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최초의 '분자' 처음으로 발견
우주 최초의 '분자' 처음으로 발견
  • 함예솔
  • 승인 2019.05.02 07:30
  • 조회수 9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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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상 성운  NGC 7027에서 발견된 우주최초의 분자. 츨차:  NASA/ESA/Hubble Processing: Judy Schmidt
행성상 성운 NGC 7027에서 발견된 우주 최초의 분자. 출처: NASA/ESA/Hubble Processing: Judy Schmidt

138억 년 전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모인 한 점에서 대폭발하며 우주가 만들어졌습니다. 빅뱅 이후 수 십 만년 동안 우주는 너무 뜨거워 원자들을 결합시키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당시 우주에는 수소, 헬륨, 리튬 등의 몇 가지 유형의 원자만이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Nature>에 게재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빅뱅 이후 약 100,000년 후 우주는 수소와 헬륨이 결합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식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원자들이 결합해 최초의 분자를 형성하며 우주는 마침내 냉각되고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과학자들은 우주 최초의 분자로 수소와 헬륨이 결합해 만들어진 '수소 이온화 헬륨(HeH+,helium hydride ion)'이라는 분자를 추론해냈습니다.

 

따라서 우주 최초의 분자는 오늘날에도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지난 수십년 동안 과학자들이 이 분자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화학적 탄생의 첫 걸음이 아직까지 증명되고 있지 않았던 셈이죠. 그런데 드디어 과학자들은 우주 최초의 분자를 발견하게 된 겁니다.

 

우주 최초의 분자

수소 이온화 헬륨(HeH+,helium hydride ion) 분자. 출처:유튜브/NASA's Ames Research Center
수소 이온화 헬륨(HeH+,helium hydride ion) 분자. 출처: 유튜브/NASA's Ames Research Center

우주 최초의 분자란 개념을 알아가기에 앞서 원자와 분자의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죠. 원자는 물질을 이루는 작은 입자를 말합니다. 반면 분자는 원자가 모여 특정한 물질의 성질을 나타내게 되는 입자를 말하는데요. 가령, 물은 수소원자 2개와 산소원자 1개가 모여 만들어집니다. 이에 물 고유의 성질을 가지게 되는 거죠. 

 

우주 최초의 분자인 '수소 이온화 헬륨(HeH+)'은 까다로운 분자입니다. 헬륨 자체는 다른 종류의 원자와 결합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불활성 가스(noble gas)입니다. 그러나 1925년 과학자들은 헬륨의 전자하나를 수소 이온과 공유하며 실험실에서 이 분자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후 1970년대 후반, 'NGC 7027'이라는 행성상 성운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 환경이 수소 이온화 헬륨(HeH+)를 형성하는 데 적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늙은 항성에서 나오는 자외선과 열이 수소 이온화 헬륨을 형성하는데 알맞은 조건이었기 때문입니다. 행성상 성운은 태양과 같은 항성이 수명을 다했을 때 외층을 날려버리고 백색왜성(white dwarf)으로 쪼그라들며 천천히 냉각되고 결정화될 때 만들어집니다. 죽어가는 항성들이 식으면서 이 항성들은 그 주변의 수소 원자의 전자를 떼어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열을 발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수소원자는 수소 이온화 헬륨(HeH+)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양성자만 남은 수소원자가 됩니다. 

 

그러나 당시 그들의 관측은 결론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과학자들의 계속된 노력은 최초의 우주 분자가 그곳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긴 했지만 이 미스터리한 분자는 계속해서 관측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행성상 성운을 관측했던 우주망원경은 여러 분자들이 뒤섞여 있는 성운에서 수소 이온화 헬륨(HeH+)의 신호를 골라낼만한 특정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수소 이온화 헬륨(HeH+)은 지구의 대기로 인해 쉽게 가려지는 적외선 파장에서 빛을 내기 때문입니다.

 

우주 최초의 분자, 드디어 발견 

NGC 7027 성운. 출처:  Hubble, NASA, ESA
NGC 7027 성운. 출처: Hubble, NASA, ESA

우주 최초의 분자가 발견된 곳은 지구로부터 3천 광년 떨어진, 백조자리 근처에서 죽어가고 있는 항성 근처의 NGC 7027 행성상 성운(planetary nebula)에서였습니다. NGC 7027 성운에서는 이 신비한 분자가 형성될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행성상 성운이란 질량이 태양과 비슷한 별의 마지막 단계에서 바깥층이 방출되면서 만들어진 고리 모양의 가스 물질인데요. 수명은 수만 년 정도이며 점점 우주 공간으로 퍼져 성간 물질로 되돌아간다고 해요. 

SOFIA는 보잉 747항공기에 설치된 적외선 망원경입니다. 출처: 유튜브/WIRED
SOFIA는 보잉 747항공기에 설치된 적외선 망원경입니다. 출처: 유튜브/WIRED

2016년 과학자들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성층권 관측 망원경인 SOFIA(Stratospheric Observatory for Infrared Astronomy)에 도움을 요청하는데요. SOFIA는 보잉 747항공기에 설치된 적외선 망원경입니다. 지상에 닿는 적외선 대부분을 차단하는 수증기를 피해 약 13.7km의 성층권까지 올라 비행하며 성운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최근 SOFIA의 장치 중 GREAT(German Receiver at Terahertz Frequencies)라 불리는 고해상도 원적외선 분광기를 업그레이드했는데요. 망원경에 없던 수소 이온화 헬륨(HeH+)의 특정 채널을 추가했습니다. 이 장치는 라디오 수신기처럼 작동합니다. 과학자들이 찾고 있는 분자의 주파수를 맞춰줍니다. SOFIA가 상공을 날고 있을 때 과학자들은 실시간으로 이 장치의 데이터를 읽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수소 이온화 헬륨(HeH+)의 신호가 크고 선명하게 들려왔습니다. 과학자들은 죽어가는 항성 주변에서 수소 이온화 헬륨(HeH+)의 적외선 신호를 감지한 것은 우주 최초의 분자에 관한 명확한 증거라고 전했는데요.  Rolf Guesten 박사는 "데이터에서 수소 이온화 헬륨(HeH+)을 처음 본다는 것은 매우 흥분되는 일이었다"며 "오랜 탐색이 해피엔딩을 맞이했고 초기 우주의 기초 화학에 관한 우리의 이해에 대한 의구심을 없애준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이 연구의 공동저자인 존스 홉킨스 대학교의 David Neufeld교수는 "수소 이온화 헬륨(HeH+)의 발견은 분자를 형성하려는 자연의 성향을 극적이고 아름답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번 연구의 저자인 독일의 막스 프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의 Rolf Guesten 박사는 "(우주의) 성간 공간에 수소 이온화 헬륨분자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는 것은 수십년간 천문학에서 딜레마였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이번 발견은 우주에 실제로 수소 이온화 헬륨(HeH+.helium hydride ion)이 존재할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초기 우주의 화학적 과정에 관해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 십년억년 동안 어떻게 진화해 오늘날의 복잡한 화학적 성질을 가질 수 있었는지 밝혀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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