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도 종족이 있다"
"소행성도 종족이 있다"
  • 김명진 | 우주위험감시센터
  • 승인 2019.06.1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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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가족'이라는 용어가 있다. 영어로는 'Asteroid family'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마땅한 용어가 없지만 '소행성 가족'보다는 주로 '소행성 종족'이라고 표현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소행성 종족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를 했거나 진행하고 있는 사람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기도 어려울 정도로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이다.

 

처음 소행성 종족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은 1918년1) 키요추쿠 히라야마(Kiyotsugu Hirayama)라는 일본 도쿄대학교 교수가 천문학저널(Astronomical Journal)에 발표한 논문에서다. 그는 1917년도까지 발견된 790개의 소행성의 궤도를 계산한 결과 특정 궤도 평면상에 소행성들이 그룹을 지어서 분포하는 것을 발견했고 코로니스(Koronis), 이오에스(Eos), 테미스(Themis) 소행성 종족이라고 이름을 붙였다.2) 4년 뒤에는 마리아(Maria), 플로라(Flora) 소행성 종족을 추가로 발견(identification)하였고, 이렇게 발견된 5개의 소행성 종족을 히라야마 소행성 종족이라고 부른다. 

918년 천문학 저널(Astronomical Journal)에 발표된 최초의 소행성 종족 논문(왼편), 1922년 일본 천문학 및 지구물리학 저널(Japanese Journal of Astronomy and Geophysics)에 발표된 소행성 종족 논문.
1918년 천문학 저널(Astronomical Journal)에 발표된 최초의 소행성 종족 논문(왼쪽), 1922년 일본 천문학 및 지구물리학 저널(Japanese Journal of Astronomy and Geophysics)에 발표된 소행성 종족 논문(오른쪽).

최초의 소행성 종족이 발견된 지 100여 년이 흐른 지금 소행성 종족에 대한 연구는 태양계 소천체(Small solar system bodies) 연구 분야 중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관측과 실험, 시뮬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는 연구 분야다. 일례로 지난 2018년 8월 국제천문연맹(IAU) 총회에서 열린 히라야마 소행성 종족 발견 100주년 기념 심포지움에서 이틀 동안 발표된 논문 수는 총 81편에 이른다. 또한 현재까지 알려진 소행성 종족은 약 122개에 달하며 새로운 소행성들이 발견되고 그들의 궤도 특성이 좀 더 정확히 밝혀질수록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면 이러한 소행성 종족은 어떻게 생성되는 것일까?

 

과거에 하나의 커다란 소행성이 대격변 충돌(catastrophic collision)에 의해서 여러 개의 크거나 작은 크기의 조각(fragment)들로 부서지게 되는데, 이렇게 생성된 소행성 집단(group)을 소행성 종족(family)라고 한다. 이러한 소행성 멤버들을 단순히 집단이라고 부르지 않고 종족 혹은 가족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은 모두 과거에 하나의 소행성 모체(parent body)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생성 시점(break-up age)이 동일할 뿐만 아니라 역학적, 물리적 특성이 비슷하다. 바로 101년 전에 히라야마 교수가 처음 소행성 종족을 발견(identification)한 것도 이처럼 역학적 특성이 비슷하기 때문에 특정 궤도 평면에서 모여 있는 소행성들을 찾은 것이다.

 

또한 물리적 특성이 비슷하다는 것은 각 소행성 종족 멤버들의 구성성분 즉 표면 구성물질이 동일하다는 것인데 이는 소행성 종족의 멤버십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criteria)이 된다. 이러한 독특한 특성들로 말미암아 소행성 종족은 거대한 자연 태양계 실험실(natural solar system experiment)이라 불리며 태양계의 생성 초기의 모습과 진화에 대한 비밀을 풀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준다. 

소행성 종족 형성의 모습(상상도). 출처: NASA/JPL-Caltech
소행성 종족 형성의 모습(상상도). 출처: NASA/JPL-Caltech

이 중 생성 연대가 10억년 이상 된 소행성 종족을 오래된 소행성 종족(Old asteroid family)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최초 생성 후 충분히 오랜 기간 동안 충돌 및 역학적인 진화를 겪었을 것으로 추측돼 태양계의 진화 역사를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야르코브스키(Yarkovsky) 효과와 같은 비중력적인(non-gravitational) 힘을 증명하는 데 있어 유용한 자연 실험실이 된다.

