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 사는 블랙핀 빙어는 추운 해양 환경에 서식합니다. 블랙핀은 담수 빙점 이하 온도에서 생존할 수 있는 특별한 동물인데요.
과학자들은 블랙핀 등 추운 지방에서 생존하는 빙어들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빙어는 기능성 헤모글로빈 유전자가 부족한 유일한 척추동물인데요. 참고로 헤모글로빈은 척추동물의 적혈구 속에 포함된 색소 단백질입니다. 헤모글로빈 때문에 척추동물의 피는 붉은 색을 띱니다. 빙어에 헤모글로빈이 전무한 수준이라는 건 빙어가 다른 척추동물과는 달리 혈액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빙어의 피는 희끄무레하죠.
최근 한국극지연구소와 미국 오리건대학교 신경과학연구소 등 국제연구팀이 블랙핀 빙어의 생존 비밀을 찾았다고 하는데요. 연구팀은 학술지 <Nature Ecology & Evolution>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가는 빙어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빙어의 유전자 3만개 이상을 매핑해 게놈지도를 완성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헤모글로빈이 결핍된 빙어는 건강한 적혈구가 부족해 산소를 결합시키는 단백질도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빙어의뼈는 매우 약하죠. 만약 사람이 빙어와 같은 상태였다면 만성 빈혈에 순환계 질환과 비만 등으로 고생했을 겁니다.
이런 특성이 오히려 생존 비법
연구팀은 빙어의 이런 몸 상태가 남극 같은 극지에서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특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헤모글로빈 결핍 수준의 빙어가 부족한 산소 결합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한 매커니즘을 진화시켰기 때문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빙어는 산소 결합 단백질이 결핍된 까닭에, 일종의 '부동액' 역할을 하는 다른 단백질을 생산한다고 하는데요. 이를 통해 극한의 환경인 남극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빙어는 남극이 냉각되기 시작한 1,000만~1,400만년 전, 부동산성단백질인 AFGPs 등을 발달시켜 극도의 추위를 견딜 수 있게 됐습니다.
연구팀은 "뼈의 손실과 혈구 생성 능력 감소, 순환계 문제 등을 극복하고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가는 빙어의 특성을 연구한다면, 인간이 헤모글로빈의 부족으로 겪을 수 있는 유사한 질환들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참고자료##
Bo-Mi Kim et al, Antarctic blackfin icefish genome reveals adaptations to extreme environments, Nature Ecology & Evolution,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