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박물관에서 짚어보는 멸종의 역사
자연사박물관에서 짚어보는 멸종의 역사
  • 강지희
  • 승인 2019.06.03 13:25
  • 조회수 6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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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박물관은 자연사의 흔적들을 대중들에게 전시하는 박물관입니다. 자연사박물관은 광물, 암석, 화석, 동식물 표본 등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에게 자연의 경이로움과 중요성을 알려줍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인간이 자연환경과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한 자연사박물관입니다. 또한 국내 최초로 공공기관이 설립한 박물관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각 지질시대마다 살던 생물들의 기록을 알차게 담았습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각 지질시대마다 살던 생물들의 기록을 알차게 담았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멸종'의 역사를 강조합니다. 멸종이란 말이 무섭고 슬프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멸종은 새로운 생명들이 등장할 수 있도록 이전에 살던 생명들이 자리를 비켜주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합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각 분야별로 전시관을 만들었는데요. 그 중에서 '생명진화관'은 표본과 영상을 통해 지질시대 별로 어떤 생물들이 자리를 잡고 살아갔는지 보여줍니다.

공룡도 대멸종으로 멸종했습니다.
아 빌리브 아 캔 플라~이.

지구에는 여러 번의 멸종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대멸종은 5번이 일어났습니다. 생물의 다수의 종이 같은 시기에 일제히 사멸하는 광범위한 멸종을 '대멸종'이라고 합니다. 대멸종 때문에 3억 년동안 살았던 고생대 생물 삼엽충도 1억 6천만년 동안 중생대를 지배했던 공룡도 멸종했습니다. 

 

여러 번의 대멸종 속에서도 현재까지 살아남은 동물들이 있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동물들을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렀는데요. 과연 살아있는 화석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살아있는 화석 대표격, 실러캔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실러캔스. 출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실러캔스 복원본. 출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실러캔스는 지금으로부터 3억 7,500만년 전인 고생대 데본기 후기에 출현하다 중생대 백악기 후기인 7,500만년 전에 사라진 원시 물고기입니다. 실러캔스는 처음 출현한 이래 2억 년 동안 암석 속에서 화석으로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백악기를 마지막으로 화석 기록이 끊기고 말았죠.

 

그런데 1938년 남아프리카의 동쪽 연안에서 한 어부가 이상한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이 물고기의 모습은 수천만 년전에 멸종하여 화석으로만 볼 수 있는 실러캔스와 똑같았습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신비하고 특이한 사건으로 간주되었고 또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어류학자 스미스(J.L.B. Smith)는 바닷속에 또다른 실러캔스가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실러캔스를 수집하는 작업에 나섰습니다. 14년의 수색 끝에 1952년 12월 마다가스카르 섬 북서단 앞바다에 있는 앙주앙 섬 근처에 두 번째 실러캔스를 잡는데 성공했습니다. 마다가스카르 섬의 연구소장 밀럿(J. Millot)도 1958년 수색 끝에 수컷 일곱 마리와 암컷 세 마리 등 실러캔스 10마리를 잡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백악기 이후의 실러캔스 화석은 발견되지 않았던 것일까요? 미국자연사박물관의 보브 섀퍼(Bob Schaeffer)는 쥐라기 이전에 살던 초기 실러캔스는 바다뿐만 아니라 육지를 포함한 다양한 환경에서 살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쥐라기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실러캔스는 바다에서만 살았다고 합니다. 

 

백악기가 끝날 무렵에는 육지의 대부분을 덮고있던 바다가 크게 후퇴하면서 실러캔스는 영원히 바다에만 살게 되었죠. 해저 바닥에 묻힌 실러캔스의 화석에 접근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그 당시의 화석을 발견할 수 없다고 합니다.

실제 실러캔스. 출처: flickr
실제 실러캔스 이미지. 출처: flickr

실러캔스는 물고기들과 다른 독특한 특징을 갖습니다. 실러캔스는 경골어류이면서 등뼈는 속이 빈 관상연골로 되어있으며 양서류와 비슷한 두꺼운 근육질의 지느러미와 상하로 크게 벌어지는 턱뼈를 갖습니다. 특히 실러캔스의 부레 속에는 공기 대신 지방물이 꽉 차 있는 등 양서류로 진화하는 과정의 징후가 보입니다. 그래서 실러캔스는 어류와 파충류 사이의 중간형 동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수중 생활에서 육상으로 올라오려면 폐와 폐호흡이 가장 중요합니다. 실러캔스는 아직 아가미를 폐로 대치하진 못했지만 일반 물고기와 다르게 아가미의 공기호흡 면을 증가시키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실러캔스의 미비한 점을 완전히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화된 것이 양서류 다음에 등장하는 파충류인데요. 이와 같은 진화의 특징을 가진 데다 아직 생존하고 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실러캔스는 학계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암모나이트 친척 격인 앵무조개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앵무조개.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앵무조개.

