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발전 대체 뭐길래?
지열발전 대체 뭐길래?
  • 함예솔
  • 승인 2019.03.21 03:25
  • 조회수 8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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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1월 15일 포항시 북구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을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있었는데요. 이 지진은 포항 인근의 지열발전소에 의해 발생한 ‘유발지진’이라는 견해와 지열발전소와 상관없는 ‘자연지진’이라는 견해가 상충하고 있었습니다. 

 

 

정부에서는 국내외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을 구성했고, 1년 간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3월 20일, 정밀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단에 따르면,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소에 의해 발생한 ‘유발지진(Induced earthquake)’이자, 더 나아가 ‘촉발지진’이라고 합니다. 지열발전을 위해 고압의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단층대를 활성화시켜 포항 지진이 발생했다는 설명입니다. 쉽게 말하면 엄청난 압력으로 땅에 물을 밀어넣다가 땅 속의 단층대를 움직이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포항지진 수평 수직 단면상 분포도. 출처: 기상청/한국지질자원연구원
포항 지진 수평 수직 단면상 분포도. 출처: 기상청/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렇게, 지열발전소는 포항 지진 사태를 통해 사람들의 뇌리에 박히게 됐는데요. 그런데 혹시, 이런 생각해보시진 않으셨나요? ‘한국에는 화산도 없는데, 어떻게 지열발전이 가능할까?’ 하고 말입니다.

 

지열발전이 뭐길래 포항에서?

 

지열발전이란 땅 속에 물을 주입해 가열된 증기 회수해서 발전하는 방식입니다. 고압의 물을 주입하면 땅 속 열기로 인해 물이 증기가 되겠죠. 이 증기를 활용해 발전기 터빈을 돌리는 개념입니다. 참고로 터빈이란 물·가스·증기 등의 유체의 에너지를 기계적 운동으로 변환시키는 기계를 가리킵니다.

 

지열발전소. 출처: fotolia
지열발전소. 출처: fotolia

지열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원인 지열에 대해 먼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지열에너지학회(2008)>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지열은 지표에서부터 수 km 깊이에 존재하는 물과 암석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말하는데요. 지표에 내리쬐는 태양열 에너지의 47%가 지하에 저장된다고 합니다. 또, 지구 내부의 지열 근원을 살펴보자면 먼저 지각과 맨틀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 중 우라늄, 토륨, 칼륨과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에 의한 것이 83%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어 맨틀과 핵에서 방출되는 열 또한 17%나 된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지구 내부로 들어갈수록 열과 압력은 높아지게 되는데요. 지구 내부로 내려갈수록 지온이 높아지는 것을 ‘지온경사’라고 부릅니다. 지표에서 10km까지의 평균 지온증가율은 약 25~30℃라고 합니다. 또, 지표면에서 발산되는 지열의 크기를 타내는 값을 지열류량이라고 하는데요. 지열류량의 평균값은 60±11mW/m2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요? <한국지열에너지학회(2012)>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지온증가율은 25.1℃/km이라고 합니다. 

 

포항 지열발전소. 출처: 유튜브/YTN NEWS
포항 지열발전소. 출처: 유튜브/YTN NEWS

그런데, 포항 지역은 지온증가율이 평균 33℃/km, 지열류량은 평균 78mW/m2를 나타내 한국 평균값보다 훨씬 큰 값을 가진다고 합니다. 이는 지열발전소가 포항에 건설된 배경이 이기도 한데요. 포항이 유독 이렇게 높은 지온증가율과 지열류량을 가지는 이유는 뭘까요?

 

그 이유는  지표에 두껍게 분포하고 신생대 3기 퇴적층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층은 열전도도가 낮아 열보존 효과가 높아 심부로부터 더 많은 열원이 공급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처음엔 화산지대에서만 가능했던 지열발전 

 

지열발전소의 기원은 이탈리아의 Larderello 지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이탈리아의 Larderello 지역의 시추공에서는 열수가 자연적으로 솟구쳐 올랐는데요. 이 열수에서 붕산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열의 일부를 지열수가 가진 온도에너지에서 추출해 활용했습니다. 이후 Larderello 지역에서는 1904년, 세계 최초로 지열 증기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했다고 합니다. 

