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바퀴벌레는 병균을 옮기는 지저분한 벌레로 알려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바퀴벌레를 보기만 해도 소름끼치는 분들 계실 텐데요. 미국에서 사용하는 살충제 가운데 1/4이 바퀴벌레를 박멸하기 위해 사용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바퀴벌레를 얼마나 미워하는지 수치로도 확인될 지경인데요.
생물학자 로날드 루드는 바퀴벌레가 해충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루드는 바퀴벌레가 인간을 물지도 않고 직접적으로 해를 입히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그에 따르면 바퀴벌레는 우리를 해칠 만한 균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굉장히 드문데요.
실제로 과학자들은 바퀴벌레를 특정 질병들과 연관시키는 연구를 많이 진행했지만 결과적으로 도출된 것은 바퀴벌레와 질병이 연관성은 모두 정황적 증거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인간에게 감염되는 질병 가운데 직접적으로 바퀴벌레와 연관된 것이 없다는 설명인데요. 결국 과학자들은 바퀴벌레가 병을 퍼뜨리고 다닌다는 명제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바퀴벌레가 오염된 물이 가득한 하수구나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바퀴벌레가 더러울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일리 있는 생각인데요. 하지만 바퀴벌레가 하수구 등 지저분한 곳에 사는 것은 인간이 만든 환경일 뿐 본래 바퀴벌레는 깨끗한 습성을 가진 곤충입니다.
바퀴벌레는 고양처럼 끊임없이 자신의 몸을 구석구석 핥는 습성을 지녔는데요. 특히 바퀴벌레의 이 같은 일종의 결벽증은 우리 인간과 만난 뒤 더 심해집니다. 바퀴벌레는 인간과 접촉한 후에는 더욱 격렬하게(?!) 자신의 몸을 핥는다고 합니다.
특히 바퀴벌레가 알레르기와 천식을 일으킨다는 주장은 바퀴벌레로서는 가장 억울한 누명이라고 합니다. 여러 언론에서 바퀴벌레가 천식과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주범이라고 지적하는데요. 이렇게 주장하는 연구들은 바퀴벌레 사체의 껍질 때문에 알레르기 등 문제가 생긴다고 분석합니다. 바퀴벌레가 죽은 뒤 껍질이 분해되면서 미세한 먼지가 나오는데 이것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는 주장이죠. 그렇지만 사실 알레르기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최근 들어 바퀴벌레의 수가 갑작스럽게 폭증한 것이 아니라면 전에도 있고 지금도 있는 바퀴벌레가 요즘 문제가 되는 알레르기와 천식 환자들에 책임이 있다는 것은 논리적인 비약이라는 지적입니다.
오히려 과학자들은 최근 들어 알레르기 등 현대인의 건강 문제가 발생한 배경에 인간의 의식주에서 유독성 화학물질 함유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건축자재와 농약 등이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이러한 바퀴벌레 혐오는 살충제 제조업체 등이 얽힌 현대판 신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 동인도나 폴리네시아 사람들은 바퀴벌레를 찬양하는 보석과 장신구를 만들기도 하고 러시아와 프랑스 등 일부 유럽지역에서는 바퀴버레를 수호신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바퀴벌레에 대한 혐오증은 후천적으로 학습된 것이 아닐까요?
##참고자료##
- 조안 엘리자베스 록,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 조응주, 서울:민들레, 2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