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1990년대에 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한 티셔츠가 있었습니다. "Xq28—thanks for the genes, Mom!"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였는데요. 이 문구는 동성애 성향을 갖는 것이 유전적인 영향이라는 과학적 주장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미국 유전학자 딘 헤이머의 연구는 1993년 남자 동성애자들의 특정 유전자에서 특별한 변이가 발생한 것을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합니다.
헤이머는 남성 동성애자들이 비슷한 성적 취향을 가진 사촌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또 이들이 주로 외가 쪽에 많다는 것도 발견하는데요. 헤이머는 남성 동성애자들이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특징이 있을 거라 가정하고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는 남성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들이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영향에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X염색체를 연구했습니다.
헤이머에 따르면 연구 대상인 80명의 동성애자 가운에 66명이 X염색채의 Xq28 영역에 특수한 변이를 공통적으로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헤이머는 이를 기초로 남성 동성애자들이 Xq28 영역의 변이 때문에 동성애 성향을 갖게 됐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는데요.
물론 남성 동성애자들 가운데서도 소수에 속하긴 하지만 Xq28 영역의 특수한 변이가 없는 연구 대상이 존재했습니다. 또 이성애자들 가운데서도 다수의 동성애자들에게서 나타났다는 Xq28 영역의 특수 변이를 공유하는 연구 대상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Xq28의 변이가 동성애를 결정적으로 만드는 유전자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때문에 동성애가 유전적 영향으로 가지게 되는 성적 지향이라고 하기에도 타당성은 떨어집니다. 'Xq28이 동성애와 관련이 있는 유전자인가 아닌가'라는 명제의 모호함은 Xq28을 두고 이어진 후속 연구들에서도 나타나는데요. 어떤 연구에서는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연구에서는 연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Xq28의 변이가 남성이 동성애라는 성적 지향을 가지게 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니고 여러 요인들 가운데 하나로 봐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한편 흔히 인간 이외의 동물들은 동성애를 하지 않는다는 편견이 있는데요. 사실 야생의 세계에서 동성애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보노보와 일본원숭이는 암컷들 사이에서 레즈비언 성향이 나타납니다. 또 일부 기린의 무리에서는 성적인 행동의 십중팔구는 수컷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양도 수컷 8% 정도가 짝짓기를 위해 다른 수컷의 등에 올라탄다고 합니다. 이밖에 펭귄과 백조, 돌고래 등 다양한 동물들도 동성이 짝을 이루는 경우가 발견됩니다.
##참고자료##
- 마크 핸더슨, <상식 밖의 유전자>, 윤소영, 서울:을유문화사,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