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의 항생제 내성은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항생제 내성 문제는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 만큼이나 인류를 위협하는 요소로 알려졌는데요.
그동안 의료계는 항생제 내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항생제 과다사용이라고 분석해왔습니다. 인체에 침입한 박테리아가 항생제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박테리아는 강력한 항원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항생제 저항성 유전자를 획득하게 된다는 설명이죠.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이 생기는 다른 원인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항생제 내성이 환경오염탓?
영국 뉴캐슬대학 자연환경과학 등 공동연구팀은 학술지 <Environmental International>에 항생제 내성과 관련한 연구 논문을 발표하는데요. 논문에서 연구팀은 항생제 남용 이외에 항생제 내성을 일으키는 또 다른 주요한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연구팀은 북극에서 약 186마일 떨어진 북극해의 스피츠버그(Spitsbergen)의 서해안인 Kongsfjorden의 여덟 지점에서 40개의 토양 샘플을 채취했습니다. 연구팀은 채취한 토양 샘플을 대상으로 박테리아를 추출해 해당 박테리아의 DNA를 분석했어요.
해당 지역은 북극에서 꽤 흔치 않은 지형인데요. 왜냐하면 토양의 밀도로 볼 때 북극의 여느 지역 같지 않게 생명력 넘치는 야생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입니다. 또 얼지 않은 피오르드가 인접해 있는 지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연구팀이 분석한 이곳의 40개 토양 샘플에 있던 박테리아들 가운데 131개의 박테리아 DNA에서 대표적인 9가지 항생제와 관련된 내성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인간이 손이 닿지 않아 항생제 남용의 문제가 없는 자연 환경에서도 항생제 남용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DNA가 발견된 것이죠.
9가지 항생물질은 △aminoglycosides △carbapenem △macrolides △β-lactams 등이었습니다. 모두 세균의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 항생제들인데요. 사람은 물론 수인성 감염에도 주로 사용되는 항생물질입니다.
연구팀은 박테리아 DNA 분석을 통해 발견해 낸 항생제 저항성 유전자가 'blaNDM-1'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blaNDM-1이 감염성 질환에 대해선 거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carbapenem'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박테리아에 준다는 겁니다.
blaNDM-1은 지난 2007년 인도의 병원에 입원한 환자에게서 처음 발견된 이후 2010년에는 인도의 지표수에서 발견됐고, 2013년에는 북극의 작은 호수 근처에서 발견됐습니다. blaNDM-1은 발견된 지 수년 만에 사람이 거의 살지 않고 항생제 처방이 없는 북극으로 옮겨간 것인데요.
연구팀에 따르면 국지적 인구 과잉, 제대로 통제되지 않은 항생제 사용과 불완전한 폐수 처리로 인해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DNA가 지구의 한 편에서 반대편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대변과 오수 등으로 오염된 지역 수자원과 식량을 섭취한 인간이나 조류 등 야생동물이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를 옮기는 숙주가 됐다는 설명인데요.
연구팀은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를 옮기는 오염된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항생제 내성을 줄이기 위해 항생제 사용을 억제하는 것은 지엽적인 해결책이 될 뿐 지구 전체적으로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참고자료##
Clare M.McCann et al, Understanding drivers of antibiotic resistance genes in High Arctic soil ecosystems, Environmental International, 2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