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속 크툴루, '실존 생물'
신화 속 크툴루, '실존 생물'
  • 강지희
  • 승인 2019.05.06 10:10
  • 조회수 1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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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출처: Wikimedia Commons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출처: Wikimedia Commons

다양한 신화들 중 크툴루 신화는 이색적인 면모를 갖고 있습니다. 크툴루는 작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lips Lovecraft 1890~1937)의 소설을 바탕으로 정리한 신화입니다. 러브크래프트는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인간의 감정은 공포이며,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것이 바로 미지에 대한 공포"라는 말과 함께 소설에서 언제나 미지의, 혹은 우주적인 존재에 대한 공포를 묘사하기로 유명합니다.

 

그가 사망한 뒤 그의 이야기는 어거스트 덜레스(August William Derleth)를 비롯한 한 수많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정리돼 '크툴루 신화'가 되었습니다. 크툴루 신화는 유명 작가 스티븐 킹(Stephan King)의 소설들과 할리우드 영화 <캐빈 인 더 우즈>를 비롯해 많은 매체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죽은 크툴루가 그의 처소인 르뤼에에서 꿈꾸며 기다린다. 출처: pixabay
죽은 크툴루가 그의 처소인 르뤼에에서 꿈꾸며 기다린다. 출처: pixabay

크툴루 신화에서는 '그레이트 올드 원(Great Old One)'이라는 고대 종족이 나옵니다. 크툴루(Cthulhu)라는 괴물도 그레이트 올드 원 중 하나인데요. 크툴루는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크툴루의 부름>에서 맨 처음 언급됩니다. 크툴루는 바다에 가라앉은 도시 '르뤼에'에 잠들어 있으며 별들이 제자리를 잡고 르뤼에가 태평양 위로 떠오를 때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크툴루를 본 사람들은 크툴루의 엄청난 크기와 무시무시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금세 미쳐버린다고 합니다.

 

물론 이건 신화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죠. 그런데 실제로 '크툴루'라는 이름을 가진 생물이 먼 옛날에 존재했다고 합니다.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예일대학교의 고생물학자 Derek Briggs의 연구진은 영국 헤리퍼드셔 라거슈타트 (Herefordshire Lagerstätte)에서 고대 생물의 화석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올해 4월 10일 약 4억3천만년 전의 생물 화석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연구진은 생물체의 생김새를 보고 크툴루의 이름을 따 Sollasina cthulhu라고 명명했습니다. Sollasina는 분류 계급 중 하나인 속(Genus)에 해당하며 고대 생물의 학명 중 하나인데요. 불가사리, 성게가 포함된 극피동물문에 속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연구했는가

가상화석으로 재현한 크툴루. 출처: Yale University
가상화석으로 재현한 크툴루. 출처: Yale University

연구진은 생물체의 생을 연구하기 위해 고해상도 물리-광학 단층 촬영(high-resolution physical-optical tomography)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이 기술을 사용할 때 연구진은 화석의  각각의 얇은 층이 제거합니다. 화석의 층들을 제거하면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죠. 최종적으로 수백 장의 사진들이 만들어지고 수백 장의 이미지들은 결합해 '가상 화석(virtual fossil)'이라는 하나의 3D 이미지가 됩니다. 

 

이 가상 화석을 통해 연구진은 생물의 내부 체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생물의 내부 체계를 확인한 결과 연구진은 크툴루가 성게, 해삼과 유사한 생김새를 가진 동물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크툴루'의 특징은?

크툴루 상상도. 출처: Yale University
연구진이 그린 크툴루 상상도. 출처: Yale University

연구진은 자신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크툴루의 상상도를 그렸습니다. 신화 속의 크툴루와 다르게 생물 크툴루의 크기는 3cm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작다고 합니다. 크툴루는 45개의 다리를 갖고 있는데요. 다리들은 촉수에 가까운 관다발 모양이라고 합니다. 크툴루는 자신의 다리들을 이용해 기어들어가 먹이를 포착한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크툴루의 생김새와 특징을 보고 크툴루가 '극피동물문'에 속하며 해삼과 가까운 동물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극피동물은 몸 표면에 석회질과 골편이 있으며 가시나 돌기가 많아 몸을 보호하며 조직의 재생력이 강합니다. 또한 극피동물의 호흡, 순환, 운동, 배출 작용을 하며 외부에서 들어온 물이 돌아다니는 기관인 '수관계'과 몸 표면에서 뻗어 운동을 담당하는 기관인 '관족'을 갖고 있죠. 

앞으로는 해삼이라고 놀리면 안 되겠군요. 출처: pixabay
여러분, 다시는 해삼을 얕보지 마십시오. 출처: pixabay

불가사리, 성게, 해삼이 극피동물문에 속합니다. 크툴루는 극피동물들과 유사한 특징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껍데기 없이 벌거벗은 현재의 극피동물들과 다르게 크툴루는 도금이 된 껍데기를 갖고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연구진은 크툴루가 극피동물문 동물들, 특히 해삼과 가까운 동물이며 해삼이 고대 생물이었던 크툴루에서 계통분류학적으로 갈라져 나왔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친구를 놀릴 때마다 '해삼'이라는 동물이 꼭 포함이 됐었는데요. 앞으로는 해삼이라고 놀리면 안 될 것 같습니다. 크툴루가 우리를 부를지도 모르니까요.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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