 

불의 고리, 출처 미 지질 조사국 USGS(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
불의 고리, 출처 미 지질 조사국 USGS(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

사실, 지열발전은 지구 내부의 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초창기엔 화산이 있는 국가에서 주로 이뤄졌다고 해요. 초기 지열발전소 대부분은 지표 근처에서 100℃ 이상의 온도를 가지는 지역에 위치해 있었다고 하는데요.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조산대에 위치한 미국, 멕시코, 일본, 인도네시아, 필리핀, 아이슬란드와 같이 화산지대를 보유한 곳에서만 지열발전에 관한 관심이 높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화산지대를 가지고 있지 않은 국가에서도 지열발전을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포항 지열발전 핵심기술, EGS는 무엇?

 

<전기의 세계(2009)>에 자료에 따르면 지열발전방식은 크게 ‘증기 터빈방식’과 ‘바이너리 방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증기 터빈방식은 150℃ 이상의 고온 증기나 유체를 이용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주로 지열자원을 가지고 있는, 화산지대가 위치한 곳에서 사용됩니다. 반면, 바이너리 방식은 지열수가 상대적으로 더 낮은 온도인 85~170℃ 범위의 지열수에서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한민국처럼 같은 화산이 없는 지역에서 사용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바이너리 방식 중에서도 인공 저류층 지열시스템인 EGS(Enhanced Geothermal System)는 포항 지열발전에 쓰이는 핵심 기술이었습니다. 

 

바이너리 방식. 출처: 유튜브/U.S. Department of Energy
바이너리 방식. 출처: 유튜브/U.S. Department of Energy

EGS 기술은 지하 4~5km 이상 시추하고 지상에서 물을 강제로 주입해 인공적으로 대수층을 형성한 이후, 이로부터 150℃ 이상의 열수를 얻어내 전기를 생산하는 지열 시스템 기술입니다. 이 기술에서 인공적인 대수층을 형성하는 방법에는 크게 수압파쇄(hydrofracturing) 방식과  수리전단(hydroshearing)방식이 있는데요. 수압파쇄방식은 시추공을 통해 고압의 유체를 주입해 암반에 균열을 생성합니다. 수리전단 방식은 기존 균열의 틈을 벌리려 인공적으로 암반의 투수율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포항 지열발전소의 경우, 수압파쇄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EGS 방식. 출처: 유튜브/ON Energy
EGS 방식. 출처: 유튜브/ON Energy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에서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을 위해 주입한 고압의 물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를 활성화해 포항지진의 본진을 촉발했다고 합니다. 정부조사연구단의 발표에 앞서,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와 관련 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한 고려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이진한 교수 역시 이와 비슷한 내용이 담긴 연구를 <Science> 저널에 게재한 바 있는데요. 

 

이진한 교수 연구에 따르면, 포항지진은 EGS 기술에서 사용된 유체의 주입이  단층대의 응력을 임계점까지 증가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는 EGS 기술 때문에 발생한 유발 지진의 본진 규모로는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참고자료##


Grigoli, F., et al. "The November 2017 Mw 5.5 Pohang earthquake: A possible case of induced seismicity in South Korea." Science 360.6392 (2018): 1003-1006.

장기창. "국내외 지열발전 현황 및 전망." 전기의세계 58.9 (2009): 30-36.

민기복, et al. "독일 그로스 쉐네벡 EGS 실증 프로젝트 연구사례." 터널과 지하공간 25.4 (2015): 320-331.

나상민. "세계 지열발전 현황 및 EGS 지열발전." 지열에너지저널 4.2 (2008): 6-14.

송윤호. "우리나라 지열자원 부존특성과 지열발전 잠재량." 지열에너지저널 8.4 (201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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