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관측 여정…'암흑성'부터 시작
블랙홀 관측 여정…'암흑성'부터 시작
  • 함예솔
  • 승인 2019.04.11 21:05
  • 조회수 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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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최초로 은하 중심부에 있는 초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이 관측됐습니다. 엄밀히 말해 블랙홀의 그림자가 관측됐는데요. 서울대 문리천문학부 우종학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발견이 "블랙홀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블랙홀에 의해 빛이 가려지는 블랙홀의 그림자를 본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소위 '블랙홀 shadow'라고 부른다면서 말이죠.

 

 

블랙홀 그림자 관측까지 과학자들은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요.

 

'암흑성(dark star)'

 

1783년 영국의 천문학자 존 미첼(John Michell)은 '암흑성(dark star)'이란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공식화한 사람입니다. 이후 이 개념은 피에르시몽 라플라스(Pierre-Simon Laplace)가 연구했는데요. 그들은 아무리 빛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광자라고 할지라도 밀도가 극도로 높아 중력이 너무 강하면 그곳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그들은 뉴턴의 중력법칙을 이용해 이러한 천체에서 빛 입자의 탈출 속도를 계산했습니다. 미첼은 이러한 천체를 암흑성(dark star)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1801년 빛이 파동의 형태를 취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뉴턴의 중력장에 의해 빛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불분명해졌습니다. 따라서 암흑성(dark star)에 대한 아이디어는 사라지는 듯 보였습니다. 1915년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과 독일의 천문학자 카를 슈바르츠실트(Karl Schwarzschild)의 해(解)를 통해 파동형태의 빛이 중력 하에서 어떤 영향을 받는지 밝혀지기까지는 무려 115년이나 걸렸습니다.

 

1900년대 초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개발한 후 상당한 진전이 있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시간과 공간을 연결한 방정식을 내놓으면서 시공에서 중력장과 파동의 영향을 받는 천체의 움직임을 생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슈바르츠실트 지름. 출처: Wikimedia Commons
슈바르츠실트 지름. 출처: Wikimedia Commons

이후 1916년 독일의 천문학자 카를 슈바르츠실트(Karl Schwarzschild)는 아인슈타인의 중력방정식의 완전해로 슈바르츠실트의 해를 구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슈발르츠실트 블랙홀'을 제안했는데요. 이는 일반 상대성 이론 최초의 근대적 해입니다. 회전하거나 대전되지 않는 블랙홀을 말합니다. 책 <과학용어사전>에 따르면 이 블랙홀은 무한히 큰 질량이 한 점에 모여 있고 그 주변에 구면 경계가 있습니다. 그 구면을 '사건의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구면의 반지름을 '슈바르츠실트 지름'이라고 합니다. 이 구면 안쪽에 있는 물질이나 빛은 구면 밖으로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만약 태양과 같은 질량을 가진 블랙홀의 슈바르츠 실트 반지름은 약 3km정도 될 것이라고 합니다. 

 

슈바르츠실트의 아이디어는 존 미첼과 비슷했지만, '사건의지평선'은 들어갈 수 없는 장벽으로 이해됐습니다. 이는 1933년에 이르러서야 벨기에의 천문학자 조르주 르메트르(George Lemaître)의 불가입성(impenetrability)이란 개념을 통해 '먼 관찰자가 보게 되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설명됩니다. 조르주 르메트르는 만약 밥이 가만히 있고 앨리스가 블랙홀로 뛰어든다면 밥은 앨리스가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에 도달하기 직전에 멈출 때까지 앨리스가 느려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또한 르메르트는 만약 실제로 앨리스가 그 장벽을 넘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단지 밥과 앨리스가 그 사건을 다르게 경험할 뿐이라는 겁니다. 

 

이 이론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이런 크기의 천체가 없었고 블랙홀과 비슷한 천체의 존재도 몰랐습니다. 따라서 아무도 미첼이 존재할 것이라고 예견했던 암흑성(dark star)과 비슷한 천체가 존재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습니다. 사실 2차 세계대전 전까지는 그 누구도 그 가능성을 진지하게 연구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암흑성(dark star)에서부터 블랙홀(black holes)까지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 출처: Wikimedia Commons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 출처: Wikimedia Commons

1939년 9월 1일 나치의 독일군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세계사를 영원히 바꿀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놀랍게도 이날은 블랙홀에 관한 최초의 학술 논문이 발표된 날이었습니다. 지금은 호평 받고 있는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J Robert Oppenheimer)와 하틀랜드 스나이더(Hartland Snyder)가 <APS physics> 저널에 게재한 <On Continued Gravitational Contraction>입니다. 이것은 오펜하이머의 천체 물리학에서 세 번째 논문이자 마지막 논문이었습니다. 이 논문은 블랙홀의 역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오펜하이머와 스나이더는 천체가 자신의 중력장의 영향 하에 지속적으로 수축하면서 엄청난 인력을 만들어 빛 조차도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을 예측했습니다. 이는 현대적인 개념의 첫 번째 버전의 블랙홀이었습니다. 이 블랙홀은 너무나도 육중해서 중력끌림(gravitational attraction)에 의해서만 감지될 수 있는 거대한 천체를 말합니다.

으아아아~~~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모습.
으아아아~~~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모습.

1939년 이것은 여전히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이상한 생각이었습니다. 이 개념을 물리학자들이 받아들일 만큼 발전시키는 데에는 20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2차대전 때 미국 정부가 원자폭탄을 개발을 위해 투자를 한 덕분에 이 아이디어는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때까지도 블랙홀이란 이름은 없었습니다. 블랙홀이란 이름을 대중화한 사람은 프린스턴대학교(Princeton University)의 핵물리학자 존 A 휠러(John A Wheeler)였습니다. 그는 오펜하이머의 연구를 상대성 이론을 접목해 재해석했습니다. 

 

블랙홀이 실존한다는 증거

 

두 개의 블랙홀이 춤춘다~~ 출처: NASA
두 개의 블랙홀이 춤춘다~~ 출처: NASA

우주에는 얼마나 많은 블랙홀이 있는지 모릅니다. 태양과 똑같은 질량을 가진 천체가 붕괴하며 만든 블랙홀이라면 반지름은 3km에 불과합니다. 이 블랙홀의 사건의지평선은 관측하기에 너무 작습니다. 이후 새로운 특성과 유형의 블랙홀이 발견됐지만 이 모든 것은 2015년 정점을 찍습니다. 다른 은하의 블랙홀 쌍성계(binary system)에서 생성된 중력파를 측정한 것인데요. 이 측정은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최초의 실제적 증거였습니다. 

 

오늘날 은하 중심부 근처에는 약 130개의 초질량 블랙홀이 있다고 합니다. 샘플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거대은하 M87의 중심부의 블랙홀은 여전히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사건의지평선'을 가집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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