라면 어떨까요.
차가 달려가서 가만히 서 있던 좀비와 충돌한 것이기 때문에, 좀비는 움직이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충돌 후 운동량이 충돌 전과 같기 위해서는 자동차에 좀비가 달라붙어 자동차의 질량이 증가했으므로, 속도가 감소해야 합니다. 즉, 차가 좀비와 부딪힐 때마다 자동차의 속도는 줄어들게 되겠죠.
그렇다면 좀비가 붙어있지 않은 자동차의 경우엔 어떨까요? 자동차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타이어와 도로 사이의 마찰력이 적절하게 상호작용해야 하는데요.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아 자동차를 가속시키는 데 필요한 힘이 마찰력보다 커진다면 바퀴는 헛돌기만 할 것입니다(간혹 영화 장면 중에서는 좀비를 깔아뭉갤 때 나온 체액 때문에 바퀴가 헛돌기도 합니다). 적절한 마찰력이 있어야 자동차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즉, 차에 좀비가 부딪혔을 때 자동차는 약간 느려질 수 있지만 차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마찰력이 있다면 자동차의 속도는 줄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차에 부딪히는 좀비가 여럿일 경우입니다.
시나리오 2. '좀비 떼'와 자동차가 부딪힐 때
렛 얼레인에 따르면, 자동차가 좀비 떼와 충돌하는 것은 공기와 충돌하는 현상과 매우 비슷하다고 하는데요. 단, 좀비가 질량이 훨씬 더 많이 나가고 물체들 사이 간격이 좀 더 넓은 점이 다르다고 합니다. 렛 얼레인은 '공기저항의 힘'을 이용해 '좀비-항력'식을 만들었는데요. 공기 저항의 힘을 구하려면 공기의 밀도, 물체의 단면적, 물체의 형태에 의해 결정되는 항력계수, 물체 속도의 제곱을 모두 곱하면 된다고 합니다. 이를 좀비에 적용해봤습니다.
좀비-항력 = 공기의 밀도 × 물체의 단면적 × 항력계수 × (물체 속도)2
공기의 밀도는 약 1.2kg/m3입니다. 인간일 때 보다 좀비는 체액과 장기가 살짝 모자라기 때문에 조금 더 가벼울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에 좀비의 평균 질량을 대략 60kg이라고 가정해봅시다. 도로 위에 m2당 n명의 좀비가 있다고 설정합니다. 이 구역의 밀도는 m2당 60kg x n명의 좀비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왜 공기의 밀도(kg/m3)와 단위가 다르냐고요? 이는 공기 저항의 힘을 구하는 공식에서 물체의 단면적, 즉 차의 단면적을 차의 폭으로 바꾸게 되면 해결됩니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의 높이가 아니라 '폭'입니다. 공기의 밀도에 해당하는 좀비의 밀도를 m2당 kg으로 표현해도, 폭의 단위가 m이기 때문에 결국 최종적인 '좀비-항력 공식'의 단위(N)는 달라지지 않게 됩니다.
그렇다면 물체의 형태에 의해 결정되는 항력계수는 어떻게 구할까요? 일반적으로 공기를 뚫고 움직이는 물체에서 항력계수는 그 물체의 공기역학상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는데요. 여기서는 대략 0.8정도로 가정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좀비를 물리칠 차의 종류로는 '도요타 FJ 크루저'로 정합니다. 이 기종의 경우 폭은 약 1.9m, 질량은 2,000kg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모든 수치를 대입해서 좀비-항력식을 계산해봅시다. 자동차 속력이 40~80km/h 사이로 한다고 가정했을 때, 만약 m2당 좀비가 하나 있다고 생각해봅니다. 속도가 40km/h라면 항력은 5,700N(580kg)이 되고 80kg/h라면 2만 3,000N(2345kg)이 됩니다.
정답은?
자동차를 운전해서 뚫고 지나갈 수 있는 좀비는 얼마나 될까요? 자동차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마찰력이 좀비의 항력과 동일하다면 자동차는 계속해서 일정한 속도로 움직일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동차를 나아가게 하는 최대 마찰력을 구해봐야 하는데요. 최대 정지 마찰력을 구하는 식은 '항력계수 × 두 개의 표면을 함께 미는 힘(자동차의 무게)'가 라고 합니다. 보통 타이어가 마른 도로에서 항력계수가 약 0.7이라고 하는데요. 이를 도요타 FJ 크루저의 질량에 대입해 계산하면 최대 마찰력은 1만 3,700N이 됩니다.
운전 속도를 40km/h라고 가정하면 이 힘을 상쇄해 줄 m2당 좀비의 수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를 먼저 수치에 대입해 보면, m2당 좀비 수는 2.4명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80km/h로 속도를 높일 경우, 뚫고 갈 수 있는 좀비 수는 m2당 0.6명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왜그럴까요? 이는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무한한 수의 좀비를 뚫고 가는 상황을 계산했기 때문인데요. 좀비의 수가 한정되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좀비 밀도를 m2당 세명으로 가정한다면 우리는 자동차로 좀비를 뚫고 지나갈 수 있는데요. 자동차의 속도를 늘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자동차 속도가 느려지면서 좀비-항력이 변하게 된다는 점 인데요. 좀비 밀도를 m2당 세 명이라고 가정하고 출발 속도를 80km/h라고 할 때 자동차 속도가 40km/h까지 감소할 때까지 좀비를 뚫고 얼마만큼 움직일 수 있을까요? 이를 계산해보면 거리는 20.6m가 나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영화 속에서 많이 나오는 장면! 주택가의 좁은 도로에서 좀비들이 서있고, 주인공이 차에서 비장한 표정으로 그들을 덮칠 준비를 하고 있는 그 장면을 상상해봅시다. 좀비가 9m 폭의 주택도로에 1m2당 3마리씩 서있다고 하고 20.6m가량 운전한다면 주인공이 자동차로 해치울 수 있는 좀비의 수는 총 556마리가 된다고 합니다.
##참고자료##
렛 얼레인, <괴짜 물리학>, 북라이프,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