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대기는 높아질수록 점점 더 얇아집니다. 그러다 어느새 우주 공간이 나타나는데요. 여기서 잠깐! 지구 대기와 우주의 경계는 정확히 어디일까요?

카르마 라인(Kármán line)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대기-우주' 간 경계선은 바로 지상에서부터 100km 지점에 있는 '카르마 라인(Kármán line)'입니다.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센터의 천체물리학자인 Jonathan C. McDowell은 지난해 7월 <Acta Astronautica>저널에 게재된 연구에서 카르마 라인은 80km가 적절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는데요.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Space Physics>에 게재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지구를 감싸고 있는 대기층은 지구 지름의 약 50배인 63만km까지 확장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구 대기의 껍데기' 지구코로나(geocorona)
지구의 대기가 우주 공간으로 합쳐지는 곳에는 지구코로나라고 불리는 영역이 있는데요. 지구코로나(geocorona)는 대기권 가장 바깥의 얇은 층으로 외권(exosphere)이라 불리는 지점입니다. 이 영역은 중성수소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곳은 너무 얇기 때문에 그동안 측정이 어려웠습니다. 다만, 태양복사압(solar radiation pressure)이 지구의 중력을 압도하는 지점이 지구에서 약 20만km 떨어져 있어 그동안 과학자들은 그 지점이 지구코로나의 상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연구팀이 유럽우주국(ESA)와 나사(NASA)가 공동으로 수요하고 있는 소호태양관측위성(SOHO)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구코로나는 지구 중심으로부터 63만km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지구 중심에서 달 중심까지의 거리는 평균 38만4천km인데요. 이 말은 즉, 지구의 대기가 달을 끌어안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러시아 우주연구소의 물리학자인 Igor Baliukin은 "달은 지구 대기를 통과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요. '달-지구' 사이의 평균 거리를 생각해본다면, 지구 대기의 한 가운데를 달이 통과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관측 자료는 소호태양관측위성(SOHO)이 20년 전인 1996년과 1998년 사이 관찰한 것인데요. 이 데이터를 SWAN 장비(SWAN Instrument)에 입력해 지구코로나의 지도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SWAN 장치는 행성 간의 매체에 존재하는 중성수소 원자로 인해 후방 산란(backscattered)되는 태양의 Lyman alpha 광자(121.6nm)를 관측하도록 설계된 민감한 장비입니다.

우리는 지구에서 지구 코로나를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주에서 지구코로나를 관측할 수 있는 장비가 필요한데요. 아래 사진은 1972년 아폴로 16호 우주비행사가 지구코로나의 모습을 찍은 사진입니다.

SWAN 장비는 지구코로나(geocorona)의 빛을 선택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우주의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방출되는 Lyman alpha 광자를 걸러낼 수 있었습니다.
지구코로나가 이렇게 넓게 확장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수소 원자가 자외선을 산란시키기는 하지만, 우주비행사들에게 위험한 방사능 환경을 만드는 태양 폭발로 인해 발생되는 엄청난 양에 비하면 그 양은 무시할 정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 코로나의 범위가 확장됐다고 하더라도, 우주를 탐사할 때 많은 차이가 생길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이번 발견으로 지구코로나 내에 있는 모든 우주망원경들은 심우주(deep-space)를 관측할 때 Lyman alpha의 기준선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참고로 심우주란 지구로부터의 거리가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와 같거나 그보다 먼 거리에 있는 우주 공간을 뜻합니다.
프랑스 국립과학소(CNRS)의 천문학자이자 SWAN의 전 연구책임자였던 Jean-Loup Bertaux은 "별과 은하의 화학 구성을 연구하기 위해 자외선 파장으로 우주를 관측하고 있는 우주 망원경은 Lyman alpha의 기준선의 조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같은 분석을 종합하면 인간은 지구의 대기권을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에 후속 논의가 더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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