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의 기원에 관한 표준모델은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생명체의 기원에 관해서는 다양한 가설이 존재합니다. 그 중 하나가 '심해의 열수분출공에서 생명체가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열수분출공(Hydrothermal vents)이란 심해의 해양판에 있는 갈라진 틈을 통해 열이 스며나오는 곳인데요. 생명체가 출현했을 당시 해양은 산성이었고, 양전하로 하전되어 있었습니다. 반면, 열수분출공은 음전하를 띤 알칼리성 물질을 배출했습니다.
해양 지각의 갈라진 틈에서 나오는 알칼리성 무기물이 산성의 바닷물과 반응하며 암석에 공극을 만들었습니다. 이 공극에는 다른 반응을 통해 생성된 화학 물질이 농축됐습니다. 그리고 분출공 주변의 철과 황으로 이뤄진 광물들은 철, 황 기반의 단백질이 오늘날 세포에서 작용하는 것처럼 반응을 촉진하도록 도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날에도 열수분출공은 복잡한 미생물 군집들을 수용하는데요. 이 미생물들은 열수분출공 안에서 나오는 용해된 화학 물질을 연료로 삼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생명체의 기원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열수분출공은 늘 호기심의 대상이 되곤합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NASA's Jet Propulsion Laboratory)의 우주생물학자 Laurie Barge 연구팀이 원시 지구의 열수분출공을 실험실에서 재현해봤습니다. 이번 연구를 위해 Barge 박사는 무려 9년 간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유기 화학 반응(organic reaction)을 이끌어낸 원시 지구의 열수분출공 환경을 실험실에서 재현한 최초의 연구라고 합니다.
핵심 물질부터 만들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NASA's Jet Propulsion Laboratory)의 우주생물학자 Laurie Barge와 그녀의 연구팀은 지구에서의 생명체의 기원에 관한 연구를 통해 외계행성에서 생명체를 찾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연구진은 해저의 열수분출공이 있는 곳에서 생명체의 구성 요소들이 어떻게 형성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하게 됩니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열수분출공을 재현하기 위해 비커에 지구의 원시 바다를 모방해 만든 혼합물을 채워 넣었습니다. 실험실에서 원시 지구 해양의 미니어처를 만든 셈입니다. 이 작은 해양에는 생명체의 필수적인 유기화합물 아미노산를 만드는 조건이 갖춰졌는데요. 참고로 아미노산은 마치 장난감 레고 블록처럼, 서로 결합하며 생명체를 구성하는 단백질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유기물과 무기물이 어떤 반응을 하고, 변화했는지 알아내는 것은 생명체가 탄생한 환경과 조건을 알아내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연구팀은 원시 지구의 해양에서 흔히 발견되는 성분을 실험에 사용했습니다. 아미노산의 형성에 필요한 물, 무기물, 그리고 생체의 중간 대사산물인 피루빈산(pyruvate), 암모니아를 넣어주었습니다. 또, 열수분출공 주변 온도와 맞추기 위해 70℃의 온도로 비커를 가열했습니다. pH 역시 원시 해양 환경과 동일하게 알칼리성 환경으로 조절했습니다. 원시 지구의 해양에는 산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혼합물에서 산소는 제거했습니다. 여기에 추가로 당시 풍부했던 수산화철(iron hydroxide)을 넣었습니다.
수산화철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의 한 종류 '알라닌(amino acid alanine)'과 알파하이드록시산의 한 종류인 '젖산(alpha hydroxy acid lactate)'을 생성합니다. 수산화철은 연구팀이 용액에 주입한 미량의 산소와 반응했습니다. 알파하이드록시산은 아미노산 반응물의 부산물이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이것 역시 생명체로 이어질 수 있는 복잡한 유기 분자를 형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태양계 밖에서도 가능할까
이번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해저의 열수분출공과 같이 햇빛이 들어오지 않고 어두운 곳에서도 지구의 화학에너지를 이용해 생명체가 탄생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즉, 지구처럼 열수분출공을 가지고 있는 다른 행성에서도 이와 비슷한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죠. 이는 태양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명체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설명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 태양계와 그 너머에 있는 거주 가능한 외계행성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와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는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후보지입니다. 이곳에는 얼음으로 덮인 표면 아래 열수분출공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햇빛 없이도 깊은 해양에서 생명체가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는가 이해하는 건 과학자들이 미래의 우주탐사 임무를 설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과학자들이 미래 화성 탐사선이 채취해온 샘플을 받아들었을 때 화성의 원시해양 혹은 철광물(iron minerals)에서 형성된 아미노산의 단서를 찾게 된다면 얼마나 놀라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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