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를 철학적 이론이나 심리학적 탐구를 통해 연구하는 것을 넘어, 해부학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시기는 19세기부터입니다. 인류는 이탈리아의 의사인 카밀로 골지가 뇌에서 떼어낸 신경세포 조직을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 덕분에 뇌를 직접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
뇌의 신경세포를 연구하는 '골지 컬러링'
우리가 두개골 속을 들여다보면서 뇌를 관찰한다고 한들, 식별이 가능한 것은 두 가지밖에 없다고 합니다. 회백질과 백색질인데요.
회백질은 뇌 표면의 약간 어두운 영역입니다. 회백질에는 10의 11승 정도의 신경세포들이 분포돼 있습니다. 백색질은 속질이라고도 불리는데요. 백색질에는 회백질의 신경 세포들을 연결하는 일종의 케이블이 있다고 해요.
수많은 회백질 상의 뇌의 신경 세포는 각각 백색질의 케이블에 모두 연결돼 있습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현미경으로는 관찰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현미경으로도 특별한 과정을 거친 뒤에야 회백질과 백색질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일종의 염색이 필요한 상황이죠.
1873년, 이탈리아 파비아대학의 조직학과 병리학 교수였던 카밀로 골지는 질산은으로 떼어낸 신경세포의 조직만을 염색해 뉴런을 자세히 관찰하는 방법을 발견합니다. 이른바 '골지 컬러링'이라 불리는 방법인데요.
보통 평범한 잉크를 뇌에 풀어놓으면 뇌 전체가 파래지거나 새까매진다고 해요. 하지만 골지 컬러링 방법을 사용하면 염색 물질이 신경세포 단백질에만 달라붙게 돼 현미경을 통해 신경 세포만 관찰할 수 있게 됩니다.
골지는 자신의 '골지 컬러링'으로 관찰해본 결과 신경 세포들이 마치 그물과 같은 구조를 이룬다는 신경그물설(reticular theory)을 주장하게 됩니다. 이 공로로 골지는 190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게 되는데요.
하지만 재밌게도, 골지 교수의 신경그물설은 1906년에 자신과 함께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스페인의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에 의해 틀린 이론으로 밝혀집니다. 카할은 젊은 시절 화가가 되려 했을 정도로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고 해요.
당시는 현미경에 카메라가 없던 시절이라, 현미경으로 관찰한 바를 과학자가 직접 손으로 그려야 했는데요. 그림에 천부적 재능이 있던 카할이 관찰한 신경 세포를 그려본 결과, 골지의 주장처럼 뇌의 신경 세포가 그물처럼 서로 전부 얽혀있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나뭇잎 모양의 단일 세포로 뭉쳐있다는 이론을 발표합니다.
연구의 공로로 1906년 함께 노벨생리의학상은 받게 된 골지와 카할은 서로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골지는 카할의 이론이 틀렸다며 비판을 한 반면, 카할은 잠잠히 상을 받았다고 해요. 결국 후속연구들을 통해 골지의 이론이 틀리고 카할의 이론이 맞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참고자료##
김대식,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파주:21세기북스,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