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로 여겨졌던 '달걀 껍데기'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촉매인 그래핀을 만드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습니다. 백종범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달걀 껍데기의 주성분인 탄산칼슘(CaCO₃)으로 만든 '산화칼슘(CaO)'이 수소와 그래핀을 만드는 촉매로 활용 가능하다는 걸 밝혀냈습니다.
산화칼슘을 촉매로 쓰자 기존보다 낮은 온도에서 반응이 진행됐으며 별다른 분리공정 없이 사용 가능한 수소가 만들어졌죠. 반응 과정에서 산화칼슘 위에 탄소(C)가 얇게 쌓여 그래핀이 합성됐으며 간단한 처리만 하면 쉽게 떼어내 쓸 수 있어 알코올에서 수소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우수한 촉매 성능을 보였습니다.
알코올은 식물이나 미생물 등을 발효시켜서 얻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대량생산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원입니다. 알코올은 수소와 탄소, 산소 등 다른 유용한 형태로 변환할 수도 있지만 700℃ 이상의 고온에서는 수소 외에도 메탄, 일산화탄소, 에틸렌 등의 부산물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생산된 기체 중에서 수소만 따로 골라내는 공정이 더 필요하고 수소 생산 단가도 올라가게 되죠.
백 교수팀은 알코올을 이용한 수소 생산의 단점을 달걀 껍데기를 이용해 만든 산화칼슘을 써서 반응 온도를 500℃로 낮춘 결과 생산된 기체의 99%가 수소였고 그래핀(BNPGr)도 산(acid)으로 촉매(산화칼슘)를 제거하면 바로 쓸 수 있는 상태로 생산됐습니다.
백종범 교수는 "산화칼슘은 값싼 물질인 데다 달걀 껍데기를 재활용해 만들 수 있으므로 친환경적"이라며 "생산된 수소나 그래핀 모두 별다른 분리 과정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성도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오-펑 한(Gao-Feng Han)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박사는 "이번 연구를 위해 구내식당에서 달걀 껍데기를 모았다"며 "가열해 만든 산화칼슘을 알코올의 증기 개질의 촉매로 활용하고 알코올이 수소와 그래핀으로 변환되는 원리와 이 과정에서 산화칼슘의 역할도 풀어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한 박사는 "산화칼슘을 이용한 알코올의 증기 개질법은 훨씬 큰 규모로 반응이 진행되는 상용화 환경에도 같은 효과를 보일 것"이라며 "이번 연구결과가 에탄올을 비롯한 바이오 자원을 활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Advanced Materials> 최신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