문어와 오징어 같이 머리에 다리가 달린 동물들을 '두족류'라고 부릅니다. 암모나이트와 앵무조개도 두족류에 속합니다. 문어와 오징어와 다르게 암모나이트와 앵무조개는 머리에 껍데기가 있습니다. 

 

암모나이트와 앵무조개는 친척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사하게 생겼습니다. 앵무조개는 두족류의 먼 조상격으로 고생대 캄브리아기 말기에 출현한 나우틸로이드(Nautiloid)에 속하며 암모나이트는 고생대 말기에 출현해 중생대 바다에서 번성한 생물입니다. 

 

하지만 암모나이트는 멸종하여 화석으로만 남았지만 앵무조개는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에도 살아있습니다. 또한 앵무조개는 껍데기를 가진 두족류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종이라고 합니다. 앵무조개는 어떻게 하여 현재까지 살아남은 것일까요? 

이 둘의 차이가 어쨌길래 앵무조개만 살아남은 것일까요? 출처: Wikimedia Commons
이 둘의 차이가 어쨌길래 앵무조개만 살아남은 것일까요? 출처: Wikimedia Commons

암모나이트와 앵무조개는 겉으로는 유사해보입니다. 하지만 겉껍질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앵무조개는 껍데기에 볼록한 모양의 '격벽'이 대칭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해수면 근처에만 살았던 암모나이트와 다르게 앵무조개는 깊은 바다에서도 서식할 수 있었죠. 

 

이 차이가 멸종의 여부를 가려냈다고 합니다. 수면에 서식하는 암모나이트는 강력한 물살과 낮아진 기온에 노출되고 적응에 실패하여 멸종했습니다. 반면 앵무조개는 깊은 바다에서 서식했기 때문에 체온이 동일하게 유지되어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로는 껍데기의 내부 구조가 있습니다. 앵무조개를 포함한 껍데기가 있는 두족류는 껍데기의 무게 때문에 물속에서 점점 가라앉습니다. 그래서 물속에 계속 머무르려면 수영을 계속해야 된다는 불편함이 있죠. 쉬고 있어도 같은 깊이에 머무르려면 떠오르지도 가라앉지도 않는 부력인 '중성부력'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앵무조개를 포함한 껍데기가 있는 두족류는 껍데기를 부력을 얻기 위한 부낭으로 사용했습니다. 

 

앵무조개의 껍데기 내부 구조는 칸칸이 방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앵무조개는 '연실세관'이라는 입구를 통해 이 방을 공기탱크로 이용하여 기체나 액체를 채우거나 비워서 부력을 조절합니다. 그래서 앵무조개는 어류에서 부레가 진화하기 훨씬 전에 물속을 오르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앵무조개는 이를 이용하여 추진력을 냅니다. 앵무조개는 추진력을 내기 위해 빨아들인 물을 아가미를 거쳐 뿜어내는데요. 그래서 앵무조개는 움직이는 동시에 호흡을 한다고 합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더 알고 싶다면 클릭~! 출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더 알고 싶다면 클릭~! 출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인사말에서 '인류세'를 언급합니다. 인류세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일어나고 있는 현재를 말합니다. 대멸종의 원인이 기후나 환경이 아닌 인류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죠.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인류가 조금 더 지속되기 위해서 인류가 생태계를 이루는 다른 자연들과 함께 어울려살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자연의 흐름과 어울려 오랜 기간을 살아남은 실러캔스와 앵무조개처럼 인류도 자연과 어울리는 방법을 찾는다면 인류의 삶을 좀더 연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살아있는 화석인 실러캔스와 앵무조개를 포함하여 지질시대 별로 생명의 탄생과 멸종을 다루면서 자연과 인간의 미래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 이종호 <천재를 이긴 천재들>
  •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 모토카와 다쓰오 <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 : 생김새의 생물학>
  • 캐스파 핸더슨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
  • 한스 요아힘 칠머 <진화 치명적인 거짓말>
  • 한국박물관연구회 <한국의 박물관>
  • 야자와 사이언스 오피스 <세계가 주목하는 과학 대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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