 

야르코브스키 효과란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태양열의 흡수와 재방출하는 과정에서의 누적된 힘이 소행성의 궤도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아래 그림 왼쪽의 정방향(prograde)3) 자전을 하는 소행성의 경우 태양복사에너지를 흡수하고 이를 열에너지의 형태로 방출하는 시간 사이의 잠깐의 지연(lag)4)이 생긴다.

야르코브스키 효과 모식도. 출처: Nature
야르코브스키 효과 모식도. 출처: Nature

그 사이에 소행성이 자전으로 인해 태양열을 재방출하는 방향이 공전속도를 증가시키는 방향과 일치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공전궤도의 변화가 태양으로부터 멀어지는 방향이 된다. 반대로 금성과 같이 역방향(retrograde) 자전을 하는 소행성의 경우 야르코브스키 효과에 의해 궤도 장반경이 줄어드는 방향, 즉 공전궤도가 태양으로 접근하는 쪽으로 변하게 된다. 이러한 비중력적인 힘은 단시간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고 오랜 기간 누적되어 작용하게 되는데 예를 들면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Main-belt)에 위치하는 지름 5km 크기의 소행성의 경우 야르코브스키 효과에 의해서 100만년에 대략 2×10-5AU5) 정도 궤도 장반경이 변한다. 반면 크기가 큰 소행성인 경우 비중력적인 힘의 효과가 줄어드는데 지름 20km 크기의 소행성대 소행성의 경우에는 야르코브스키 효과가 100만년에 약 6×10-6AU 가량의 궤도 변화를 일으킨다.

 

이러한 야르코브스키 효과를 통해서 궤도가 변한 소행성대 소행성들이 목성과의 궤도 공명을 일으키는 커크우드 간극(Kirkwood gap)에 들어가게 되면 근지구공간으로 유입되거나 태양계 외곽으로 멀어지는 궤도 변화를 겪게 된다. 따라서 오래된 소행성 종족(old asteroid family)을 연구하면 소행성대 소행성이 근지구공간으로 얼마나 유입되는지에 대한 정량적인 추정이 가능하게 되는데 여기서는 생성된 지 약 30억년(±10억년)이 지난 마리아(Maria) 소행성 종족에 관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마리아 소행성 종족은 앞서 언급한 5개의 히라야마(Hirayama) 소행성 종족 중에 하나로 소행성 종족 멤버들의 고유 궤도 장반경이 목성과 3:1 궤도 공명을 일으키는 커크우드 간극인 2.5 AU 근처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근지구소행성 433 에로스(Eros)나 1036 가니메드(Ganymed)와 같은 커다란 S-type(규소질) 근지구소행성의 공급원으로 생각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소행성 연구팀에서는 마리아 종족 소행성들에 대한 측광 관측을 수행해 각 멤버들에 대한 광도곡선을 얻었다. 대부분 감자나 고구마처럼 불규칙한 형태를 가진 소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천체이기 때문에 자전하는 동안 태양빛을 반사해 우리에게 관측되는 반사면의 넓이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를 광도곡선이라고 한다.

 

소행성의 자전주기가 8~10시간 보다 천천히 회전하는 경우 하룻밤 밤새도록 관측을 수행하더라도 해당 소행성의 광도곡선을 온전히 얻는 것은 어렵다. 또한 소행성의 자전주기가 달처럼 지구 자전과 동주기 자전을 할 경우 한 관측소에서 해당 소행성의 광도곡선을 온전히 얻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하지만 여러 경도대에 분포한 관측소들을 이용한 네트워크 연속 관측은 이러한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 네트워크 관측을 수행하기 위하여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3개의 서로 다른 시간대에 위치한 한국(UT + 9시간), 터키(UT + 2시간), 그리고 미국 애리조나(UT – 8시간)에 위치한 천문대를 이용했다. 이러한 네트워크 관측을 통해 획득한 광도곡선을 아래 그림에 나타냈다.

(왼쪽) 보현산 천문대 – 터키 국립 천문대 간의 네트워크 관측을 통해서 얻은 소행성 11129 Hayachine 의 광도곡선. 자전주기는 17시간으로 길지만 서로 다른 경도대에 위치한 두 관측소의 연속 관측으로 전체 광도곡선의 절반이 넘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오른쪽) 소백산 천문대 – 터키 국립 천문대 간의 네트워크 관측을 통해서 얻은 소행성 34572 (2000 SY310)의 광도곡선. 출처: 김명진 외 2014년 천문학 저널(Astronomical Journal) 논문
보현산 천문대 – 터키 국립 천문대 간의 네트워크 관측을 통해서 얻은 소행성 11129 Hayachine 의 광도곡선. 자전주기는 17시간으로 길지만 서로 다른 경도대에 위치한 두 관측소의 연속 관측으로 전체 광도곡선의 절반이 넘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왼쪽 그림)
소백산 천문대 – 터키 국립 천문대 간의 네트워크 관측을 통해서 얻은 소행성 34572 (2000 SY310)의 광도곡선. (오른쪽 그림) 출처: 김명진 외 2014년 천문학 저널(Astronomical Journal) 논문.

