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곰이 서로 표정을 모방한다는 연구 결과가 <SCIENTIFIC REPORTS>에 실렸습니다. 말레이곰은 동남아시아 열대와 아열대 등 깊은 삼림에 사는 곰인데요. 몸길이 1.1~1.4m, 몸무게가 27~87kg 정도로 곰 가운데 가장 작은 종에 속합니다.
그동안 표정을 모방하는 행동은 인간과 고릴라 등 영장류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알려졌는데요. 이번 연구 결과로 복잡한 사회 시스템을 갖춘 동물만이 표정을 모방할 수 있다는 기존 학설이 흔들렸습니다.
영국 포츠머스대 심리학과와 프랑스 파리과학인문학대학교, 독일 기센대학교 심리학과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말레이시아의 'Borean Sun Bear Conservation Center'에 살고 있는 2~12세 사이의 말레이곰 22마리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22마리의 말레이곰들을 관찰하면서 말레이곰들이 얼굴을 사용해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말레이곰들이 놀이를 하면서 앞니를 감추거나, 앞니를 드러내는 두 가지 표정을 한 것인데요. 말레이곰들은 거칠지 않게 놀 때 한 마리가 앞니를 드러내며 입을 크게 벌리면 다른 곰들도 입을 벌리며 앞니를 드러내고, 앞니를 감추면 다른 곰들도 앞니를 감추는 표정을 했다고 합니다. 서로의 표정을 모방한 것이죠.
연구팀은 인간이나 고릴라 등의 영장류 이외에 다른 영장류나 개들도 서로의 행동을 모방하기는 하지만 서로의 얼굴 표정을 모방하는 정도의 정밀함을 보이는 것은 인간과 고릴라 이후 말레이곰이 처음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그동안 서로의 얼굴 표정을 흉내 내는 것은 인간과 고릴라처럼 고도의 사회적 시스템을 영위하는 영장류만이 가능했던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표정을 포방하는 것이 일종의 사회적 스킬이라고 생각했던 것인데요.
그런데 야생 상태의 말레이곰은 서로 사회적 관계를 맺지 않고 홀로 살아가는 경향을 띱니다. 따라서 말레이곰이 서로 표정을 모방한다는 연구 결과는 기존의 사회적 관계를 맺는 동물들만이 표정을 모방할 수 있다는 주장과 배치됩니다.
현재 말레이곰은 야생에서 생존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산림 벌채와 밀렵, 농민들의 해충방제작업 등으로 말레이곰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해요. 연구팀은 "말레이곰의 사례로 볼 때 복잡한 사회 체계가 없더라도 서로의 표정을 모방하는 의사소통이 포유류 사이에서 널리 공유되는 개념일 수 있다"며 "이번 연구가 말레이곰의 보존 노력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참고자료##
Derry Taylor, Facial Complexity in Sun Bears: Exact Facial Mimicry and Social Sensitivity, SCIENTIFIC REPORTS,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