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모델로 신약 개발 걸림돌 잡는다
수학 모델로 신약 개발 걸림돌 잡는다
  • 강지희
  • 승인 2019.07.11 19:50
  • 조회수 9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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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은 여러 단계를 거쳐 출시됩니다. 특히 임상 시험 전 단계로 쥐 등의 동물을 대상으로 전임상 실험을 진행하는데요. 동물에서 나타난 효과가 사람에게선 보이지 않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사람마다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약효의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찾지 못하면 신약 개발에 차질이 생깁니다.

 

수면 장애는 맞춤형 치료 분야에서 개발이 가장 더딘 질병 중 하나입니다. 쥐는 사람과 달리 수면 시간이 반대인 야행성 동물이다 보니 수면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치료제가 실험 쥐에 효과가 있어도 사람에게는 무효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원인이 알려지지 않아 신약 개발에 어려움이 있었죠.

수면 장애, 양이 아니라 수학으로 해결한다? 출처: pixabay
수면 장애, 양이 아니라 수학으로 해결한다? 출처: pixabay

그런데 KAIST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와 글로벌 제약회사 화이자(Pfizer)의 장 청(Cheng Chang) 박사 공동 연구팀이 수학적 모델을 기반으로 동물 실험과 임상 시험 간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밝히고 그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Molecular Systems Biology.>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이런 차이의 원인을 미분방정식을 이용한 가상 실험과 실제 실험을 결합해 연구했다고 합니다.

 

생체 시계(Circadian clock)는 생리학과 행동의 일주기 리듬이 밤낮의 변화에 맞추어 움직이도록 동기화 합니다. 해외여행을 가면 처음엔 시차를 겪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면 시간이 변하게 됩니다. 이것은 생체 시계가 환경과 동기화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동기화가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면 수면 시간이 불규칙해지거나 비정상적인 시간에 수면을 하는 일주기 리듬 수면 장애(Circadian rhythms sleep disorders)가 발생합니다.

 

이러한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생체 시계의 시간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Pfizer에서는 10여년 전 생체 시계를 구성하는 핵심 Kinase인 CK1δ/ε을 억제하는 약물을 통해 생체 시계의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의 성과 개념도. 출처: KAIST
연구팀의 성과 개념도. 출처: KAIST

하지만 쥐와 같은 야행성 동물에서 관찰된 만큼 원숭이나 사람과 같은 주행성 동물에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신약을 개발에 걸림돌이 됐습니다. 연구팀은 생체 시계를 구성하는 분자들과 약물 분자의 상호 작용을 묘사하는 미분방정식을 이용한 가상 실험과 실제 실험을 결합했습니다. 약의 효과 차이는 주행성 동물인 원숭이와 사람에서 약의 효과가 빛 노출로 인해 강하게 반감되기 때문이란 점을 파악했습니다.

 

연구팀은 수리 모델로 만든 가상환자를 이용했습니다. 개인 간의 약효가 차이나는 원인이 생체시계 핵심 단백질인 PER2 단백질 양에 달려 있다는 점도 알아냈는데요. 이 단백질의 양이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개인의 빛 노출 환경과 수면 장애를 가져오는 유전변이가 PER2 단백질 발현 정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약의 효과가 달라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약효가 달라지는 원인은 수면 시간을 결정하는 핵심 역할을 하는 생체시계 단백질인 PER2의 발현량이 달라서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맞춤형 시간 치료법 (Chronotherapy) 개념도. 출처: KAIST
맞춤형 시간 치료법 (Chronotherapy) 개념도. 출처: KAIST

이런 개인별 약의 효과 차이를 극복하고 개인별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연구팀은 맞춤형시간치료법(Adaptive chronotherapeutics)를 개발했습니다. 이는 환자의 수면 패턴이 현재 투약으로 인해 어떻게 변화하는지 웨어러블 장치를 통해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작업부터 시작합니다. 이후 투약을 하루 중 어느 시간에 할지 조절함으로써 정상적인 시간에 수면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치료법이라고 합니다.

 

앞으로의 전망

김재경 교수와 김대욱 연구원. 출처: KAIST
김재경 교수와 김대욱 연구원. 출처: KAIST

김재경 교수는 "수학이 실제 의약학 분야에 이바지해 우리가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데 도울 수 있어 행복한 연구였다"며 "이번 성과를 통해 국내에선 아직은 부족한 의약학과 수학의 교류가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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