이러한 광도곡선들 10-20년의 결과를 모두 합치면 소행성의 형상 및 자전축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전축 방향이다. 앞서 언급한 야르코브스키 효과의 궤도 변화 방향이 자전축 방향이 정방향(prograde)인지 역방향(retrograde)인지에 따라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리아 종족 소행성들이 정방향 자전을 하는 소행성의 개수가 역방향 자전 소행성 보다 3배가 더 많은 것을 발견했고 이러한 이유는 야르코브스키 효과에 의해서 역방향 자전을 하는 소행성의 궤도 장반경이 줄어듦에 따라 2.5AU 근방에 있는 커크우드 간극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태양계 시뮬레이션 결과 마리아 소행성 종족에서 사라진 멤버들 중에서 70% 정도가 내 태양계로, 30% 정도는 목성 외곽으로 간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아래 그림을 통해서 과거의 근지구공간으로 유입된 소행성의 개수를 계산하면 지금까지 1,500여개의 소행성이 1억년 당 37-75개 정도의 마리아 종족 소행성이 내 태양계로 유입됐다고 추측할 수 있다.

마리아(Maria) 소행성 종족의 궤도장반경 vs. 절대등급(크기)의 분포도. 자전주기를 구한 총 92개의 소행성들은 녹색 박스로 표시하였고, 정방향 자전을 하는 소행성은 파란색 원, 역방향 자전은 붉은색 원으로 표시하였다. 위쪽에 나타난 히스토그램은 Maria 소행성 집단의 개수 밀도 분포이고 붉은색 실선은 그 개수 밀도가 지역적으로 최소인 지점이다. 출처: 김명진 외 2014년 천문학 저널(Astronomical Journal) 논문
마리아(Maria) 소행성 종족의 궤도장반경 vs. 절대등급(크기)의 분포도. 자전주기를 구한 총 92개의 소행성들은 녹색 박스로 표시했고, 정방향 자전을 하는 소행성은 파란색 원, 역방향 자전은 붉은색 원으로 표시했다. 위쪽에 나타난 히스토그램은 Maria 소행성 집단의 개수 밀도 분포이고 붉은색 실선은 그 개수 밀도가 지역적으로 최소인 지점이다. 출처: 김명진 외 2014년 천문학 저널(Astronomical Journal) 논문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국제 공동 관측 캠페인을 통한 소행성 종족의 궤도진화 연구>라는 제목의 관측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한국천문연구원의 보현산/소백산/레몬산 천문대를 비롯하여 미국의 맥도널드(McDonald) 천문대, 라스 쿰브레스(Las Cumbres) 천문대, 태국 국립 천문대, 터키 국립 천문대, 우크라이나 크리마(Crimean) 천문대, 프랑스 파리 천문대, 폴란드 국립 천문대, 스페인의 칼라 알토(Calar Alto) 천문대 등이 참여를 하고 있다. 현재는 비교적 나이가 젊은 소행성 종족(young asteroid family)인 밥티스티나(Baptistina) 소행성 종족에 대한 측광 관측 연구를 진행 중이다.


 

글: 김명진(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 이학 박사)

現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선임연구원

前 한국천문연구원 행성과학그룹 박사후연구원

 


##참고자료##


  1.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1년 전이다. 국제천문연맹(IAU)에서는 히라야마 소행성 종족 발견 100주년을 기념하는 심포지움을 2018년 비엔나 총회 기간 중에 개최했다.

  2. 소행성 종족 명명법은 해당 소행성 종족 멤버들 중에서 가장 먼저 궤도가 확정된 소행성의 이름을 따서 부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3. 자전 방향과 공전 방향이 동일한 지구와 같은 경우를 말한다.

  4.  이 현상은 지구에서 태양의 남중고도가 가장 높은 때가 정오(낮 12시)지만 기온이 가장 높은 시각은 대략 오후 2시인 경우와 같은 현상이다.

  5. Astronomical Unit(천문단위)의 약자로 1AU는 태양-지구 사이의 거리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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