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인류와 최초로 눈 맞췄다
블랙홀, 인류와 최초로 눈 맞췄다
  • 이웃집편집장
  • 승인 2019.04.11 07:35
  • 조회수 29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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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망원경으로 촬영한 블랙홀 이미지. 출처: NASA

블랙홀의 모습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관측됐습니다. 사건의지평선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 EHT) 프로젝트 연구진은 현지 시간 10일 이 같은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전 세계 8개의 전파망원경을 하나로 묶은 가상의 전파망원경을 동원해 거대은하 M87 중심부의 블랙홀을 관측했습니다. 이 은하는 지구로부터 5천5백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부에 자리합니다.

 

연구진이 공개한 사진에는 블랙홀을 둘러싸고 있는 뜨거운 가스(hot gas)가 블랙홀로 흡수되면서(accreting) 에너지를 방출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블랙홀은 빛조차 탈출할 수 없을 정도로 중력이 강합니다. 사건지평선 바깥을 지나가는 빛도 휘어지게 만듭니다. 그래서 블랙홀 뒤편의 밝은 천체나 블랙홀 주변 빛은 왜곡돼 블랙홀 주위를 휘감습니다.

 

왜곡된 빛들은 우리가 볼 수 없는 블랙홀을 비춰 블랙홀의 윤곽이 드러나게 합니다. 이 윤곽을 '블랙홀의 그림자'라고 합니다. 연구진은 여러 번의 관측 자료 보정과 영상화 작업을 통해 고리 형태의 구조와 중심부의 어두운 지역, 즉 블랙홀의 그림자를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M87 사건의지평선이 약 4백 억km에 걸쳐 드리워진 블랙홀의 그림자보다 2.5배가량 더 작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EHT 프로젝트 총괄 단장인 하버드 스미스소니안 천체물리센터의 셰퍼트 돌먼(Sheperd S. Doeleman) 박사는 "우리는 인류에게 최초로 블랙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 결과는 천문학 역사상 매우 중요한 발견이며, 2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의 협력으로 이뤄진 이례적인 과학적인 성과"라고 언급했습니다.

 

어떻게 관측했나

찬드라 X-선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M87 은하의 중심부. 출처: NASA

이번에 블랙홀 모습을 포착한 EHT는 '초장거리 간섭계'라고도 불립니다. 미국 하와이 SMA, JCMT, 애리조나 SMT, 멕시코 푸에블라 LMT, 스페인 안달루시아 IRAM 등 전 세계 8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한 가상의 전파망원경입니다. 전파망원경 8개를 연결해 1.3㎜파 파장대에서 지구 규모로 구성됐습니다.

 

※ 8개 망원경 ※

 

  •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
  • 아타카마 패스파인더(APEX)
  • 유럽 국제전파천문학연구소(IRAM) 30m 망원경
  •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
  • 대형 밀리미터 망원경(LMT)
  • 서브밀리미터 집합체(SMA)
  • 서브밀리미터 망원경(SMT)
  • 남극 망원경(SPT)


ALMA(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파 간섭계, 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건설해 운영하고 있는 국제적 천문관측장비입니다. 유럽남방천문대(ESO), 미국국립과학재단(NSF), 일본국립자연과학연구소(NINS), 캐나다국립연구회, 대만과학기술부(MOST), 대만중앙연구원(ASIAA) 그리고 한국천문연구원(KASI)과 협약을 맺고 있습니다.

 

아타카마 패스파인더(APEX)은 ESO가 운영합니다. IRAM 30미터 망원경은 독일의 MPG, 프랑스의 CNRS, 스페인의 IGN과 공동 운영됩니다.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은 EAO, 거대 밀리미터 망원경(LMT)은 INAOE와 UMass, 서브밀리미터 집합체(SMA)는 SAO와 ASIAA 그리고 서브밀리미터 망원경(SMT)은 애리조나 전파천문대(ARO)가 책임집니다. 남극 망원경은 애리조나대학교에서 개발한 특수화된 EHT 기기와 함께 시카고대학교가 관리합니다.

