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우주 먼지는 새로운 별의 탄생을 유발하고 지구와 같은 행성을 형성하는 기본 재료가 됩니다. 이런 우주 먼지를 연구하면 별의 탄생 및 소멸 과정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는데요. 한국천문연구원이 초신성이 폭발할 때나 무겁고 젊은 별에서 나오는 강한 빛에 의해 우주 먼지가 쪼개질 수 있다는 새로운 원리를 발견했습니다.
우주 먼지는 별과 행성이 형성되는 초기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별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항성풍을 유발합니다. 또 이산화탄소와 물 심지어 유기 분자도 우주 먼지 표면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동안 천문학자들이 풀지 못한 비밀 중 하나는 초신성과 킬로노바, 무겁고 밝은 별, 블랙홀 강착원반 근처 등 강력한 광원 주변에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작은 먼지 알갱이가 이보다 훨씬 큰(수백 나노미터 크기) 알갱이에 비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러한 특이 현상은 기존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내용이었어요.

기존에는 대표적으로 세 가지 이론이 있었습니다.
- 양성자 때림(sputtering): 우주 먼지가 뜨거운 우주 플라즈마 속에 들어 있을 때, 플라즈마의 양성자들이 먼지를 계속 때림으로써 먼지가 표면부터 분자와 원자로 파괴됨.
- 파쇄(shattering): 충격파 안에서 먼지와 먼지가 직접 충돌하여 부서짐.
- 승화(sublimation): 빛이나 전자가 먼지에 충돌하여 먼지가 뜨거워져서 먼지가 부서짐.
그런데 이번 연구에 따르면 Ia형 초신성의 초기 단계 관측을 통해 강한 광원 근처에 놓인 우주 먼지는 그 빛의 압력을 받아 마치 바람개비가 회전하듯이 초당 10억 바퀴에 이를 정도까지 엄청나게 빠르게 회전하게 되고 그 회전에 의한 원심력이 먼지의 최대 인장 강도보다 더 세지면 먼지가 부서지게 된다고 해요.
연구진은 이런 현상을 '복사 회전에 의한 먼지 파괴(Radiative Torque Disruption)'라 명명했습니다. 이 메커니즘을 초신성이나 킬로노바, 무겁고 젊은 별 주변에 존재하는 먼지에 적용하면 다양한 천문 현상을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데요.

중력파 검출로 널리 알려진 킬로노바나 우주의 가속 팽창을 입증하는 데 활용된 초신성에서 나오는 강력한 빛에 의해 그 주변의 먼지가 부서져서 작은 먼지가 됩니다. 연구진은 먼지가 부서지는 영역이 킬로노바나 초신성 주변 반경 수 광년 정도의 범위에서 생기는 것을 밝혀냈어요. 반면에 밝고 무거운 별이 천여 개 모여 있는 별 탄생 영역에서는 먼지가 부서지는 영역이 반경 수십 광년 범위로 형성되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티엠 황(Thiem Hoang)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1952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에드워드 퍼셀(Edward Purcell)이 1979년 발표한 논문에서 '우주 먼지는 원심력에 의해 쪼개질 수 없다'고 결론지었지만, 우리 연구는 먼지가 강한 광원 근처에 위치한다면 작게 쪼개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새로운 메커니즘을 통해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우주의 많은 퍼즐들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습니다.
이번 연구는 <Nature Astronomy> 5월 6일자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