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쓰기 가능한 "인간의 게슈탈트적 능력"
읽기·쓰기 가능한 "인간의 게슈탈트적 능력"
  • 이상진
  • 승인 2019.04.02 06:50
  • 조회수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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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뇌 부분인 시각피질은 인간이 읽기와 쓰기를 하지 않던 시기 이전 수백만 년 동안 진화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읽기와 쓰기 능력 없이도 인간의 뇌는 진화를 거듭해왔는데요.
 

인간의 읽기과 쓰기 능력은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출처:pixabay
인간의 읽기과 쓰기 능력. 출처: pixabay

인간이 읽기와 쓰기를 시작한 시기는 고고학적으로는 지금으로부터 약 5천년 전으로 확인됩니다. 인간이 읽기와 쓰기가 가능해진 시점이 전체 인류 발달사로 보면 최근에 속하는 일인 건데요. 과학자들은 왜, 그리고 어떻게 인간이 읽기와 쓰기를 시작했는지 연구해왔습니다.

 

미학적 추구에서 시작

 

영국 요크대학교 고고학과의 데렉 호드슨 교수 또한 인간의 읽기와 쓰기에 대해 연구해온 과학자 가운데 한 명입니다. 호드슨 교수는 학술지 <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Reports>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인류가 초기에 '흔적'을 남긴 이유는 읽기와 쓰기처럼 상징적인 의미를 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학적인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하는데요.

 

논문에 따르면 인류는 읽고 쓰기 시작한 흔적이 발견된 5천년 전보다 훨씬 이전부터 표식 남기기를 통해 읽고 쓰는 능력의 예행 단계를 연습해왔습니다. 호드슨 교수는 호모 에렉투스가 사용했던 표식이 읽고 쓰는 능력의 초기 형태라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고고학자들은 약 54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가 반복적인 각도로 눈금과 선 등을 특징으로 하는 표식을 남긴 것을 발견한 바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반복적인 눈금과 선 등을 통해 인간은 시각으로 받아들인 정보를 시각피질로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인간의 뇌가 자연 현상을 선이나 눈금 등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인데요. 호드슨 교수에 따르면 미학적인 표현이었던 이러한 표식들이 마침내 읽기와 쓰기로 발전했습니다. 또 그는 우리의 두뇌가 글자를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게 된 배경에 게슈탈트적 능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게슈탈트는 심리학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형성하다·구성하다·창조하다' 등을 의마하는 독일어 'gestalten'의 명사형입니다. 허버트 뮬러 등은 게슈탈트라는 개념을 주장하면서 구체적 경험이 논리적 분석보다 앞선다고 봤죠.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단어들을 사용해도 구성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이 됩니다. 출처:pixabay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단어들은 구성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이 됩니다. 출처: pixabay

게슈탈트는 예를 들어, 한 권의 소설책이 그 속에 나열된 단어들의 뜻이나 개념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인데요. 셰익스피어가 쓴 이야기 속에 나온 단어들을 똑같이 사용해 다른 소설을 쓴다고 해도 단어의 순서나 뉘앙스,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전혀 다른 책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이처럼 호드슨 교수는 논문에서 반복적인 선과 교차점 등의 표식을 '레이아웃(배열)'하는 뇌의 능력은 다른 영장류 또한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데요. 인간의 두뇌는 자극의 패턴으로부터 단서를 뽑아내 주어진 것 이상의 의미를 찾는 등 능동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게슈탈트적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읽기와 쓰기가 가능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참고자료##


Derek Hodgson, The origin, significance, and development of the earliest geometric patterns in the archaeological record, 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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