M87 은하의 중심부를 확대한 모습. 출처: NASA

해당 관측은 2017년 4월 5일부터 14일까지 6개 대륙에서 8개 망원경이 참여한 EHT로 진행됐습니다. 우선 '같은 시각·서로 다른' 망원경을 통해 들어온 블랙홀의 전파 신호를 컴퓨터로 통합 분석했는데요. 이를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블랙홀의 모습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망원경들로 얻어낸 자료를 모두 합쳐 하나의 데이터 자료를 만드는 방법을 초장기선 간섭계 관측(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 VLNI)이라고 부릅니다. EHT의 원본 데이터를 최종 영상으로 바꾸는 데 필요한 분석은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MPIfR)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헤이스택 관측소의 특화된 슈퍼컴퓨터를 활용했습니다.

 

하나의 망원경이 아닌데 어떻게 하나의 사진을 얻을 수 있을까 아직 아리송하실 분들도 있을 텐데요. 비록 망원경들이 물리적으로 직접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각 망원경에 기록된 자료들을 원자 시계(수소 메이저)를 통해 매우 정밀하게 동기화할 수 있습니다. EHT의 각 망원경은 하루에 약 350TB(테라바이트)에 달하는 거대한 양의 자료들을 고성능 헬륨 충전 하드 드라이브에 저장했습니다.

전 세계 8개의 망원경을 연결한 EHT. 출처: 한국천문연

EHT 연구진은 앞으로 "국제전파천문학연구소(IRAM NOEMA) 천문대, 그린란드 망원경(GLT) 그리고 킷픽(Kitt Peak) 망원경의 참여로 더욱 향상된 민감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사건의지평선 확인돼

 

이번에 관측된 블랙홀은 질량이 태양보다 65억배나 더 무거운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질량이 무거울수록 중력은 강해집니다. 블랙홀의 중력 때문에 빛도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인데요.

 

그렇다 보니 블랙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블랙홀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은 알지만 블랙홀을 지금까지 실제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죠. 그 이유는 블랙홀이 말 그대로 암흑 그 자체일뿐만 아니라 자신이 빨아들이는 물체에서 나온 뜨거운 기체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은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에 근거해 "블랙홀이 크기에 비해 질량이 굉장히 크며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사건의지평선'이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한국천문학회가 펴낸 책 <천문학 용어집>에 따르면 사건의지평선(event horizon)이란 그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이 외부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경계면을 뜻합니다.

 

블랙홀 외부에서 물질이나 빛이 자유롭게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블랙홀 내부에서는 블랙홀 중력에 대한 탈출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크기 때문에 다시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이 경계면이 사건의지평선인 거죠. 사건의지평선의 존재에 의심을 품었던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고 스티븐 호킹 박사입니다. 그는 2014년 사건의지평선이 양자론과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블랙홀 관측으로 사건의지평선 개념도 자연스레 '생각'이 아닌 '사실'로 입증됐습니다.

 

한국도 이번 발견에 참여

 

한국은 한국천문연구원 소속 연구자 등 8명이 동아시아관측소(EAO) 산하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과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의 협력 구성원으로서 EHT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한국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과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EAVN)의 관측 결과도 본 연구에 활용됐습니다.

 

한국천문연구원 손봉원 박사는 "이번 결과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궁극적인 증명이며, 그간 가정했던 블랙홀을 실제 관측해 연구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 EHT 공동 연구진 한국인 참여자

 

김종수, 변도영, 손봉원, 이상성, 정태현(한국천문연구원·UST 교수), 조일제(한국천문연구원·UST 학생), Guangyao Zhao(한국천문연구원·KRF 박사후연구원), Sascha Trippe(서울대)

한국 참여기관 총 4곳: 천문연, UST, 서울대, 연세대(손봉원: 겸임교수)

외국 기관에서 참여하고 있는 한국인 연구자: 김재영(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연구소), 김준한(미국 애리조나 대학)

 

 


##참고자료##

 

  • First M87 Event Horizon Telescope Results. I. The Shadow of the Supermassive Black Hole
  • First M87 Event Horizon Telescope Results. II. Array and Instrumentation
  • First M87 Event Horizon Telescope Results. III. Data Processing and Calibration
  • First M87 Event Horizon Telescope Results. IV. Imaging the Central Supermassive Black Hole
  • First M87 Event Horizon Telescope Results. V. Physical Origin of the Asymmetric Ring
  • First M87 Event Horizon Telescope Results. VI. The Shadow and Mass of the Central Black Hole
  • Black Hole Image Makes History; NASA Telescopes Coordinated Observ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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